자동차가 넘쳐 난다. 도시는 사람보다 자동차를 위해 계획되고 건설된다. 한적하게 걸을 수 있는 숲길조차도 신호를 만나지 않고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는 운전자들에게 ‘침범’ 당한다. 누구는 자동차 ‘중독’이라고 말하기도 하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빨리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편리함에 중독되어 많은 것을 잃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텔레비전 채널들에서 쏟아 내는 건강프로그램들이 얘기하는 돈과 시간이 들어가는 ‘운동’에 열광하면서 정작 가장 원초적이고 단순한 운동은 포기하고 만다. 단순히 직립보행 하는 인간의 본성에 거슬러 ‘육체적 강건함’을 포기하는 것에 멈추지 않는다. 매일 미세먼지 때문에 악화되는 공기질에 대해서 짜증내면서 공기 중에 유해물질을 뿜어내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무감하다. 역시 매일 사고로 목숨을 잃고 다치는 사람들을 목격하면서도 운전석에 앉으면 평소와는 다른 난폭한 ‘별종’이 되어 버린다. 본인은 영원히 예외일 것이라고 착각하면서. 원래 ‘중독’은 달콤하다. 그래서 몸이 망가지는 것을 깨닫지 못하게 한다. 자동차가 주는 편리함의 착각은 육중한 철근 덩어리가 공간을 헤집고 다니면서 우리의 몸과 자연,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적 존재로서의 우리들의 관계망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게 한다. 

상상을 해 본다. 제주대학교의 캠퍼스만이라도 자동차의 ‘침범’으로부터 자유로운 장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제주도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앞세운 치유의 섬이라면 제주대학교 캠퍼스가 그런 중독으로부터 치유될 수 있는 ‘예외적’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캠퍼스 자체가 중독에 빠져 있지만 치유의 장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건물과 건물 사이를 주차된 자동차가 가득 메우고 있고 제한 속도 20km가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달리는 차들에 위협을 느끼며 캠퍼스를 걸어야 하는 것은 ‘중독되어 있지 않다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다. 연구공간이라며 학생들에게는 정숙을 요구하지만 캠퍼스를 헤집고 돌아다니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자동차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것을 ‘중독 증세’ 말고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대부분 어쩔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그건 중독이 아니라 이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편리함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라고 항변할 것이다. 이런 생각은 언제나 새로운 실험, 혁신을 가로막는 안일함이었다. 상상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자. 캠퍼스 주변에 5-10분 정도만 걸으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주차장들을 조성하고 순환버스를 증차하면 자동차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이런 모습은 ‘상상’일뿐이다. 그러나 상상은 실현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우리가 현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너무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것’을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상상이 필요할 뿐이다. 아주 현실적인 상상. 제주대학교의 ‘녹색 캠퍼스’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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