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5월 16일 이날의 역사는 긴박하게 흘러갔다. 1960년 4ㆍ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은 물러나고 장면 내각의 제2공화국이 들어섰다. 국민들은 독재 아래 숨겨왔던 욕구를 표출했다. 한국전쟁 전후 발생한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요구했고, 교사들은 노동환경개선을 외쳤다. 그리고 통일을 염원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도시에 군인들이 몰려오면서 묻혀버렸다.

 5ㆍ16 군사정변 과정은 다음과 같다. 1961년 5월 16일 오전 2시, 당시 박정희 육군소장 주도하에 장교 250여 명과 사병 3,500여 명은 한강을 건너 수도의 주요기관들을 장악했다. 그 후 군사혁명위원회를 조직하고 방송국을 점령해 군사혁명 성공을 발표했다.

 군사혁명위원회는 6개의 혁명공약을 내걸었다. 내용으로는 ‘반공을 국시로 삼고 반공 태세를 재정비·강화할 것’, ‘미국을 위시한 자유우방과의 유대를 공고히 할 것’, ‘모든 부패와 구악을 일소하고 청렴한 기풍을 진작시킬 것’,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고 국가 자주 경제 재건에 총력을 경주할 것’, ‘국토통일을 위하여 공산주의와 대결할 수 있는 실력을 배양할 것’, ‘양심적인 정치인에게 정권을 이양하고 군은 본연의 임무에 복귀할 것’이다.

 5ㆍ16 군부세력은 공약을 바탕으로 강력한 사회통제를 했다. 1961년 5월 22일 포고령으로 기존 정기 간행물 1,200여 종을 폐간했고, 다음날 23일 정당, 사회단체, 노동조합을 해산시켰다. 이어 1961년 7월 3일 형사소송법에 따르지 않고, 영장 없이 구속, 압수, 수색할 수 있는 ‘인신 구속 등에 관한 임시 특례법’과 ‘반공법’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1962년 9월 ‘국가보안법’에 재범을 할 때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5ㆍ16 군부세력은 군사혁명위원회를 국가재건최고회의로 개칭하여 2년 6개월간 군정을 실시했다. 이들은 4ㆍ19혁명 이후 혼란스러운 국가를 안정시킨 다음 군대로 돌아갈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1962년 12월 17일 개정헌법에 따라 1963년 10월 대통령선거가 시행됐고 12월 17일 박정희 대통령의 제3공화국이 출범했다.

 5ㆍ16 군부세력은 합법정부를 부정하며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정권 정당성을 확립했다. 그 중 전국 비행장과 광장, 도로 등에 5ㆍ16 명칭을 붙이는 방법으로 5ㆍ16 군사정변 미화 작업을 했으며, 제주에는 ‘5ㆍ16도로’가 생겨났다.

 제주 5ㆍ16도로는 서귀포시 토평동 비석거리 교차로와 제주시 이도1동 남문사거리를 잇는 도로로 정식명칭은 1131국도다. 5ㆍ16이란 도로명은 1962년 김영관 제주도지사가 도로 확장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도로 이름을 5ㆍ16도로로 명명하면서 시작됐고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제주는 과거 군부로 인해 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곳으로 5ㆍ16 군사정변의 잔재인 5ㆍ16도로 개명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1997년 서울 5ㆍ16 광장이 여의도광장으로 개명되자, 이를 본 제주범도민회는 5ㆍ16도로 개명을 제안했고, 이후 몇 차례 개명운동이 있었다. 하지만 제주지방 정부와 도민들의 무관심으로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 최근 다시 5ㆍ16 도로를 개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6년 서귀포신문에서 5ㆍ16도로 명을 주제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변경을 원한다’라는 답변이 87.3%로 나타나 도민 과반이 명칭변경을 찬성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 2017년 1월에는 제주시청 앞에서 ‘제주 5ㆍ16도로 명칭 변경을 위한 국민 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서명운동이 있었고, 같은 해 12월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쿠데타를 칭송하는 의미를 가진 제주 5ㆍ16도로의 명칭을 바꿉시다”라는 청원이 올라와 5ㆍ16도로 개명을 공론화 했다. 그리고 2018년 3월 고은영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는 논평을 통해 “제주도지사가 되면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5ㆍ16 도로명 변경을 추진하고, 동시에 도민들과 함께 잘못된 과거의 지명과 흔적들을 지워나갈 것이다”라며 5ㆍ16도로 개명을 공약했다. 이와 같이 제주 곳곳에서 5ㆍ16도로 명칭을 변경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성급한 추진이라는 의견도 있다. 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제주CBS라디오 ’5ㆍ16도로명 개정 찬반 인터뷰‘에서 “경제성장을 도운 5ㆍ16 도로에 대한 정서, 고마움을 돌에 새기고 싶으나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해 설문조사에 참여 못 하는 70대, 80대분들이 있다”며 “제주도가 제대로 된 기관을 통해서 합리적인 위원회를 구성하여 의견을 잘 수렴해야 합리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라며 5ㆍ16도로명 문제를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제시했다. 이런 다양한 의견 가운데 2018년 5월 16일을 맞아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지고 앞으로의 5ㆍ16도로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