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들이 시원스럽게 내달리는 도로를 벗어나 한적한 마을로 접어들면 시골 풍경을 연상시키는 돌담이 펼쳐져 있다.

  빼곡하게 쌓여 있는 시멘트 벽돌과 달리 구멍이 숭숭 나있는 돌담은 엉성하기보다는 오히려 정겹기까지 하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돌담 틈 사이로 스며들면 어느 옛날 영화의 흑백 필름이 돌아가듯, 내 어릴 적 추억 속 영상 머리 속을 스친다.

  담벼락에 매달려 철이야, 영희야를 외치며 짖궂게 생긴 동네 꼬마 아이들이, 하나 둘 친구를 불러모은다. 돌담에 머리를 맞댄 술래가 숫자를 셀 때까지 동네 이곳저곳으로 숨을 곳을 찾아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다시 어린 아이가 된 듯 나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돌 담 사이로 아련하게 젖어드는 옛 추억에 쉼 없이 달려온 일상 생활에서 작은 여유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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