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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복지 주체를 시민사회, 가정으로 확대해야교육복지의 주요 쟁점
  • 교육대학 김민호교수
  • 승인 2018.09.0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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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민 호 교수 교육대학 초등교육학전공

우리나라에서 ‘교육복지’라는 표현은 1995년 문민정부가 발표한 5ㆍ31 교육개혁의 비전인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열린 교육체제를 구축하여, 모든 국민이 자아실현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교육복지국가(edutopia)’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후 교육복지는 외환위기와 사회 양극화 및 빈곤의 대물림에 대한 사회적 자각을 바탕으로 2004년 「참여정부 교육복지 5개년 계획」에서 정책적으로  구체화했고, 이명박 정부의 교육복지 15대 핵심과제, 박근혜 정부의 3대 중점 추진과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 교육복지에 대한 개념적 이해는 불분명하고, 교육복지 관련 법률 역시 제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적지 않은 혼란이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교육복지를 둘러싼 쟁점을 정리함으로써 오늘날 교육복지를 둘러싼 오해를 줄이고 향후 교육계 안팎의 합의 도출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한다.

1. 교육복지의 개념

우리나라 「사회보장기본법」에서는 “사회보장은 모든 국민이 다양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자립을 지원하며, 사회참여ㆍ자아실현에 필요한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여 사회통합과 행복한 복지사회를 실현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한다”고 정의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실시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해산급여, 장제급여, 자활급여 등을 제공한다. 이런 맥락에서 교육복지란 ‘모든 국민이 행복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하도록 돕는 여러 사회복지 영역의 한 부분이다.

한편 「교육기본법」은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한다. 또 교육의 목적을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으로 표현했다. 즉 교육이란 ‘모든 국민이’ 지금 당장 ‘행복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하게 하기보다는 ‘능력과 적성에 따라’ 학습하여, ‘인격 도야’와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이때 교육의 본질은 사회복지의 가치로 환원되지 않는다.

이처럼 교육복지의 개념에는 사회복지와 교육이라는 서로 다른 속성이 내포되어 있다. 교육복지의 개념 정립을 위해서는 박주호(2014)처럼 교육과 사회복지의 상호보완적 접근이 필요하다. 교육복지의 개념적 범주에 사회복지적 요소가 강한 ‘교육여건의 지원’(예컨대  학교급식 지원, 학비 지원)만이 아니라, 교육적 요소가 강한 ‘교육활동의 지원’(예컨대 읽기, 쓰기, 말하기, 수리계산능력 등 기초지식 습득과 보충학습 제공)을 포함하는 게 바람직하다. 

<표> 교육복지 대상의 범주

2. 교육복지의 대상

교육복지 대상을 교육여건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교육소외집단으로 한정할지, 아니면 교육의 최소한에 이르지 못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할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 전자는 선별적 복지의 관점에서 교육취약집단 해소에 관심을 두지만, 교육의 본질적 가치 구현에는 한계를 지닌다. 후자는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최소 수준에서 교육적 욕구를 충족하고 잠재능력을 계발하는 데 관심이 있으나, 최소한의 교육이 보장된 뒤에 따라오는 교육여건의 격차 문제를 간과한다. 정동욱(2011)의 제안처럼 대상 선정에서 상대적 격차의 해소와 절대 수준 보장을 균형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여 년 간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제안된 교육복지 관련 법안들은 자원의 한정성을 고려하여 우선 지원 대상을 명시하였다. ‘소득 수준’만이 아니라 문화, 지역, 성, 연령, 장애 등의 요건도 고려했다. “소득과 관계없이 다문화가정 학생을 지원하는 것은 저소득층 학생이나 일반학생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일부 주장도 있으나, 경제적 빈곤의 해소만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삶의 질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인식하고, 최근 유럽의 추세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라는 준거를 사용하여 총체적, 맞춤형적 접근을 시도했던 것이다. 

한편 교육복지 정책의 대상을 소외된 학생 개인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이들이 밀집 거주하거나 재학하고 있는 특정 지역이나 학교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도 있다. 미국은 1965년 연방 초중등교육법 제정 이래 수입이 극히 낮은 학생 개인을 대상으로 정책을 추진해 오다가 1988년 교육복지 관련 규정을 개정하여 저소득학생(무상급식 대상) 비율이 75% 이상인 학교를 지원하는 것으로 지원방식을 바꿨다. 학교 전반의 지원을 통해 누구나 지원받을 수 있게 하는 게 교육복지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 ‘교육의 최소한’ 

교육복지는 해당 사회가 기대하는 교육의 ‘최소한’을 충족하는 일이다. 다만 교육의 최소한은 해당 사회의 재정 여건, 교육복지 예산 규모와 분배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정치적 메카니즘, 민간 영역에 존재하는 교육안전망의 정도, 무엇보다 교육복지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에 따라 달라진다.

교육의 투입에서 최소한은 ‘무상교육의 범위, 학급당 학생 수, 교사의 자격, 형평성(equity)과 관련한 교육재정’ 등과 관련된다. 교육의 과정에서는 최소한의 ‘수업의 질, 교육과정, 학생에 대한 공정한 처우 등’을 담보해야 한다. 교육의 산출에서는 ‘기초학력 보장, 최소한의 교육재정’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한국 정부는 초등학교에서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를 없앤 반면에, 덴마크는 2006년 법을 개정해 공립기초학교에서의 기말고사를 의무화했고, 필수적인 국가시험을 도입했다(윤성현, 2013).

4. 국가의 지원과 개입 방식

한 나라의 복지정책은 ‘탈상품화’와 ‘계층화’라는 기준으로 그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Esping-Andersen, 2007). 탈상품화란 ‘어떤 국가가 그 사회 구성원으로 하여금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도 적절한 수준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본적 서비스를 시민권의 일부로 제공하는 정도’를 가리키고, 계층화란 ‘사회불평등 구조에 개입하여 이를 교정하고자 하는 메커니즘’을 가리킨다.

스웨덴 같은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는 탈상품화의 원칙이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확대된 사회다. 개인이 시장과 가족에 의존하지 않고 홀로 자립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의 구축을 강조한다. 또한 국가가 이민자 및 장애인 대상 통합교육, 아동보육 등에 적극 개입하는 복지제도를 실시하여 계층화의 정도 역시 높다. 독일, 덴마크 같은 조합주의 복지국가는 탈상품화가 강한 사회복지 정책을 추진하나, 사회보험을 통해 직업군별, 계층별로 다른 종류의 복지급여를 제공하기 때문에, 복지제도를 통한 계층화는 낮은 편이다. 국가의 복지적 개입은 가족 구성원의 부양능력 소진에 한정한다. 미국과 같은 자유주의 복지국가는 저소득층에게만 최소한의 공공부조를 제공하고, 복지 의존을 최소화하여 탈상품화의 정도가 약하다. 또 교육이 계층 간 불평등의 완화 수단으로 작동한다고 믿고 사적 영역의 자율성을 강조해 계층화 역시 낮은 편이다.

아동, 청소년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가정이나 지역사회 등 시민사회의 자생력이 축소돼 지역공동체의 교육 안전망 기반이 오히려 붕괴할 소지가 있다. 그렇다고 국가의 역할을 축소하고 모든 것을 시장의 기능에 내맡겨둘 때 허약한 가정과 지역사회가 교육공동체로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사회 양극화가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교육복지 정책에서는 국가의 지원과 가정 및 지역사회의 자생력이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

5. 교육복지의 주체

가정 및 지역사회의 자생력 강화 차원에서 교육복지의 주체를 행정기관만이 아니라 자원종사자를 포함한 시민사회, 가정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육복지 담당 행정기관 역시 지역으로 확산해야한다. 그리고 지역의 문화적 맥락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장항광 어린 아인 실려사 좋나.”의 제주도 속담처럼 양육 정책에 전통문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또한 교육복지 지원 체제를 마련할 때 복지, 문화, 노동, 법무 등의 부서와 상호 연계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방과후학교의 기능을 아동 보호나 학교교육의 보충에 한정하지 않고, 지자체와의 협조 아래 아동 및 청소년의 ‘쉼터’, 이주민 자녀들과 정주민 학생들의 ‘문화적 교류 공간’(Suarez-Orozco, 2003). ‘지역문화학습 공간’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다(김민호, 2014).

참고문헌

김민호(2014). 한국과 미국의 방과 후 학교 운영 및 지원체제 비교. 초등교육연구. 27(1), 1-28.
박주호(2014). 교육복지의 논의: 쟁점, 과제 및 전망. 서울: 박영스토리.
윤성현(2013). 북유럽의 교육복지 법제에 관한 비교법적 연구 : 덴마크. 한국법제연구원.
정동욱(2011). 교육복지정책의 쟁점과 추진방향 연구. 한국인적자원연구센터.
Esping-Andersen, G. (2007). 복지 자본주의의 세 가지 세계. 박시종(옮김). 서울: 성균관대학교출판부.
Suarez-Orozco, M.M.(2003). Globalization and the democratic space: why what happens after school matters. Noam, G.G. et.al. Afterschool education : approaches to an emerging field. Cambridge: Harvard Education Press, 97-102.

교육대학 김민호교수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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