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홍보학과1 박재현

지난 6월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있던 우리는 분노했다. 모교수가 멀티미디어디자인학과 학생들에 심각한 갑질과 성희롱을 했다는 사실을 들었기 때문이다. 제주대는 발칵 뒤집혔고 학생들은 피해 학생들의 편에 서서 진심으로 응원했다. 그때의 분위기로는 사법처리가 빠르게 이뤄질 것 같았다.

 하지만 학생들의 기대만큼 처리 속도에 진척이 없고 하계 방학까지 겹쳐 금방 사람들의 생각 속에 잊히고 있다. 방학이 끝나고 개강이 눈앞에 다가온 이 시점,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더불어 학교의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일단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렵지 않다. 멀티미디어디자인학과 학생들에 지지를 보내고 함께하는 것이다. 물론 개강 후 바빠지는 학교생활을 생각하면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누군가는 각종 행사와 술자리, 파티들이 벌써부터 휴대전화 캘린더를 채우고 다른 이는 취업 준비를 위해 토익 공부, 공무원 시험 준비로 하루를 채워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어물쩍 넘긴다면 또 다시 반복될 것이다. 멀티미디어학과뿐만 아니라 타 학과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때가 돼서야 후회할 것인가?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금 그들의 편에 서서 힘이 돼야한다.

우선적으로 학교의 역할이 요구된다. 첫째, 학교는 교수가 학생들에게 갑질, 성희롱을 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했어야 했다. 피해 학생들의 주장에 따르면 하루, 이틀사이에 일어난 문제도 아니고 1년, 2년간 발생된 문제도 아니었다. 대자보에 명시된 내용들이 몇 년간 일어나는 동안 교내 성희롱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으며, 과연 존재하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앞으로 이런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다시 점검해야한다. 학생들의 폭로에 부랴부랴 조사를 시작하는 것은 사후처벌에 국한될 뿐이다.

 둘째, 조사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물론 조사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고, 감정적으로만 대응할 문제도 아니다. 기간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는 이번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캡스톤 디자인 수업의 주 수강학년은 4학년이고 피해 학생들 또한 4학년이 대다수인 점을 보았을 때 졸업을 앞두고 있어 시간이 더 이상 지체된다면 수사를 진행하기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나 또한 학교의 구성원으로써 제주대학교의 발전을 누구보다 희망한다. 현재 갑질, 성희롱 문제와 관련해서 학교가 전향적인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달콤한 당근이 아닌 매서운 채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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