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출산율 저하다.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이 0.97명이라는 발표는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역대정권들은 많은 정책들을 쏟아 내었다. 막대한 예산이 투여되는 사업들이었다. 그러나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왜일까?

정부의 대책이라는 것이 아이를 많이 낳으면 세제혜택을 주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에 집중되었다. 출산장려 캠페인에도 막대한 돈을 지출했다. 문제의 근원을 찾아내기 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그래서 뭔가를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쉬운 것들만 했다. 숲을 보지 못하고, 아니 보려하지 않고 나무만 보는 격이었다.

한국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충분한 임금을 보장하면 나라경제가 결단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나라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인 일자리를 보장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난리법석을 떠는 나라에서 출산율이 올라가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이제 청년들은 출산은커녕 연애와 결혼조차도 포기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전히 보수적인 문화는 결혼제도 바깥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을 철저히 차별하면서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권장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직업을 가져야만 하는, 그리고 직업을 가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여성에게 가사와 육아라는 지불되지 않는 노동을 전가하는 나라에서 아이를 많이 낳는 것 자체가 경력 단절과 가계 수입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선택이다. 그렇다고 공적인 육아시설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도 아니다. 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공립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확충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사립기관의 반대에 부딪힌다. 왜곡된 경제구조와 노동시장에 왜곡된 사교육시장까지 더해진다. 물론 초·중·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지불해야 할 사교육비와 받아야할 스트레스에 비하면 별것 아닐 수 있다. 이제 무한경쟁의 논리가 지배하는 공교육과 승자만이 웃을 수 있는 입시 제도까지 사람들을 압박한다. 한국에서 부모 되기는 비용이 너무 큰 선택인 것이다.

국가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 모두에서 남성과 여성이 가사와 육아를 분담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지도 못하다. 한국은 OECD 가입 국가들 중 최장시간을 ‘자랑’하는 나라다. 주당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조차 경제계의 저항에 직면하는 나라인 것이다. 도대체 어쩌라는 것인가?

조금은 뜬금없지만 지금 출산율을 떨어트리고 있는 기존의 제도와 관행에 집착하면서 노동력부족을 걱정한다면 차라리 외국인 이주자들에게 문턱을 낮추는 것을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나 우리는 이마저도 근거 없는 인종주의와 시대착오적인 민족주의로 거부하고 있다. 답답하다. 그래서 ‘숲을 볼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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