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업에 시달리는 노동자들 위한 처우개선 필요
배려와 양보를 통해 깨끗한 제주대를 만들자

11월 2일 김병철 민주노총 공공연대 노동조합 제주지부 제주대지회 지회장을 만나 제주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주 공공연대 노동조합은 공항공사, 항만공사, 마사회, 제주도청, 시청, 대학병원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위한 조직이다. 그 중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제주지부 제주대지회는 제주대학교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김병철 지회장을 만나 학내 노동자들의 상황과 제주대학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

▶소속 단체에 대해 설명한다면?

우리 지회는 학내 노동자들의 복지확충과 공공부분 비정규직 제로라는 목표로 설립됐다. 올해 제주대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면서 4월 10일 노동조합 제주대지회를 만들었다.

11월 2일에는 대학과의 9차례 협상 끝에 단체협약이 체결됐고 학내 공식 조직으로 인정됐다. 지회는 학내 환경미화, 캠퍼스관리 조경, 경비, 학생생활관 조리원 등 100여 명의 조합원으로 이뤄졌다.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점을 고발하고 조합원들이 더 좋은 노동환경에서 일 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하루일과는.

지회장으로 선출되기 전 캠퍼스 관리 직원으로 일했다. 현재 연 1,700시간 근로 면제 상태로 지회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오전 7시에 출근해 학내 노동 현장과 각 단과 대학별 휴게실을 돌아보고 조합원을 만나 업무 중 애로사항과 불만사항을 듣고 있다. 오후에는 지부 밖 일을 본다. 최근 ‘제주 감협’과 ‘제주 마사회’ 등 공공부문에서 파업하는 곳이 많다. 기자회견에 공공연대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학내 노동자의 현주소는?

최근 학생생활관 식당에 CCTV가 설치됐다. 학생생활관 측은 조리원이 다칠 시 정확한 산재처리를 하겠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의 동의와 설명 없이 CCTV를 설치했다. 어느 한 곳도 사각지대가 없다. 지회는 학생생활관 조리원들의 인권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철거를 주장했지만, 아직 몇 개의 CCTV가 남아 있다.

학내 조경 관리 노동자는 과업에 시달리고 있다. 제주대학교는 국립대 중 3번째로 큰 캠퍼스다. 반면 캠퍼스 관리직원은 단 3명이다. 세 사람이 상당한 면적을 관리하지만, 그에 비해 임금과 복지가 낮다. 더불어 학내에 차량이 많아지면서 조경 관리에 불편을 겪고 있다. 가로수 관리 작업 중 나무 밑에 주차하거나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작업하다 차량에 흠집을 내 변상한 적이 있다.
 환경미화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제주대학교 환경미화 인력은 학생 수에 비례해 채용한다. 그러나 제주대학교는 학생 수 대비 건물 수가 많고 면적이 커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환경미화 노동자는 84명이 근로 중이다. 각 건물에 인력을 할당하면 건물당 2~3명이 청소를 한다. 교양동 같은 경우 2명이 관리하고 있어 업무량이 상당하다. 또한 노동자들은 대체인력이 없어 월차를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 자체적으로 조합원끼리 상의해 월차를 사용하고 있다.

 경비직 같은 경우 캡스 보안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그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경비를 제로로 만든다는 학교 측 생각이 안타깝다. 아무리 기계가 모든 것을 다 한다고 하지만 경비직을 보존해 온정이 남아 있는 학교가 됐으면 좋겠다.

▶개선해야 할 점.

 결재시스템이 너무 복잡하고 불편하다. 지회의 결정 사항을 대학본부에 전달하려면 행정실-캠퍼스 관리팀-총무과-시설과, 재정과-총장 결재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결정에 대한 답변을 받을 때도 이 과정을 걸친다. 지회 결정을 변경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빠른 속도로 시대는 변해가는데 제주대는 그렇지 않다. 비합리적이고 불필요한 시스템을 줄이고 직결된 결재 시스템이 필요하다.

 단체협약 이후 우리 지회는 제주대 구성원 중 하나로 인정됐으나 아직까지 개선해야 될 점이 많다.

▶노동자 복지를 위한 지회의 노력

학내 노동자들은 원래 용역 파견직이었다. 학교 측은 입찰을 통해 용역시설을 선정했고 소장이라는 자리를 만들어 파견직을 관리했다. 학교는 파견직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들을 위한 복지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다. 예컨대 직접고용 이전에는 학교 건물에 노동자들을 위한 휴게시설은 없었다. 비가림막이 있는 분리수거장이 없어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비를 맞고 쓰레기를 처리했다. 지회는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1차로 학내 9군데에 분리수거장을 설치했다. 또한 교대를 포함해 학내 건물마다 노동자들을 위한 휴게시설을 형성했고 휴게시설에는 냉장고와 냉난방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은 협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11월 7일 대학과 노동자 임금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좋은 결과가 없었다.

아울러 지회는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색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 ‘진보대학생넷’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청소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아라인의 약속’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학교 구성원들에게 학내 노동자들의 근로 시간, 임금 실태를 알렸다.

 또한 지회는 학내 시설물 사용 현황 대한 사진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청소를 하다보면 황당하고 엽기적인 상황이 많다. 화장지 전부가 변기에 들어가 있거나 쓰레기 통이 다 뒤집어져 있을 때가 있다. 이런 현장을 사진으로 남겨 시설물 관리에 경각심을 심어주고 학내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있는지를 알릴 계획이다.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

학교 시설물을 아껴서 사용하면 좋겠다. 아침에 화장실 청소를 하다 보면 변기와 세면대 주변이 지저분할 때가 많다. 화장실을 사용할 때 휴지와 비누를 깨끗하게 사용했으면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가 생활화되지 않아 많은 미화 노동자들이 고생하고 있다. 학내 전체에서 분리수거가 잘 된 경우는 10%밖에 안 된다. 결국엔 쓰레기를 다시 분리해야 한다. 조금 귀찮더라도 분리수거를 잘했으면 한다.

또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는 경우가 많다. 미화 노동자들은 아침마다 담배꽁초를 줍는 것이 일이다. 건물 외곽에는 담배꽁초 통이 있다. 거기에 버렸으면 좋겠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학생들이 조금 더 자기 물건 또는 집이다 하는 마음으로 깨끗하게 학교를 사용하면 좋겠다.

▶제주대 미래에 대해서

제주대학교가 좀 더 멋진 대학으로 변하려면 많은 개혁이 필요하다. 힘없는 노동자들도 직접 고용하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아직도 변화를 못 따라가고 있는 부분이 있어 안타깝다. 대학은 학생, 교수, 교직원이라고 구성됐지만, 지회 조합원분들은 서러움을 받으면서 지내왔다. 몇몇 사람들이 만든 권위적인 정책이 자유롭고 민주적인 정책으로 바뀌었으면 한다. 더불어 학교 ,학생 , 교수, 직원, 노동자들 다 같이 한 공동체에서 생활할 수 있는 그런 제주대학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학생과 교직원들이 학내 노동자와 지회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상당히 큰 힘이 될 거 같다. 앞으로 우리 지회는 제주대학교 노동자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활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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