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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지의 비극’에서 ‘더불어 함께하는 즐거움(與民偕樂)’으로최소한의 자율규제가 전제돼야
더불어 함께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 철학과 김치완 교수
  • 승인 2018.12.0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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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완 철학과 교수

올해 5월 말, 제주대학교 국립대학육성사업 계획서가 제출되었다. 사업명은 “제주형 nPu(national Public university) STEP 사업”으로 정해졌다. 우리대학 비전인 “기본에 충실한 대학,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 중 “기본에 충실한 대학”을 국립대학육성사업의 방향으로 설정하고, 제10대 총장 공약 실천과제를 국립대학 육성사업 영역인 “교육(S)-연구(T)-행정지원체계(E)-공공서비스(P)”로 재분류한 것이다. 정책당국에서 요구했던 ‘대학의 비전, 추진전략과 국립대학 육성사업 영역의 연계성’을 고려해서 ① 제주형 교육체계 구축을 통한 공교육 역량 강화② 지속가능한 학문연구생태계 조성 및 연구지원체제 활성화 ③제주국제자유도시 플랫폼 기반 Open Campus 모델 구축 및 확산을 세 가지 목표로 정했다.

한 해의 끝, 그것도 제주대신문 지령 1000호 기념호에서 지난 봄의 기억을 되살리는 이유는 최근 정치사회 전반에서 ‘공공성(公共性)’이 화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을 앞서 강조했던 우리대학의 국립대학육성사업 계획서는 최고 등급인 A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이라는 공공성의 개념을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은 힘들다. 그래서 베버(Max Weber, 1864~1920)의 합리주의가 공공성을 이해하는 전제로 인용되기도 한다. 합리주의가 관료주의 정신, 곧 ‘sine ira et studio(노여움과 열광을 가지지 않음)’로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서로를 대하는 상황을 합리성과 공공성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로 촉발된 교육의 공공성 문제는 베버의 합리주의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을 성 싶다. 교육부와 한유총의 첨예한 대립은 물론,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3개 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확장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이 자발적으로 인가 받은 비영리기관으로서 재산세와 취득세 등의 세제 혜택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비영리교육기관이라 하더라도 개인사업자가 설립하였으므로 사립초중고에 적용되는 재무ㆍ회계규정을 개인사업자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이러한 반박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사유재산권을 인정하고 시설이용료를 국가가 부담하는 법안 발의를 논의 중이라고 하여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공유지의 비극’은 베버의 합리주의, 더 나아가서는 서양 근대의 합리주의가 가진 모순에서 출발한다. 사유지보다는 공동 방목장에 더 많은 소를 매어 놓는 것이 확실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그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로 공동방목장은 황폐화 된다.

산업혁명시기 영국에서 실제로 이런 일을 겪으면서 서양 근대는 공동방목장을 사유화하는 방안을 찾았다. 곧 초지를 분할 소유하고 각자의 소유지에 울타리를 치는 ‘인클로저 운동(enclosure movement)’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진입이 개방된 ‘열린 접근 체제(Open access)의 비극’을 ‘코먼스(Commons)의 비극’으로 오해한 데서 비롯된 비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물론, 그 밑바닥에는 인간이 이기적인 존재라는 불신이 뿌리 내리고 있다.

오스트롬(Elinor Ostrom)이 주목한 코먼스(Commons) 개념과 꼭 일치하지 않지만, 동아시아 전통 사유에서는 권력자의 덕목인 ‘여민해락(與民偕樂)’과 백성의 덕목인 ‘선공후사(先公後私)’가 있다. 여민해락은 백성을 위하고, 함께 할 때는 군주 개인의 욕망과 권력조차도 공적인 영역에서 용인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백성들의 욕구와 삶도 공적인 영역이 우선 전제될 때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 선공후사의 원리다. 물론 여기에는 인간이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자율규제가 가능한 존재라는 신뢰가 전제되어 있다. 국립대학육성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안타깝게도 ‘최소한 나눠먹기라도 하자’는 주장들과 만난다. 공유지의 비극과 인클로저의 비극적 결말을 피하려면, 제주지역 거점국립대학의 일원으로서 최소한의 자율규제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야 ‘더불어 함께하는 즐거움’을 진정으로 누릴 수 있다.

철학과 김치완 교수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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