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과도한 인상요구, 지식 생태계 위해 구독중단”
디비피아 “인상률 사전에 공지, 돌연 보이콧 유감”
논문 구독서비스에 대한 개선책 마련해야

중앙도서관(관장 양명환 체육학과 교수)이 2월 1일부터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 업체인 디비피아(DBpia)와의 구독 중단을 선언했다. 디비피아는 226만편의 논문을 보유한 국내 최대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 업체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학교와 디비피아가 학문을 두고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연구자들의 논문은 작성 후 비용을 지불해 학회에 게재된다. 이런 논문들은 학술DB업체를 통해 구독료를 지불하고 볼 수 있다. 학술논문업체는 학회에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전자전송권’을 양도받아 온라인 상에서 서비스한다. 개별적으로 다운로드를  받을 경우 편당 가격은 6000원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학교 및 공공기관 등은 업체와 계약을 맺어 사용자들에게 학술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중앙도서관과 디비피아의 갈등

중앙도서관에 따르면 2017년 제주대가 전체 논문구독료로 지출한 비용은 8억4000만원이다. 이중 6억8000만원이 해외업체, 국내 업체에는 1억6000만원이 지급됐다. 제주대의 디비피아 학술 원문다운로드 건수는(2017기준)7만3690건이다. 2위 KISS(4만569건)와 3위인 교보스콜라(2만5945건)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학교와 디비피아 측의 계약기간은 2019년 1월 31일로 종료됐다. 추가계약을 맺어야했지만 제주대를 포함한 국공립대학도서관협의회는 디비피아의 인상요구로 인해 구독중단을 선언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디비피아가 제주대에 요구한 구독료(조기계약할인, 보증보험료가 포함된 가격)는 2018년 4220만원, 2019년은 4491만원이다.     

양명환 중앙도서관장은 1월 18일 디비피아 구독중단에 대한 호소문을 통해 “대학의 구조조정 작업과 등록금 동결 등 대학 재정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자자료 구독의 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디비피아 측은 9% 이상의 인상률을 고수했고, 향후에도 인상률 타협은 없을 것임을 통보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이어 “디비피아의 주장은 과도한 가격 인상요구이며, 건전한 지식생태계 유지를 위해 구독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디비피아 측은 다른 주장을 펼쳤다. 디비피아 관계자는 “기존 계약서에 따르면 제주대학교의 2019년 인상금액은 271만원이고, 2018년 구독금액 대비 이용량은 논문당 425원 수준이다. 학교 측에서 주장하는 과도한 인상이라는 것은 271만원(약 6.43% 인상)인데, 제주대학교 학생 한해의 평균 등록금인 378만원보다 적은금액이다.

그는 이어 “2018년 2월 20일에 2018년~2020년도(3년 조건)구독금액을 포함한 제반 구독조건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며 “조건으로 할인혜택을 옵션으로 제공했고 앞으로의 구독금액과 인상률에 대해 미리 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돌연 보이콧 해버렸다”고 덧붙였다.

또한 “계약당시 3년 구독조건을 수락한다는 입장을 간주해 계약을 맺은 것이다”며 “단년조건과 3년조건이라는 두가지 옵션을 제시했다. 3년 계약은 제주대에서 선택한 것이고 그에 맞는 가격 테이블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허정임(중앙도서관) 수서관리과 팀장은 “다년조건은 다년계약이 아니다. 대학이 돈이 없으면 못하는 것이다”며 “올해부터 해외 논문업체 서비스에 대해서도 이런 방법으로 협상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디비피아는 약 2200여종의 학회지를 갖고 있지만 이중에 우리대학의 이용량이 활성화된 것은 800여종이다”며 “활성화된 학회지 중 한국연구재단(KCI)을 통해 최근 3년 이내의 자료중 90% 정도를 무료로 볼 수 있다. 부족한 10% 정도의 논문은 도서관에서 최대한 협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래된 갈등, 구성원들의 의견은

대학과 학술논문업체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DB업체는 지속적으로 가격인상을 요구했고, 학교 측은 재정의 악화로 인해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협상이 결렬되는 상황 속에서 피해는 학내 구성원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일반대학원에 재학중인 익명의 대학원생은 “개인적으로 논문을 다운로드 받을 경우 편당 6000~7000원이 소요된다. 논문을 쓰는 학기에는 20~30편씩 보는데 부담이 된다”며 “서로 양보하지 않는 치킨게임이 지속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학구성원들이 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문연구가 걸려 있는 문제인 만큼 논문구독서비스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치완(철학과) 교수는 “논문을 쓰는 입장에서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기다리기 힘들다. 당장 써야하는 경우에는 업체의 요구를 들어서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게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결책에 대해 그는 “정치적으로는 거점국립대연합회 같은 지역네트워크 학술연동을 통해 공동으로 대응하며, 국립대 육성사업을 통해 재원을 보조하는 등의 지역의 연구자들을 배려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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