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이슈 돌아보기: 현안과 전망(하)

좌 동 철제주신보 정치부장

2019년 기해년이 밝았다. 올해 제주지역은 5조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인 제주 제2공항 건설과 행정체제 개편,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원 여부 등 여러 현안들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주요 이슈에 대해 도민 사회는 찬·반으로 나눠지거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현안 해결을 위한 도민 공감대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제주이슈를 상ㆍ하로 나눠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에 있는 녹지국제병원 전경.

▲녹지국제병원 개원 여부 촉각=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오는 3월 초 개설이 불투명해지면서 헬스케어타운 개발 사업도 흔들리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18냔 12월 5일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외국인만 진료하도록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줬다.

제주도에 따르면 의료사업 허가를 받은 녹지국제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3개월(90일) 이내인 3월 4일부터 진료를 개시해야 한다.

이 때까지 병원 문을 열지 않으면 청문회를 거쳐 의료사업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녹지국제병원이 2017년 8월 제주도에 개설 허가를 신청할 당시 의사 9명, 간호사 28명, 간호조무사 10명, 국제코디네이터 18명 등 의료팀 외에 관리직 등 모두 134명을 채용했다.

그런데 1년 5개월 동안 개원이 지체되면서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 진료과에 채용한 의사 9명 전원이 사직했다. 녹지국제병원이 오는 3월 초 진료를 개시하려면 의사면허증을 제출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의사는 단 한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설 연휴가 끝나는 2월 중순까지 의사를 채용하지 않으면 진료 준비 부족으로 사실상 개원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앞서 녹지그룹 측은 내국인 진료를 금지한 데 대해 항의하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받을 경우 수익이 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녹지그룹이 병원사업을 철회하고 8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손해배상 명목으로 청구하기 위한 소송도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진료 개시일이 다가오는 가운데도 투자자인 녹지그룹이 녹지국제병원 개원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면서 의사 채용도 미뤄지고 있다”며 “건강검진 등 기초진료가 가능한 가정의학과부터 우선 개설될 수 있도록 협조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2015년 12월 18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 총 사업비 778억원을 투입해 2017년 7월 28일 제주헬스케어타운 부지(2만8163㎡)에 47병상 규모의 녹지국제병원을 준공했다.

이어 의사와 간호사 등 인력 134명(도민 103명)도 채용했고, 이어 한달 뒤인 8월 28일 제주도에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신청했다.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토론회가 2018년 10월 3일 제주도 인재개발원 대강당에서 열렸다.

그러나 의료 영리화와 관련해 도내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했고, 지난해 2월 제주도에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서가 접수됐다. 이후 숙의형 공론조사가 진행됐고, 지난해 10월 4일 ‘불허 권고안’이 제출됐다. 반대 의견이 58.9%로 찬성 의견보다 20%포인트 가량 높았다.

이후 불허 권고안을 최대한 수용하겠다던 원희룡 지사는 2개월간의 고심 끝에 권고안을 뒤집고 조건부 개설을 허가했다.

원 지사는 공론조사 결과를 수용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도민들의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비난은 달게 받고 정치적 책임도 지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고,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한 이유는 국가적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적극 동참하고 감소세로 돌아선 관광산업의 재도약, 건전한 외국투자자본 보호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그동안 우려가 제기돼 온 공공의료체계의 근간을 최대한 유지하고 보존하려는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거듭 밝혔다.

특히 지역경제 문제 이외의 구체적인 허가 사유로 △투자된 중국자본에 대한 손실 문제로 한·중 외교문제 비화 우려 △제주는 정부가 지정한 국내 유일의 국제자유도시인 결과 외국자본에 대한 행정신뢰도 추락으로 국가신인도 저하 우려 △사업자 손실에 대한 민사소송 등 거액의 손해배상 문제 △현재 병원에 채용돼 있는 직원 고용 문제 △토지의 목적외 사용에 따른 토지 반환 소송의 문제 △병원이 프리미엄 외국의료관광객을 고려한 시설로 건축돼 타 용도로의 전환 불가 △비상이 걸린 내·외국인 관광객 감소 문제 등을 제시했다.

제주도의 허가 발표 이후 도내 시민단체를 비롯해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의당 등 각계각층에서 반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영리병원 철회 청와대 국민청원, 철회 촉구 촛불집회까지 개최되는 등 논란은 커지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공공의료체계 붕괴 및 의료비 폭등 등을 우려하며, 도지사 퇴진론과 주민소환 움직임까지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지역주민과 제주상의 및 서귀포상공회 및 관광협의회 등은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고부가가치 산업육성,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녹지국제병원 허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도민사회 갈등 해소를 위한 원희룡 도정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당분간 녹지국제병원 같은 영리병원은 더 이상 나오기 힘들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영리병원 정책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지난해 12월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영리병원 허가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병원 개설 허가권자가 제주도지사로 정해져 있어 발생한 특수한 경우”라며 “제주를 제외한 경제자유구역에서는 개설 허가권자인 복지부가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녹지국제병원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개설 허가 조건으로 내세운 ‘내국인 진료 차단’에 대한 법적 정당성이 쟁점이다.

녹지국제병원측은 제주도에 공문을 보내  “내국인 이용 제한은 의료법에 위반된다”며 외국인 전용 조건으로 허가가 난 점에 ‘유감’을 표명했다.

내국인 진료를 거부해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고발이 이뤄지고, 법원에서 위법 판단이 내려진다면 진료 대상을 내국인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제주도가 내국인 진료를 거부한 것에 대해 의료법 등 관련 법률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놓는 등 내놨다.

제주도는 필요하다면 ‘제주특별법’상에 내국인 진료 금지 조항 등을 신설하는 법 개정을 추진도 검토하고 있어 법적 다툼의 소지는 남겨놓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제주도의회에서는 국내 의료법인의 우회투자 의혹도 제기되며 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에 따른 논란은 좀처럼 가라않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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