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소 운   국어국문학과 1학년

재수생은 흔히 현역이라고 불리는 고3보다 더욱 절실해야 한다. 남들보다 한 단어라도 더 외워야 하고 한 문제라도 많이 풀어야 한다. 재수학원에서도, 인터넷 강의에서도, 주위에서도 수없이 강조한다.

스스로 채찍질해가며 제대로 된 휴식도, 친구와의 만남도 없이 공부만 해야 한다. 이렇게 공부해서 성공한 모델이 많으니까, 모두 그렇게 공부하라기에 자신을 고문한다.

나 또한 그렇게 공부했고 9월 모의평가 때까지는 성적이 현역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왔다. 하지만 1월 말부터 몰아치던 휴식 없는 생활과 페이스 메이커 없이 홀로 달려온 탓에 점점 망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수능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필 국어는 역대급으로 어려웠고 제일 잘하던 영어는 그 여파 때문인지 바라던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성적이 나오고 모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고 우울하기만 했다.

아마 쉼 없이 달려온 탓인지 9월 이후부터는 공부도, 일상생활도 집중이 힘들었고 그저 권태롭기만 했다. 처음부터 너무 집착하고 일희일비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날이 반복됐다.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사실은 없었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원하던 대학에 가지 못하고 이곳에 온 것이 후회스럽다는 내용이 아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단계가 있기 때문에 혼자 조급히 움직인다고 주위의 환경과 상황은 원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조바심을 낼수록 할 수 있는 일은 틀어지고 자신했던 것에서 실수하기 마련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관용구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급한 마음에 자신을 혹독한 상황으로 내몰고서 깊게 생각하는 시간을 두지 않는다. 그 순간 실수를 하게 되고 다시 조급해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무한 반복되는 상황을 겪지 않으려면 침착해질 필요가 있다.

나는 ‘재수생’이라는 부담감 아래 너무 조급히 굴었다. 잠을 잘 시간, 밥을 먹을 시간을 줄여가며 줄기차게 공부만 했다. 하지만 결과는 현역 때 보다 좋지 않았다.

원하는 결과를 얻고 싶다면 휴식을 취할 줄 알아야 한다. 목표가 눈앞에 있는데도 시간을 죽이며 놀라는 말이 아니다. 사람은 기계와도 비슷해서 쉼 없이 달리기만 한다면 목표에 도달하지도 못한 채 나가떨어질 수도 있다. 중간에 한 번씩 자신이 너무 성급하게 굴고 있지는 않은지, 옳은 길로 나아가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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