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라산이 사라졌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제주마저 결코 미세먼지 청정 지역이 아님을 실감한 사건이었다.

최근에 ‘에어 노마드(Air Nomad)’라는 말도 생겼다고 한다. ‘공기’와 ‘유목민’이라는 단어를 합친 것으로, 미세먼지나 대기오염을 피해서 공기가 좋은 곳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라고 한다. 비슷한 단어로 ‘공기 난민’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이 역시 미세먼지 없는 다른 지역이나 국가로 피난을 가는 사람을 의미한다.

물론, 미세먼지가 만들어낸 것은 비단 신조어뿐이 아니다. 지난 3월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국민의 82.5%가 미세먼지에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은 방사능이나 유해화학물질에 관한 불안보다도 더 높은 수치라고 한다.

국민들이 미세먼지에 얼마나 불안과 고통을 느끼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미세먼지는 우리 삶을 점점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으로 인한 경제 피해는 연간 11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조사됐다. 하지만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는 단지 경제적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미세먼지에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우려하는 까닭은 우리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문제라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미세먼지는 몸 속 깊이 침투하는 발암물질로 알려졌으며, 어린이와 노약자의 건강이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심한 날은 외출 자체가 꺼려지기 때문에 운동이나 야외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니 추가적으로 건강과 생활에 불편이 가중되기 마련이다.

요컨대, 미세먼지는 우리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린다. 미세먼지가 즉각적으로 호흡기 질병이나 다른 건강 문제를 일으키지 않더라도 국민 전체의 행복도를 낮추는 공공의 적인 셈이다. 앞으로 대기 오염 문제가 계속 된다면 미래 사회와 미래 세대의 전망은 더 어두울 것이다. 사정이 그렇다면, 모든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미세먼지를 줄이는 일은 생각보다 풀기 어려운 숙제다. 실효성 있는 미세먼지 저감 정책이 수립되어 제대로 시행되는 것도 그렇고, 중국 같은 국외의 오염원을 줄이는 외교적 노력은 더더욱 쉽지 않다. 하지만 풀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다각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하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미세먼지의 불안을 더욱 키우는 것은 정확한 정보를 모른다는 데 있다.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에 대한 실제 위협이나 효과적인 대처 방법을 저마다 달리 말한다. 국민들은 극도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적절한 언론 보도 역시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고 청정한 공기를 호흡하는 데 큰 몫을 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행복하게 숨 쉴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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