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해 건

편집국장

얼마 전 프로야구 A구단은 소속선수 B를 임의탈퇴(임의탈퇴 선수는 구단의 동의 없이는 계약을 하지 못함)처리했다. 구단에서 기대를 많이 했던 선수이기에 판단에 관심이 쏠렸지만 A구단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중징계 처리했다. 다른 구단들은 비슷한 사례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했지만 A구단은 팬들을 실망시키게 해서 죄송하다며 강한 처벌을 했다. 팬들은 ‘사이다를 마신 것 같다’며 환호했다.

사회적으로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문제가 화두다. 대학에서는 교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가 되고 있다. 성추행, 갑질사건 등 몇몇 대학교수들은 자신의 우월적 위치 등을 악용해 문제를 일으킨다. 일각에서는 교수가 저지른 행동이 ‘대학교수’라는 주어를 빼면 범죄자와 다를 게 뭐냐는 질문을 한다. 

2019년 2월, 서울대 A교수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대자보가 게시됐다. 대자보에는 A교수의 성폭력 정황과 함께 ‘정직 3개월’을 권고한 학내 인권센터의 결정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 대학에서 미투가 시작된 지 1년이 넘었지만,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학생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는다.

제주대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 예술디자인대학 산업디자인학부 멀티미디어 전공 학생들은 A교수의 갑질, 성희롱 폭언 등을 언론에 공개하며 파면을 요구했다. 병원 내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 등 갑질을 한 H 교수도 있었다. 또한 경상대의 모 교수는 자신의 차에서 여제자를 성추행했다. 사범대의 모 교수 또한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대학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은근슬쩍 가해자의 허물을 덮어줬다. 솜방망이 처벌을 진행한 것이다. 멀티미디어 교수에게는 6개월의 조사 끝에 파면을 결정했지만 다른 교수들에게는 정직 3개월, 수업배제 등의 조치를 내렸다.

송석언 총장은 3월 6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에 제기된 일련의 의혹을 학내에서 벌어진 개인의 일탈 행위가 아닌 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 침해로 인식하고 있다”며 “예방과 대책의 책임이 있는 대학의 장으로서 직ㆍ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2월 27일과 3월 5일 등 두차례에 걸쳐 총장 직권으로 해당 교원 전원을 수업에서 배제시켰다”면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더 큰 처벌을 해야한다며 주장했다.

1952년 개교한 제주대는 최근 약학대학, SW대학, LINC+2단계사업 등에 선정되면서 질적, 양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의 대학교수들이 보여주느 모습은 학내 구성원들과  지역사회를 난감하게 한다. 

1만명 이상이 생활하고 있는 종합대학의 특성상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대학당국은 이를 솜방망이 처벌로 마무리지으려한다. 솜방망이는 사용할수록 부드러워진다. 이런 식의 징계가 계속된다면 잘못된 전례를 남기게 되고 처벌수위를 결정할 때 참고 사례가 된다.

‘기본에 충실한 대학,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이라는 슬로건에 맞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수들이 학생들과 수평적인 위치에서 서야 한다.교수들이 우월적 지위의 모습을 보여주며 상대적으로 약자인 학생에게 성추행, 갑질 등을 시도한다면 제주대학의 신뢰도는 떨어질 것이다.  제주대학의 발전을 위해 교수들의 윤리의식과 대학의 강한 엄벌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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