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걸해양시스템공학과 3

다문화가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 피부색은 까무잡잡, 가난한 소외계층이며 그 자녀는 왕따를 당하는 도와줘야 할 존재라고 생각하는가? 지금 한국의 대부분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각종 포털사이트의 연관검색어와 이미지 검색만 해봐도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런 이미지는 보편적이라 할 수 있다. 나 또한 이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쉽게 경험하지는 못할 특별한 일로 생각을 바꿨다.

고등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은 학생들이 지금까지도 공부는 충분히 많이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덧붙여 자신의 제자는 교과서 속뿐만 아닌 더 넓은 세상을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업과는 전혀 관계없는 활동들을 많이 진행했다.

그 중 한 프로그램인 ‘Help’라는 인권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정혜실 작가는 다문화 가정이 아직 낯설던 1994년에 파키스탄인인 남편과 결혼하시고 다양한 인권운동을 하시는 분이다. 교과서와 TV에서 들어왔던 것과 같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잘 대해주라는 뻔한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인터뷰에 임했다.      

하지만 인터뷰 당일 정혜실 작가는 다소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했다. ‘다문화 가정 자녀에게 잘해줘라, 특별히 신경 써줘라’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잘해준다’라는 것 자체가 어떤 쪽이 좀 더 우위를 가지고 있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녀가 자녀의 담임에게 들었던 말 중 하나가 “얘를 어떻게 대하죠?”였다. 이에 대한 대답은 “잘해주고 신경 써줘야 할 것 같다.”였다. 이는 내게 큰 충격이었다. 다른 학생과 다를 바 없지만 단지 다문화 가정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직 얼굴도 본 적 없는 선생님에게 동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 놀란 것은 작가님의 아들 이야기다.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에 너무 재미없는 수업이라 그 시간에 대부분의 아이가 잤지만 담임선생님은 작가님을 불러 아들이 한국어가 안돼서 수업 시간에 따라오지 못하고 잔다며 연락을 했다고 한다. 다들 자는 와중에 유독 정혜실 작가님의 아들만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된 이유도 다문화 가정 아이는 부족하고 신경을 써줘야 한다는 것이 전제됐다. 아들이 학교에서 겪은 일을 들으니 더 공감되고 마음에 와닿았다. 내 생각이 변한 계기가 됐고, 삶의 고정관념을 바꾸게 된 중요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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