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후 철학과 3

크리스마스 길거리엔 캐롤이 많이 들려온다. 귀에 익은 것부터 올해 새로 나온 곡까지 마치 한 곡처럼. 언젠가 Pentatonic의 ‘Evolution of Music’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11세기부터 21세기까지의 팝송 역사 중 대표적인 곡들을 들을 수 있었다. 여기서 나를 더 놀라게 한 것은 노래의 편집이다. 한 노래에서 다른 노래로 넘어갈 때 어색함이란 찾아 볼 수 없었다.

어릴 적 나이 차이가 많은 누나들 덕분에 또래보다 다양한 음악을 접해 볼 수 있었다. 특히 Billy Joel의 Piano man에 매료되어 있었다.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하여 긴장감이 늦춰져 있을 때였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분위기 전환을 위해 노래를 들려주셨다. 바로 그 곡이었다. 졸음이 몰려와 잠시 멍해져 있던 정신이 화들짝 돌아왔다. 즐겨 들었던 초등학교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누나들과 함께 들었던 장면, 소파에 누워 눈을 감고 들었을 때의 평화로웠던 장면이 떠올랐다. 하모니카 독주 부분을 듣고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억도 되살아났다.

얼마 전, 아는 분이 ‘응답하라 1994’라는 드라마에 대한 얘기를 꺼낸 적이 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우리 세대가 즐기던 노래가 나오니까 옛날 생각나지. 또 시작하는 부분만 들어도 가사가 다 떠올라서 따라 부르게 되더라” TV를 즐겨보지 않는 나로서는 100% 공감 할 수는 없었지만 그 분이 한 말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었다. 이런 것은 한 때 ‘불후의 명곡’이나 ‘나는 가수다’와 같은 프로그램이 사랑받는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그냥 한 가수의 노래라기보다는 그 음악을 들었던 시절의 추억 때문일 것이다.

노래는 힘이 있다. 슬플 때 노래로 이겨내기도 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도 있다. 과연 요즘에 나오는 노래는 어떨까. 요즘은 앨범을 디지털 싱글로 내는 일이 많다. 여러 곡을 담은 CD가 아닌 인터넷으로 한 곡만을 발표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선호하는 가수의 앨범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곡과 곡사이 발표하는 기간이 짧아서 완성도가 떨어진다. 또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워 시간이 흐른 후에 예전처럼 추억을 곱씹을 수 없게 될지 모른다. 물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그에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음악만은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을 추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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