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은 건축공학과 1

가을은 아주 근사한 계절이다. 극단적이지 않은 날씨, 차분한 공기 그리고 낮아진 온도가 나뭇잎을 물들이게 해 빚어낸 멋진 풍경까지, 박수칠 때 떠나는 아니 박수치기 전에 떠나는 가을의 모습은 멋지다 못해 쿨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가을이 지난 뒤 당신이 추위를 느끼는 이유는 겨울이 와서가 아니라 가을의 쿨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을은 다른 계절에 비해 매우 짧기 때문에 가을을 만끽하는 방법을 아는 건 생각보다 중요하다. 가을을 만끽할 방법을 찾다가 가을이 다 가버릴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가을을 맞이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첫 번째, 평소 목 운동을 해두자. 가을은 바야흐로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그러니 한껏 높아진 하늘을 수시로 감상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목 운동을 해 두어야 한다. 가을을 즐기려다 담이 오면 곤란하니 말이다.

두 번째, 눈썰미를 기르자. 가을엔 낙엽을 주워야 하기 때문이다. 형형색색의 수많은 낙엽들 중에서 가장 근사한 것을 골라야 하기 때문에 눈썰미가 상당히 중요하다. 낙엽을 줍는 행동은 참 올드하다. 낙엽을 주워 코팅을 하고 그날의 날짜까지 적어보자. 거기에 코팅된 낙엽을 책갈피로 쓰면 완벽하게 올드해질 수 있다. 때로는 올드한 것이 여느 다른 새로운 것들보다도 새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코팅된 마음을 주변 사람에게 선물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세 번째, 코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가을엔 쌀쌀한 새벽 공기를 맡으며 사색에 잠겨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새벽 공기를 맡으며 생각해보자.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심해보고 자신의 자아를 찾는 시간을 가져보자. 무엇보다 조금만 방심해도 잃기 쉬운 것이 자기 자신이다. 가을 새벽 마음속 수오재를 짓는 시간을 가지자.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다. 사실, 자신감은 계절과는 상관이 없다. 그냥 가을 핑계를 대고 자신감을 가져보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할 때든지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믿자. 자신이 없어도 그냥 자신 있게 해보자. 무엇이든지 부딪혀 보고 난 뒤에야 별거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법이다.  가을을 맞이하는 자세에 관해 얘기해 보았다. 조금 웃기긴 해도 눈 감아 주자. 가을은 근사한 계절이니까.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