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사는 우리들은 기계 같은 삶 속에 놓여 있다. 세상 모든 것이 1과 0 두 가지로 구분하여 무한정 가공된다. 숫자로 기록되기 때문에 배열 형태를 바꾸기만 하면 된다. TV는 더 이상 바보상자가 아니라 지능상자로 변했다. 십 수 년 전에는 지상파 3개 채널만 선택하면 됐지만, 지금은 수백 개 채널을 선택해야 하는 고통을 겪는다.  

우리들은 넘쳐나는 정보량에 묻혀 살고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러닝머신,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쏟아져 나오는 혁명적 지식을 받아들이기도 벅차다.   이 모든 것이 디지털 혁명에 기반을 둔다.  

일과 휴식의 구분 역시 없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하나로 곧 일터가 되고, 그러한 디지털 환경에 잘 적응해 사는 것이 곧 개인의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일하고 생활하는 창조적인 사고방식을 강조하는 세상에 살고,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세상에서 미국 일리노이대학 로버트 맥체스니 교수는 <디지털 디스커넥트>라는 저서를 통해 진정한 인간의 삶을 위해서는 디지털과 절연해야 하며,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와 인간의 존립, 평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해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 책에서 그는 지난 20여 년간 변화해온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관찰했다. 인터넷 발전과 디지털 확장이 자본주의 이윤축적 욕망과 국가권력 지배 전략이란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짚어낸다. 

기업은 개인정보를 디지털화한 뒤 이윤 추구를 위해 유통시킨다. 국가권력은 사회 통제를 위해 개인정보를 활용한다. 인터넷 네트워크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지양하며, 시민들이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위해 적극 참여하자고 제안한다. 더불어 ‘디지털 디스커넥트’를 위한 희망의 근거를 마련해야 할 국면에 오늘날 기술 문명과 정치문화를 다른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자연인’이 아닌 이상 디지털과 완벽히 결별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도 엄연히 아날로그적 가치가 존재하는 현실 세계의 일부분이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적 삶에서 아날로그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데서 기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삶의 실천과 일상사에서 아날로그적 생활을 벗어난 디지털 세상은 바람직하게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기계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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