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심리학 (21세기북스)로버트 치알디니/이현우 역

지금을 가리켜 ‘심리학’의 시대라 일컫는다. 그 심리는 무엇일까? 심리를 알면, 마치 유리창을 들여다보듯이 그 사람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은 믿음 때문이다.

나 역시 타인의 심리가 궁금했다. 많은 심리학 서적 가운데 내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설득의 심리학>이었다. ‘설득’과 ‘심리학’이라는 두 단어가 주는 묘한 흡입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일반 교양서적처럼 술술 읽히는 쉬운 책은 아니다. 다분히 학술적이면서 전문적이다. 번역자인 이현우 교수에 따르면, 이 책은 미국 유학 시절 수업교재였다고 한다. 

대학 교재가 대중 교양서가 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이미 2002년에 전 세계 26개국에 번역되어 400만 부 이상 판매됐고, 한국에서도 2002년 번역된 이래 100쇄가 넘었다. 

내가 이 책을 다시 주목하게 된 것은 지난 학기 ‘설득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준비하면서이다. 제목이 보여주듯이 이 책의 핵심은 ‘설득’에 있다. 사람들은 왜 ‘설득’하려 하는가? 사람들은 왜 ‘설득’ 당하지 않으려 하는가?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B. Cialdini)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설득 법칙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상호성의 법칙은 ‘기브 앤 테이크’에 기초한다. 사람은 호의를 받으면 다시 보답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누구에게든 신세를 지면 부채 의식을 갖도록 조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관성의 법칙은 ‘심리적 일치성’에 대한 압력을 이용한다. 사람들은 과거의 행동이나 결정의 방향과 일치될 때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나아가 일관적이지 못한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회적 통념은 일관성의 법칙을 더 강력하게 만든다. 

사회적 증거의 법칙은 ‘다수의 영향력’에 근거한다. 사람들은 의사결정의 순간에 다수의 다른 사람들이 내린 판단을 결정의 근거로 삼는다는 것이다. 사회적 증거에 부합하는 행동을 할수록 실수할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호감의 법칙은 ‘유사성과 익숙함 등의 조건’에서 유발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부탁을 웬만하면 들어준다. 상대에 대한 호감이 의사를 판단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권위의 법칙은 ‘맹목적인 복종’에 기초한다. 사회적 권위를 지닌 사람을 신뢰하게 된다는 것으로, 이 법칙에서는 힘의 논리가 작동한다. 종종 힘에 의한 복종은 심리적 안정감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희귀성의 법칙은 ‘소수의 가치’에 근거한다. 무언가가 귀하다고 생각되면 자연스럽게 ‘소유욕’이 발동된다는 것이다. 이는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설득 법칙이 보여주듯이 이 책은 일상적인 설득 상황들을 심리적으로 접근하여 그 원인을 밝혀내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으나 지각하지 못했던 현상들을 6가지 법칙으로 분류하여 체계화했다는 데에 이 책의 의의가 있다. 소소한 일상에서 심리학 소재를 발굴한 저자의 관찰력과 이를 바탕으로 <설득의 심리학>을 완성한 점은 이 책이 갖는 가장 큰 미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도 함정은 있다. 이런 법칙들이 어쩌면 수많은 설득 상황들의 통계수치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다양하듯 설득 상황도 다양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일반화의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 또한 이 책에서 인용하고 참고한 문헌들은 우리나라와 문화가 사뭇 다른 미국에서, 그리고 비교적 오래전에 출판된 것들이다. 사람의 심리도 시공간 지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형’설득의 심리학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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