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절벽과 구상나무 장관 이뤄 관능미 최고
체력소모가 많은 겨울산행, 철저한 준비 필요해

영실코스에서 바라본 한라산 윗세오름

◇정상보다 값진 풍경

영실코스는 하얀 옷을 갈아입은 기암절벽과 구상나무 숲, 윗세오름 일대에 탁 트인 설원의 장관까지 다양한 광경이 펼쳐져 산을 오르는 게 지루하지 않다. 한라산의 관능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며 자연이 깎아놓은 바위들은 물론 각종 한라산의 동식물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한라산 정상 남벽 분기점까지 탐방이 가능한 영실 탐방로는 정상인 백록담까지는 도달할 수 없다. 그러나 영실 코스는 비교적 짧은 탐방로로 등산을 자주 하지 않은 초보자들에게도 오르기 쉬운 곳으로 겨울철 인기 코스로 꼽히고 있다. 영실탐방안내소-영실휴게소-병풍바위-노루샘-윗세오름-남벽분기점에 이르는 길이 5.8㎞의 탐방로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겨울산행

설경이 장관을 연출해 능선과 계곡에 펼쳐진 은빛 물결과 함께 아름다운 눈꽃 감상이 매력적인 한라산 겨울 산행은 다른 산행에 비해 체력 소모가 많고 기상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므로 반드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헛걸음을 피하기 위해 출발 전에 기상청의 산악기상 예보와 한라산국립공원의 탐방 통제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고순향 세계유산본부장은 “산행 전 겨울철 한라산의 추위와 눈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하고 체감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저체온증이나 동상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방한복, 비옷, 여벌복 등 겨울산행에 적합한 복장과 아이젠 등 장비를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며 “산행 중 몸에 이상이 있을 때는 무리한 산행은 피하고 가까운 주변에 있는 국립공원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자동차 보다는 가급적 안전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버스는 영실탐방안내소 까지 운행돼 입산통제 시간 12시 전 까지 영실 휴게소에 도착하려면 여유있게 출발해야 한다. 관광객 허윤재(38)씨는 ”작년에 정보를 모르고 영실휴게소 아닌 영실 탐방안내소에 12시까지만 도착하면 입산이 가능한 줄 알았다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며 “올해는 아침 일찍 부터 출발해 영실코스를 갈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본격, 눈꽃세상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따듯한 날씨였다. 신종 코로나 여파가 무색할 만큼 평일인데도 탐방안내소 입구부터 남녀노소 할 거 없이 많은 사람들과 차로 붐볐다. 올해 2월부터 성판악, 관음사 코스가 예약제로 변경돼 미처 예약을 하지 못한 사람들도 영실코스로 온 듯했다. 등산로 초입 부터 눈 덮인 설경 속에서 한라산 위에서 부터 내려온 계곡 물이 흘렀고 울창한 소나무 숲길 또한 펼쳐졌다. 숲길을 30분 정도 오르면 명승 제84호 영실기암과 병풍바위를 가까이에서 구경할 수 있는 긴 오르막길이 펼쳐진다.

영실기암은 병풍바위와 오백나한으로 구성되어 있다. 골짜기 서쪽으로는 수직으로 깎아지른 거대한 기암절벽인 병풍바위가 골짜기를 둘러싸고 있는데, 1,200여 개의 돌기둥이 석벽처럼 가지런히 붙어 있어 마치 병풍을 쳐 놓은 것 같다 하여 병풍바위라고 부른다. 오백나한 바위에는 ‘옛날에 500명의 아들을 둔 홀어머니가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죽을 쑤다 가마솥에 빠져 죽었는데, 아들들이 죽을 퍼먹다 어머니의 뼈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 굳어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계단을 오르다 보면 발아래로 펼쳐진 크고 작은 오름군들이 보였고 영실 기암 위에 도착했다. 눈앞에는 마치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의 하얀 배경이 펼쳐졌다. 수평선에 보이는 구름과 눈은 하나인듯 했고 저 멀리 우뚝 서 있는 윗세오름은 장관이였다. 앞에 보이는 등산객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등산로 가장자리 부분에 쌓인 눈은 지지층이 약한지 사람들의 발걸음을 내딛다 푹 빠지기 쉽상이였다. 잘못하면 바위에 다치는 위험과 추락 위험도 도사리고 있어 정해진 탐방로를 준수해야하고 가장자리 부분 말고 가운데 길로 걸어야 안전해 보였다.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하니 등산객들은 기념사진을 찍고 휴식을 취하며 준비해 온 도시락을 꺼내 먹었다. 영실코스로 올라와 다른 코스로 하산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윗세오름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왔던 길로 돌아갔다.

등산객 박지란씨(29)씨는 “아까 전 까지만해도 푸른색이 펼쳐진 바다를 봤는데 지금은 온 세상이 하얗다”며 “주변 지인들이 한라산에 올랐을 때 날씨가 좋지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했는데 운이좋게도 날씨가 좋아 한라산 설경을 감상할 수 있어 행운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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