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20대 국회 자동폐기 가시권에도 ‘네 탓’ 공방만
“2000년 여야 협력 특별법 제정… 개정 노력은 낙제”

제주4ㆍ3 희생자 유족들이 제주4ㆍ3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며 거리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오영훈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을)은 2017년 12월 19일 60명의 민주당 소속 의원이 동참한 4ㆍ3특별법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ㆍ국민의당 4ㆍ3특별법 개정안 발의

지난해 4월 1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 법안 심사소위원회에서 결론을 내지리 못하고 심사가 보류된 이후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2018년 3월 21일 당시 바른미래당 권은희 국회의원(현재 국민의당, 광주 광산구을)이 11명의 바른미래당 의원과 함께 발의한 4ㆍ3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도 20대 국회에서 폐기될 공산이 크다.

두 의원이 각각 발의한 제주 4ㆍ3특별법 개정안은 ‘제주 4ㆍ3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 사건과 관련된 희생자와 그 유족들에게 국가가 명예회복 및 보상을 통해 인권신장과 민주발전 및 국민화합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국가보상’ 방안은 거의 동일하지만 오 의원은 ‘군사재판 무효화’에 권 의원은 ‘추가진상조사’에 중점을 뒀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제주4ㆍ3특별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되자 그 책임을 미래통합당으로 돌리고 있다.

오영훈 의원은 지난 1월 14일 신성여중 체육관에서 열린 의정보고회를 가진 자리에서 “여야가 합의해야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에 안건 상정이 가능한데, 야당이 발목잡기로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위성곤 의원(서귀포시)도 3월 8일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21대 총선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자리에서 “제주4ㆍ3특별법 개정을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이뤄내지 못했다. 이는 미래통합당의 반대 때문”이라며 “4ㆍ3특별법을 개정하기 위해선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인 승리로 당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발끈한 미래통합당은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엄포를 놨다. 20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제주4ㆍ3특별법 개정을 2차례 심사한 결과 희생자에 대한 개별 보상에 대해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의 반대와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신중 의견 제시로, 추후 부처 간에 합의안 마련 후 재심키로 결론이 난 것이라는 게 미래통합당의 주장이다.

특히 미래통합당 장성철 후보(제주시 갑)는 제주4ㆍ3특별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된 이유와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공개토론회’를 민주당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개정안 통과를 위해 상호 협력을 위한 토론회를 갖자는 것이 아니라 개정안이 불발된 책임을 따지려는 소모적인 공방에 불과하다.

◇“4ㆍ3은 정치 아닌 인륜의 문제”

4월 1일 열린 법안심사에서도 논란은 이어졌다. 유민봉 의원(미래통합당 비례대표)은 “모든 과거사 관련된 법안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상대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여야가 합의하고 과거사를 제대로 정리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강창일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갑)은 “각 사건마다 진상규명 진행 속도가 다르다 보니 모든 과거사를 통폐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은 배ㆍ보상 문제가 아닌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에 속개된 심사에서는 4ㆍ3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오영훈 의원이 배석했다. 

오 의원은 “군사재판 무효화의 경우 이미 생존 수형인 18명이 사실상 무죄인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당시 군사재판 수형인 명부에는 2500여명이 기재됐지만 대부분 사망했거나 행방불명된 분들로 이들에 어떤 절차를 어떻게 취하라는 것인지 도저히 방법을 찾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오 의원은 이어 “이에 법무부장관도 충분히 이해와 공감을 했다. 특히 독일의 나치 관련 무효화 법률 제정 선례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도 장관이 함께 검토하겠다고 했다”며 “불법 군사재판의 무효화와 관련된 조항에 대해서도 법무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법사위에서도 충분하게 논의될 수 있기 때문에 행안위에서 원안대로 결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보상금 지급과 관련해 오 의원은 “이미 지난해(2018년) 김부겸 행안부장관이 대한민국정부가 인정한 제주4ㆍ3희생자에 대해 배·보상의 불가피성을 공식 입장으로 밝혔다”며 “5ㆍ18 등 민주화와 관련된 희생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다 보상했다. 정부가 희생자로 결정했음에도 배·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관련법은 4ㆍ3특별법에 의한 희생자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배ㆍ보상은 다 일괄로 지급됐지만 재정 규모 또는 희생자 수 등을 감안할 때 연금분할 방식 등을 포함해 정부 재정 여건을 고려한 지급 방식에 대해서도 충분히 재정당국에서 고민해 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소위원회 토론에서 강창일 의원은 “4ㆍ3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의 정치 세력의 정통성 문제와 전혀 관계가 없는 반인륜적 차원의 문제”라며 “1947년 제주의 인구는 24만명 정도인데 3만명 이상 희생됐다. 현재 제주 인구가 70만명이 조금 안되는데 유족이 8만명인 것을 보시면 이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현재 한국정부가 제3세계 개발도상국 지원으로 코이카 1년 예산이 8300억원”이라며 “다른 나라의 평화, 인권 문제에 대해 국가가 하는데 국내에서 이뤄진 반인륜적 범죄 행위에 대해 배·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야 협력 없이 개정 불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각기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면서 상충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양동윤 제주4ㆍ3도민연대 대표는 “여당은 야당이 반대해서 야당은 정부와 여당의 의지 부족으로 4ㆍ3특별법 통과가 불발됐다고 주장하는 양측 말이 틀리진 않았지만 문제도 있다”면서 “대안 없이 네 탓 공방을 할 것이 아니라 진일보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에서 제출된 4ㆍ3특별법 개정안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고 21대 국회에서 무엇을 어떻게 개정할지 등에 대한 고민과 대안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양 대표는 “이런 상황이라면 21대 국회에서도 통과되기 어렵다. 다른 법률은 통과될 수 있더라도 법안의 핵심인 군사재판 무효화와 배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단 한 번의 토론도 거치지 않았다. 고민과 성찰 없이 개정안을 고집한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총선 국면에서 4ㆍ3만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후보들의 주요 관심사인 점은 분명하다. 현실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4ㆍ3에 대한 성찰과 공부가 이뤄져야 하는데 준비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선거를 앞세워 네 탓 공방을 하는 후보는 국회의원이 될 자격이 없다”며 “야당의 협력 의지도 보이지 않고, 민주당도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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