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상을 바꾸었다. 세계는 대재앙의 한복판이고, 세계사적 변화의 시간이다. 공식적인 권고사항인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과 본능적인 불안으로 사회적 삶이 얼어붙었다. 노동과 교육의 풍경, 일상적 삶의 풍경이 모두 재편되었다. 당연히 가능했고 자연스러웠던 모든 것들이 불가능해지거나 뒤로 미루어졌다. 그나마 한국 사회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다. 메르스 사태 경험과 선진적 의료 시스템, 민주적인 시민들의 역량, 정부의 의지 같은 여러 요인들의 결합으로 나온 결과다. 심지어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사고방식이나 증폭하기 쉬운 불안 심리마저도 팬데믹의 시대에는 어쩌면 의미 있게 작용했을지 모른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최장 노동시간이나 자살률 최상위와 같은 부끄러운 꼬리표가 있다. 그렇지만, 역사상 한국 사회가 국제적 위상이 이토록 높았던 적이 있었을까? 질병이 문명과 역사를 바꾼다 했다. 한국은 이제 선진국들의 선진국이 되었다. 많은 국가들이 우리를 본받고 경험과 진단 키트를 얻기 위해 줄선다. 

전시 상황 같은 위기 속에서는 선진적 방역과 의료 시스템을 갖춘 국가가 리더쉽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전지구적인 차원의 국제적 협력과 연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에서 주도적으로 팬데믹에 대응하고 문제 해결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와 같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시민들의 민주적인 실천이 계속되어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의 조기 종식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을 준비해야하는 것도 물론이다. 안 그래도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던 세상이 팬데믹을 촉매 삼아 대전환을 맞이했다. 온라인 교육과 기본소득과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두 가지는 이른바 ‘디지털 전환’ 이후 사회의 핵심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준비도 없이 두 가지를 사회에 적용시키지 않을 수 없는 사태로 우리를 몰고 갔다.

우리 대학 역시 제대로 공적인 지원도 없이 학생과 교강사들은 온라인 비대면 수업에 돌입했다. 교강사들은 온라인 강의를 위한 기기와 소프트웨어, 매뉴얼, 교육, 경험 등 전반적인 조건이 부실한 상태에서 수업을 준비하고 유지해 나가야한다. 온라인 교육을 위한 시간과 노력은 대면 수업에 비해 몇 배로 들지만,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비대면 수업보다 만족스럽지 못한 수업이 되곤 했다. 강의실에서나 가능한 실험, 실습이나 대면 지도, 토론 등이 불가능해졌다. 이러한 공적 지원의 결핍 속에서 대학 교육 역시 위기를 맞았다. 팬데믹은 우리 삶을 고통스럽게 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 우리 모두는 긍정적인 적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갑자기 도입된 온라인 교육은 교육 현장을 돌이킬 수 없는 변화로 이끌었다. 이러한 변화가 교육 전반의 긍정적 변화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학 본부와 교강사, 학생들 모두가 코로나19 이후의 삶에 대한 설계와 준비를 서둘러 시작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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