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린
초등국어교육전공 2

코로나19가 기승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바이러스 확산 방지의 열쇠가 됐고, 친구들은 물론 학교와도 거리두기를 앞장서 실천 중이다. 네모난 강의실의 네모난 강의. 온라인 강의가 마냥 편할 줄 알았지만 벌써부터 아날로그가 그립다. 새내기다운 설렘에 부풀어 있던 작년의, 매일같이 드나들던 과방과 강의실, 노트북 너머로 주고받던 사소한 대화들, 강의 전 부리나케 챙겨 나가던 교재와 과제물까지 모두가 그립고 그립다.

기계적으로 제출, 버튼을 누르다 뜨악한 점을 깨닫는다. 올해는 프린트를 단 한 장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작년엔 매일같이 도서관을 들락거렸다. 워드프로그램으로 작성한 과제물을 또 한 번 ‘출력’해서 제출해야 했기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도 과제물을 출력해서 제출하지 않는다.

개강과 함께, 결의를 다지며 필기를 채워 넣던 강의계획서는 물론 쏟아지는 강의 자료도 클릭 한 번에 몇 번이고 다운 할 수 있다. 그뿐이랴, 밑줄도 칠 수 있는 데다 필요한 부분만 따로 저장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자료가 종이 파일철이 아닌 노트북 안에 있다.

온라인 강의가 결정되면서, 재빠르게 진행된 사이버 강의를 통해 정보화 사회를 살아가고 있음을 재차 실감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미 많은 것들이 ‘디지털’의 세계로 옮겨 갔다. 편지와 책, 음악같이 한때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마저.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수많은 ‘종이’ 영수증과 청구서를, 그리고 충분히 디지털로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 없이 찍어내고 또 버린다. 지금껏 얼마나 많은 종이를 낭비했던가. 그러면서 아마존 화재, 호주 산불 같은 소식에 매년 기계적으로 마음 아파한다. 산불로 인한 삼림의 손실과 종이를 만들기 위한 벌목의 행위는 무엇이 다른가?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8시 반부터 한 시간 동안은 전등을 끄는 ‘어스 아워(Earth Hour)’다. 나머지 364일 23시간은 ‘휴먼 아워(Human Hour)’ 였으니 딱 한 시간, 속는 셈 치고 내가 불을 끄면 너도 불을 끄는 이 어스 아워로 2016년엔 한국에서만 약 112만 7000그루의 어린 소나무를 심었다는 것. 티끌 모아 아마존이다.

그러니 교수님들께, 그리고 학우분들께 간곡히 부탁드려 본다. 출력물 좀 줄여 주시라. 절대 뽑지 말라는 게 아니고, 뽑을 가치가 없다는 뜻이 아니고 안 뽑아도 괜찮은 것들은 괜찮은 대로 두어 주십사 한다.

좋은 일이라는 게, 알고 하면 더 좋겠지만 모르고 해도 참 좋다. 내년 봄의 새내기들도 ‘출력물 엔딩’을 맞지 않았으면, 벚꽃잎 흩날릴 교정에선 지금처럼 모두의 손이 가벼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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