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문화기획 시행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찾길 바래

한정훈 ‘관심사’ 대표와 인터뷰하고 있다.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며 살기 어려운 세상에서 우리는 마음을 당기는 무언가를 위해 작은 시작점을 찍었습니다.”

제주 중앙로 현대약국 지하에 위치한 관심사는 카페이자 펍, 문구편집숍, 음악감상실, 공연장, 전시장의 기능을 모두 포괄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혼자 오더라도, 누구와 어울려 가더라도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곳을 표방한다. 

뮤지션이면서 이곳을 운영하는 한정훈(건축학과 12학번) 대표와 동료들의 ‘관심사’에서 비롯된 공간이다. 한 대표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가족의 반대에 절충한 것이 건축학과였다. 음악을 작곡하는 일이나 건물을 짓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전공공부도 꽤 잘 맞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제약이 많았다. 그러다 문화기획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뜻 맞는 동료들을 찾았다. 함께 무언가 하기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했다. 마침 진로도 결정해야 했기에 부모에게 그 동안 활동한 것들을 정리해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오래 방치돼있던 지하 공간을 쓰겠다는 구상까지. 그렇게 1년 여 공간을 손보고 단장했다. 그러면서 당초 계획했던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지금의 관심사의 형태로 구성을 바꿨다. 2018년 10월에 문을 연 이곳은 음악 공연과 영화 상영, 이따금 스포츠 경기 상영까지 각종 이벤트도 상시로 열린다. 혼자 오더라도 누군가와 어울려 오더라도 다양한 접점을 찾아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20~30대가 주요 고객층이다. ‘주차하기 어려운데’, ‘밤에는 할 거 없잖아’ 이런 저런 이유로 원도심에 뜸했던 또래들이 일부러 찾아올 때가 큰 보람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 운영하고 있는 공간을 소개해 달라. 

제주 중앙로 현대약국 지하에서 관심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의 처음 구상은 사무실, 코워킹스페이스였다. 지역의 문화공간들을 보고 나서 공간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수익 창출이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료 판매나 물품을 파는 숍이라는 개념을 갖고 오게 됐다. 사무보다는 제주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제주는 도서지역 추가 배송비 이슈가 있으니 그것만 해결해준다면 좋아해주지 않을까? 그렇게 문구류를 팔게 됐다. 다양한 관심사를 소개하려고 공연도 열고, 영화 소모임도 하고, 스포츠 경기를 함께 보기도 한다. 

▶전공은 어떻게 선택했나. 

뭐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음악을 하고 싶어 이 전공을 골랐다. 고등학교 시절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게 노래를 쓰고 음악 하는 거였다. 집에선 반대하고 절충을 찾다 보니 건축도 표현이고 이것도 작곡이겠다는 생각이었다. 동떨어져 지내는 성향이어서 학과 생활은 거의 하지 않았다. 좋은 말로는 ‘자유로운 영혼’이었지만 좋게 보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건축은 좋아해서 설계 같은 건 열심히 했다. 그러다 현장에 가보니 생각한 것과는 너무 달랐다. 공허함을 느끼던 시기에 문화기획을 접하게 됐다. 

▶가족과의 마찰은 없었나.

가족은 건축으로 진로를 정하겠거니 여기고 있었다. 스스로도 부모님께는 ‘졸업하고 할게요’라고 말하는 것이 싫어서 그간 해온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로 만들어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마치 투자자에게 피칭하듯이 덜덜 떨면서, 좋아하는 일을 해야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득했다. 부모님은 문화기획이 뭔 줄은 잘 모르셔서, 건축을 배웠던 걸 어떻게 접목을 할 건지에 대해서 중점으로 설명을 드렸다. 마침 가장 필요한 게 공간이라 아버지 건물 지하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같이 했다. 요즘엔 젊은 사람들이 드나드니 좋아하신다. 

▶공간이 필요한 이유가 있었나.

문화기획은 공간이 중요하다. 플리마켓이든, 운동회든 하려고 하면 공간이 필요했다. 제주대학교 안에서도 빈 강의실이나 유휴공간을 찾아내서 이 일 저일 해보니 절실히 느꼈다. 그러다 동료들과 임대료가 저렴한 데를 찾아볼까 뜻을 모았다. 당시에 지원사업 담당자들도 많이 만나러 다녔다. 본업이 중요하거나 일정이 맞지 않다 보니 결국엔 몇 사람 남지 않았다. 공사하는 데만 1년 걸렸다. 인원도 거의 없어서 두 명이서 작업했다. 그렇게 2018년 10월에 오픈했다. 제주도민들에게 현대약국은 상징적인 곳이라서 그런지, ‘왜 하필 여기에 들어왔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문화기획을 하면서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깨닫고 나서 공간을 물색하다 찾았다. 이곳은 요즘의 40대들이 많이 찾았던 곳이고 요즘 20~30대에게는 어릴 적 기억이 있는 곳이다. 나도 아버지 손잡고 할머니를  만났던 기억이 난다. 걷기가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이곳은 25년 전에는 다방이었다가 그 후엔 PC방이었다가, 거의 쓰이지 않았던 곳이었다. 요즘엔 ‘관심사’라고 불릴 때 기쁘다. 

▶공간을 손보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나.

어찌 보면 전공을 살린 게 맞다. 도면도 짜고 3D로 구현을 시켰다. 학교 수업 때는 돈은 생각 안하고 비싼 자재도 쓰고 그런 모형을 만들었는데 실제로 해본 적이 없으니. 돈이 걸렸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절충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감귤상자나 팔레트도 얻어왔다. 힘들지만 재밌었다. 하나하나 사연이 담겼다. 인테리어를 맡겨버리면 ‘우와 예쁘다’하고 끝인데, 우리가 직접 하니 사연이 다 깃들어있다. 공간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이곳에서 해온 기획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젝트는. 혹은 공간 안에서는 어디를 가장 좋아하나.

음악감상실을 가장 좋아한다. 공간 구상할 때부터 만들고 싶었다. 저 안에서 겪어서 있는 반응도 좋았다. 힘들었던 것들을 노래 들으면서 풀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신다. 문구가 많다 보니 ‘다이어리 꾸미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온다. ‘다이어리 꾸미기’를 하고 간다. 그래서 지난해에 ‘다꾸러 페스티벌’이라는 행사를 열었다. 

▶뮤지션으로서 한정훈의 삶은.

삶에서 음악이 정말 크다. 학생 때부터 갖고 있는 유일한 꿈, 희망, 마음가짐은 ‘음악’이다. 노래를 쓰고 노래를 선물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가 걱정거리를 들려주면 노래로 표현해서 주거나 하는 것들이 요즘 잦아진다. 같이 이곳을 운영하는 동료에게 준 노래도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런 의미를 전달할 때 보람을 느낀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처음엔 절대로 취미로 하자, 가볍게 하자는 마음이었는데 소속사도 생기고 나서 노래를 많이 들려주고 싶은 욕구도 커졌다. 

▶어떤 것들이 가장 어려운가. 무엇이 이곳을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

셋이서 이 공간을 운영하니까 서로 독려하고 역할도 나뉘어 있어서 싸우지는 않는다. 돈이 첫번째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돈에 쫓겨서 하고 싶지는 않다. 하고 싶은 건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다행히 수익이 따라오고 있다. 어떻게 하면 관심사를 담을 수 있을까, 그것이 가장 크다. 입에 풀칠하는 건 다른 데에서 충당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자체 메이커 브랜드를 내려고 한다. 지금은 같이 공간을 운영하는 김동연 대표가 캔들을 만들고 있다. 클래스나 소모임을 더 많이 진행해보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사를 찾을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