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니며 유통 과정 관심, 2017년부터 농장 운영 농업 위기지만 공부하고 연구하며 돌파구 찾는 수밖에

허문준 ‘문준농원’ 대표와 인터뷰 하고 있다.

몇 해 전 지상파의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제주토박이면서 감귤나무를 키우지 않는 사람을 찾는 과정이 방영됐다. 제주지역에서 감귤산업이 지닌 위상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장면이었다.

제주대에도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감귤 농사를 돕고 유통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란 학생들이 적지 않다. “취직 안 되면 귤 농사나 지을까봐”라는 너스레가 괜히 나오는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농업 인구 가운데 청년 세대가 현저히 적은 것은 결코 녹록치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허문준 문준농장 대표(경영학과 05학번)는 유통회사에 취직하면서 감귤 유통 과정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감귤 농사를 짓는 부모님 덕분이었다. ‘시세에 이끌려갈 필요가 없을 텐데’ 재배부터 판매까지 차츰 구상해나가기 시작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인 서귀포로 돌아와 아버지를 돕다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기존에 해본 적 없던 작물로 과감하게 전환했다. 투자금과 기회비용까지 부담이 가중되고 설상가상 지난해엔 시세까지 폭락했지만 갱신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올해로 4년차,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고 주변 농업인과 머리를 맞대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하다.

▶학교생활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성적에 맞춰 왔다. 학교는 재미있게 다녔다. 학생회도 해보고 선거과정에 참여하면서 사람들을 알고 지내다 보니 적응도 잘했다. 경영학이라는 학문이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 복학하고 나서 보니 금융권 1~20위인 기업마다 선배들이 한 명씩은 있었다. 조언도 많이 구했다. 어렵지 않게 보험사에 들어가서 4년 정도 다녔다. 말하는 것도 좋아하고 사람들이랑 지내는 것도 좋아해서 힘들진 않았다.

▶어떤 일을 계기로 농업을 선택하게 됐나.

처음 입사한 회사가 육지에 있는 유통회사였다. 

마트 담당이었는데, 회사 제품을 팔 게 아니라 감귤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자와 잘 얘기해서 거래를 텄는데 택배로 들어오니까 배로 들어오는 거에 비해 4배 비쌌다.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는데 물량이 적어서 생기는 문제였다.

보험사에 이직하고 4년차 정도 됐을 때 마침 귤 시세가 폭락했다. 아버지도 힘들어하시고, 시세에 이끌려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 생활도 따분하게 느껴질 때에 그만뒀다. 식당도 운영하다 2015년도 말에 서귀포로 돌아왔다. 아버지를 돕다가 2017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농업에 적응하는 과정은 어땠나.

농사에 대해서는 부모님께도 관여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선을 그었다. 반신반의하면서 넘겨주었다. 젊은 청년농업인들 대개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다 넘어온다. 가장 큰 문제가 가족 간의 트러블이다. ‘네가 뭘 아냐’, ‘농사는 지어봤냐’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는 지금도 겪고 있다. 농사가 참 어렵다.

어릴 때에는 도와주는 정도였지 경영해본 적은 없었다. 1년을 보고 움직여야 하는데 뭐 하나 놓치면 1년 농사를 망치는 일이다. 대충하면 결과도 그렇다. 확실히 알고 들어가야 하지 겉으로 대충 하다간 낭패를 본다. 시기에 맞게 적재적소에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몰라서 놓치거나 좀 마음이 흐트러져서 한번쯤은 해서 놓치면 그 결과는 수확할 때 나타난다. 고객들을 확보하고 팔려고 해도 상품이 잘 안 나오면 떨어져 나간다.

농업기술센터에도 다녀보고 동네 경력 많은 지인들에게 물어보고 농협에도 물어보고 공부했다. 농사라는 게 10년, 20년 했다고 마스터하는 게 아니다. 병해충도 해마다 다르고 기후도 달라지니 매년 공부하고 배워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판매도 중요한데 안정적으로 작물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만감류도 종류가 많다. 부모님은 원래 감귤과 한라봉 둘만 했다. 시세에 많이 휘둘리는 작물이다. 내가 돌아오고 나서 레드향으로 바꿨다.

2만 평을 갈아엎어서 다시 시작해야했다. 3년은 돈 못 벌 각오였다. 겁내서 못하면 계속 늦춰지고 도태된다. 내가 맛 본 것 중에 가장 맛있는 게 레드향이었다. 천혜향이 생산성이 더 좋다 보니 남는 장사지만 판매까지 책임지다 보니 팔기 좋은 걸 키우자는 생각이었다. 

▶직장인이던 때랑은 일과가 많이 다를 것 같다.

1.48ha(약 4500평)에 타이벡 감귤과 레드향을 주로 짓는다. 2017년에 돌아오면서 타이벡을 처음 했다. 타이벡과 아닌 것은 가격이 1.5배에서 2배까지 차이 난다. 감귤 농사는 거의 4월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한 해 주기가 끝나면 2~3월이 된다. 3~4월은 전정하고 농약과 비료도 살포하고 적과도 한다. 매 시기마다 해야 할 일이 있다.

직장인처럼 출퇴근하듯이 일을 하려고 한다. 날씨가 매일 다르니 생각처럼 잘 되지 않더라도 노력하는 편이다. 11월부터 2월까지는 거의 농장에서 산다.

돌아와서 후회는 해본 적 없지만 지난해는 유독 힘들었다. 몸도 지치는데 귤을 딸수록 인건비는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농사는 올해 다르고 내년 다르고 매년 달라지고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작년에는 어느 정도 매출이 나와야 투자한 금액까지 회수하는데 그것조차도 어려워서 너무 힘들었다. 억지로 떠밀려서 온 게 아니라 내 발로 찾아온 거여서 아직은 괜찮다. 

▶ 농업이 위기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막상 농업에 종사하는 입장은 어떤가.

농업이 위기인 건 맞다. FTA로 수입산 과일이 가격으로 밀어붙이니 경쟁력이 없다. 요즘엔 기후의 영향도 많아서 쉽지 않다. 태풍에 낙과된 손실도 있지만 상처가 생겨서 썩는 상품들도 있고, 비가 많이 오면 당도가 많이 떨어진다. 작년에는 여러 모로 생산량도 많고 품질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경기는 경기대로 안 좋았다. 이런 상황이 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악조건 속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이 중요하다. 고객들의 니즈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고퀄리티 상품만 찾는다. 돈을 더 줘도 비싼 걸 먹는다. 정부에서도 농법 연구도 많이 하고 지원도 해서 그 부분을 활용하고 공부하는 방법밖에 없다.

▶제주에는 부모님을 도와서 농사를 돕는 청년들은 많지만, 전업으로 종사하는 청년은 그리 많지 않다. 

직장 다니다가 ‘농사나 해볼까’ 이런 생각들은 많이 하는 것 같다. 이해는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나만 해도 고향에 다시 와서 농사지을 터가 있으니 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을 보면 젊은이들에게 땅도 잘 빌려주지 않는다. 재배 면적이 적으면 경쟁력도 떨어진다. 정부에서 청년농업인들 활성화하려고 지원 사업도 많고 혜택도 많다. 점점 청년농업인들이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다. 농림부에선 이걸 창업이라고 표현한다.

▶향후 계획은.

감귤 농사도 사업이다. 어떻게 차별화된 마케팅 방법으로 판매까지 할 것인지를 봐야 한다. 6차 산업에 걸맞게 요즘 많은 지원이 이뤄지는데 계속 시도하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 너도나도 택배 직거래를 하니까 이것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

혼자서는 쉽지 않다. 지역주민들끼리 같이 가야 한다. 아이디어가 맞는 지인들은 있는데 선뜻 뭉치기는 쉽지 않다. 농사도 열심히 하고 교육이나 지원사업 연구도 많이 하고 아이디어 구상도 많이 하고 정보 교류도 많이 한다.

앞으로 계획이자 목표인데, 지역에 영농조합법인이라거나 농업회사 법인을 만들면 일자리 창출도 되고 수입적인 측면도 훨씬 안정적이 될 것 같다. 농사만 짓고 끝내는 게 아니라 한 번 더 가공하면 거기서 나오는 수익도 더 생길 것이다. 더불어 같이 하면 불필요한 인건비 지출도 줄일 수 있다. 6차 산업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라는 인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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