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후
철학과 4

‘촉법소년’과 ‘N번방’. 이 둘은 최근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전자의 경우에는 법의 허점을 악용하는 청소년들이, 후자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인권을 끔찍하게 훼손한 행위를 한 사람들이 문제가 됐다. 국민들의 분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곳 저곳에서 법(法, law)의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가해자의 인권이 이미 훼손당한 피해자의 인권보다 더욱 보호되는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지속적으로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법은 죄질에 비해 형량이 체감상 적다는 의견이 보편적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목소리에 따라서 처벌의 수위를 높여야 할까.

법에는 예방과 교화, 그리고 처벌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철학자 존 로크는 자연에서 보장되지 못하는 개인의 자유와 복지를 위해서 사회와 법이 만들어졌으므로 법은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자유와 복지를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또한 우리는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구성된다. 그래서 법은 개개인의 존재를 소중히 한다. 또한 사람의 실수를 감안하며 교화 가능성을 제시한다. 다시 말해서 법은 개인의 자유와 복지를 사전에 보호하며, 침해가 발생했을 때는 처벌과 교화를 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처벌에 불만을 토로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러한 접근이 지나치게 감정적일 수 있다. 감정이란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와 발현되는 정도가 모두 다르며, 원인도 다르다. 즉, 객관성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만 있지 않다. 감정적으로 접근하다 보면 실제로 일어났던 일에 대한 왜곡이 일어난다. 

자극적인 요소만을 부각하여 구독자를 늘리는 미디어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쉽게 이런 방식으로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다. 한 번 선입견이 씌워지면 가해자는 죄질에 비해 더 큰 처벌을 받거나, 또는 없는 죄에 대해서도 처벌을 받게 된다.

그래서 지금의 법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국민 및 피해자의 보호와 가해자의 처벌과 교화 가능성 사이의 논쟁인 것이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이 국민 정서에 어느정도 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 논쟁의 시발점은 여기다. 법의 목적이 국민정서와는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뜻으로 운영되는 체제다. 

지은 죄에 대한 책임을 지우고 법의 억제성과 반면교사를 통해 법의 목적을 공고히 하는 것이 국민들의 바람임을 알아야 한다. 동시에 처벌에 대한 접근에 있어 지나친 감정적 대응보단 포괄적인 상황 이해와 교화 가능성 등을 복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또한 우리에게 필요함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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