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사회구조와의 관계

  패션이란 한마디로 ‘유행’이다.

  이럴 경우에 모든 사물이나 현상에 보이는 양식(style)의 변화가 전제가 된다. 그리고 그 변화한 양식을 많은 사람들이 ‘수용’한다고 하는 조건이 필요하다.

  패션의 정의에 대해 P.H. 니스톰은 “어떤 일정한 시대에 광범위하게 행해지는 스타일로, 공동의 지적활동에 있어서 동일한 자극에 대해 동일한 방법으로 반응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내린 정의가 있는데 그것들을 종합하면, 유행이란 사물·현상의 양식변화라고 하는 전제를 근거로 성립하는 사회현상이고 이 양식을 ‘만드는 자’가 있고 ‘보내는 자’가 있어 그에 의해서 창출되는 사물·현상환경에 사람들이 자기동일화(아이덴티티)해 성립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략적인 과정을 살펴보면 ‘소비’라는 행동으로 자기동일화를 해 나가는 많은 사람들은 분명히 시대성을 포함한 사회구조와의 관계와 깊은 연관이 있다. 즉 개인심리보다도 집합심리라고 하는 성격이 그 기저를 이루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패션이 사회구조에 기초하고 있다는 단편적인 예로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공존했던 시대상을 들 수 있다. 새로운 양식에 대해 수용하고 싶은 욕망은 인간 역사의 성립과 함께 존재해온 것이고 또 국가체제에 관계없이 공유된 것이다. 그러나 봉건사회에서는 지배층에서나 허용될 일이었고 서민층의 욕망달성은 금령, 칙서, 명령 등에 의해 불가능했다. 이 시대의 막혀있던 욕망은 근대사회가 도래하면서 마음껏 분출될 수 있었고 이에 의해서 서민층에서도 새로운 양식수용의 리더가 출현했다.

  패션에 현대의 사회구조를 포함시키는 커다란 예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사회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기업지배도 물론이거니와 소비행동에 있어서도 이윤추구는 당연지사이다. 한마디로 생산·유통·소비를 위한 시스템에 의해서 구축되고 있는 것이 현대사회이며 대중사회이다. 생산과 유통, 소비의 순환은 자연스레 하나의 양식을 창출시켜 시작성을 띄게 된다. 이에 대중은 소비성을 나타내며 이 또한 새로운 양식의 수용이 성립하는 사회현상이 곧 패션임을 나타내어 준다.

   패션(의복)의 사회성

  의복의 유행이라는 말이 있고 또 생활상을 말할 때 의식주라고 하듯이 인간에게 있어서 의복은 제일 큰 관심사 중 하나이다.

  이 점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이른바 봉건사회에서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과의 사이에 엄격한 의복착용의 구별이 있었던 점에서도 명확해진다. 또 T. 베블렌이 그의 조소 <유한계급론>중에서 ‘금전적 표시로서의 의복’이라는 접근방법을 쓰고 있는 점에서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근대사회에서는 서구화의 수용도는 양장에 의해서 표현됐다. 관직관계의 제복, 학생복은 직종과 소속을 분명하게 나타내는 것이며 제복, 특수복, 유니폼 등은 모두 역할과 지위를 표명하는 것이다. 결국 의복 그 자체는 단순히 봉제되어진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이 입혀짐에 의해 ‘사회적 기능’을 갖는다. 이른바 R. 밀러가 말하는 ‘직관적 승인’이라고 하는 기능이 의복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일상생활면에서는 특수한 제복 외에는 엄격한 의복의 직관적 승인성은 볼 수 없다. 의복의 종류가 화합섬유의 개발 등에 의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의복이 직관적 승인성이라는 성격보다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메디아’로서의 기능이 중시되기 시작했다. 즉 우리가 옷을 입으면 그대로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예로 선거 때에 각 정당의 정책을 색과 표어로 명시하기보다도 후보자는 물론 운동원에 이르기까지 유니폼을 착용하는 것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의복이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의 메디아임을 나타내는 한 표상이다. 또 운동복과 조깅 웨어 등의 착용이 일상화하고 있는 것은 건강을 사회적 가치관으로 삼기 시작한데 대한 자기동일화의 표상이라는 것도 예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패션은 디자이너들만의 특권 또는 변덕이라기보다 그 시대의 사회, 정치, 경제, 예술적 영향의 미묘한 반영이다. 이 영향들로부터 전개된 변화는 역사적 사건과 내용을 예리하게 말해주고 있다. 역사를 공부하는 방법 중 하나는 그 시대의 의상을 보는 것인데 우리는 이를 기본으로 현대패션을 이해하고 미래의 변화를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

  의복의 유행

  패션, 즉 유행이란 모든 사물의 양식수용이 집단적, 지역적, 국가적 또는 세대별, 성별적인 규모로 이루어진 경우의 사회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 의복이란 직관적 승인성이라는 기능과 시대성에 대한 자기동일화(아이덴티티)라는 기능을 구유하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메디아라는 것을 알았다.

  이상을 근거로 의복유행의 구조분석 해보면 다음과 같다.

  의복의 소재와 원료, 염직, 직조 등이 양식창출에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재단·봉제공정· 마무리공정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배경에는 넓게 농업, 임업, 어업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산업·공업, 정치·경제의 사회적 시책까지 관련돼 있다. 그리고 재료를 비롯해 도구·기계·공간·장치·환경·지식·기술·정보환경·기술환경도 빼놓을 수 없는 요건이다.

  한편 수용하는 인간측에서 보면 그 사람의 의생활을 규정하는 모든 라이프 스타일이 영향을 준다. 라이프 스타일을 규정하는 배경으로는 ▲그 사람이 속한 소속집단, 지역사회 등 생활구조적 배경 ▲각 사람이 갖는 인습, 풍습, 관행 등 습속적 배경 ▲습관, 관습이라는 전통적 배경 ▲규칙, 법이라는 규제적 배경. 이들이 합쳐져 성립하는 문화구조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의복은 사람에게 새로운 양식의 옷을 한번 보고 충동구매를 하고 싶도록 하게 하는데 그 행동의 배경에는 그 사람의 ‘소속’과 ‘소속성’, ‘문화도’라는 것이 잠재적인 영향인자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현대 이후의 패션동향의 의복만이 아니라 의복도 다른 식생활, 주생활을 포괄하고 그 위에 레저, 음악, 회화 등도 포괄한 소위 <라이프 컬쳐>의 구성요소르 다뤄지고 있는 것이 보다 강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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