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
철학과 4

결국 사 버렸다. 군 복무 시절부터 4학년인 지금까지 꾸준히 모아온 알토란 같은 적금을 해지하고 주식을 구매했다. 나는 내가 모르는 분야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외골수지만 오르는 물가를 무시한 채 은행이 1%의 이자를 주는 것을 더는 용납할 수 없었다. 게다가 주변 사람들은 적절한 타이밍에 주식을 구매해 쏠쏠한 재미를 보는데 나만 좋은 기회를 놓치고 손해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알아본 종목을 구매하기 위해서 증권 계좌를 개설해놓고 막상 돈을 넣으려니  지금 사는 것보다 조금만 더 내려간 후에 사는 것이 낫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들었다. 그렇게 구매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알아본 종목의 가격은 40%나 급등해 버렸다.

참 희한한 것이 나의 원금에 1%의 손해도  보지 않았고, 올라간 주가가 내 수중에 들어올 돈도 아니었는데, 주식의 가격이 급등했다는 사실만으로 밤에 잠을 못 자고 침대에서 뒤척이는 시간이 늘어갔다. 

학창 시절 조합에 실패해서 날려버린 아이템이 계속해서 눈앞에 아른거렸던 것처럼 내가 벌 수 있었던 돈들이 파닥파닥 날아다니는 허상이 보였다. 그만큼의 돈을 벌었다면 내가 샀을 물건들을 찾아보기까지 했는데 어머니가 내 성적표를 확인하면서 내뱉었던 한숨과 똑같은 밀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이제 더는 안 오르겠지 하면서도 마음의 소리는 지금이 기회라고 계속 외쳤다. 그렇게 페널티킥을 차는 비장한 마음으로 전 재산을 집어넣었다. 그런데 왜 내가 사자마자 주가가 떨어지는 건지, 틈틈이 확인할 때마다 뚝뚝 떨어졌다. 그에 따라 내 기분도 심하게 요동친다. 

내려간 가격만큼 내 기분도 우울해졌다.  오르락내리락 진동하는 주식 그래프가 뇌 속에 연결한 전극이 그려내는 나의 심리상태로 느껴졌다. 사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이 돈 번 거에 배가 아프고, 사고 나면 매일매일 변동하는 주가 때문에 머리가 아프니 주식은 ‘무지의 베일’에 싸서 치워놓는 편이 제일인 것 같다. 

일찍이 스피노자는 ‘무지한 자는 외적 원인에 따라 여러 가지 방식으로 동요돼 결코 영혼의 참다운 만족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스피노자가 어디서 나를 지켜보나 보다. 정확히 내 얘기이다. 그리고 ‘현자는 자신과 사물을 영원한 필연성에 의해서 인식하며, 언제나 참다운 영혼의 만족을 소유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조급하게 하루빨리 수익을 내는 것에 골몰할수록 돈보다 중요한 내 삶이 망가진다. 경기가 회복되고 호황기가 찾아올 때까지 없는 셈 치고 지내야겠다. ‘언젠가는’ 오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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