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당선

풀벌레 떼가 갑절은 우는 통에

선잠이나 잤답니다

까슬히 쳐낸 머리가 한밤 사박이는 탓에 그랬답니다


잠이 줄달음을 치던 오랜 여름밤이 기웁니다

그림자도 둘러앉은 단란한 저녁

달이 한 겹 두 겹 벗겨지고 나면

못에 비추던 인사도 아프지 않던 계절이 옵니다


그러다 문득 나는 새벽의 몽상가가 되어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살랑바람이 좋다던

당신의 그 오랜 말들을 꺼내어 봅니다

그래서 나무도끼 달구듯 만지작거리던 마음을

세상 가장 높은 곳에 묶어 살랑이게 두었습니다

그러니 멀고 먼 사람이여

저 매듭을 보고 이 그늘진 이름을 불러준다면

나는 기꺼이 남은 날의 반절을 손바닥만치로 접어

마구 찢어도 아깝지 않겠지요

일러스트 유채연 (동서대학교 게임학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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