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제사의식 장소에서 대표 등산지가 되기까지
“과거 제대산악부도 산악안전대로 활발하게 활동”
대한민국 최초 민간 설립 봉사단체로 한라산 안전 책임
산악안전대 창립 초기부터 최근까지 한

>> 산악안전대와 함께한 60년, ‘한라산의 전설’ 기획전

 

1996년 2월 12일 산악안전대가 썰매형 들것을 이용해 조난자를 윗세오름까지 수송하는 모습이다(위). 등산에 필요한 물품들을 마네킹을 활용해 전시하고 있다(아래).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50주년을 맞았다. 역사를 같이 한 적십자 산악안전대는 창립 60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해 ‘Since 1961 한라산의 전설+산악안전대 60년’ 기획전시가 한라산국립공원 산악박물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전시회는 무료로 진행되며 오는 9월 30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사전예약자에 한해 발열체크 후 37.5℃ 이하인 자만 관람을 허용한다. 1회당 10명 이내로 제한해 2m 관람간격을 유지하면서 관람하게 된다.

◇조선시대에서 오늘날까지의 한라산

한라산은 바다로 둘러싸인 섬 한가운데 해발 1,950M 높이로 우뚝 솟아있다. 그래서인지 과거 사람들에게 신성시 여겨졌다. 이들에게 한라산은 오르기 위한, 정복하기 위한 산이 아니었다. 그들의 생사고락을 관장하는 신들이 거처하는 곳, 곧 신성불가침의 성역으로 여겨졌다. 조선시대에는 한라산 정상에서 제사 의식을 치르기 위해 등산 형태의 입산이 이뤄졌다. 당시는 오늘날처럼 등산로가 나 있는 시절이 아니었다. 산을 오르는 데에 이삼일이 걸리는 난코스였다. 게다가 대부분의 기원제는 연초에 행해졌다. 매서운 겨울 추위와 눈보라 속에서 제사를 지내다보니 사상자도 생겨났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라산 정상에서 지내던 제사의식은 현재의 산천단으로 옮겨졌다.

해방 이후 한국의 산악인들에 의한 현대적 의미의 한라산 등반이 시작됐다. 1946년 우리나라 산악단체의 선구자격인 한국산악회가 생겨났다. 6ㆍ25 동란이 끝나고 산악운동에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렸다. 돌아온 한라산의 평화를 기념하기 위해 120명의 제주대학생들이 단체로 한라산을 올랐다. 제주도내의 각 기관장과 제주신문사 직원들이 한라산을 올랐다. 이후 제주도내의 각 단체별로 한라산 등산대회가 개최됐다. 당시 서울에서는 종전 후 본격적인 산악운동이 일어났다. 각 대학별로 산악반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국토를 순례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졌다. 한라산 산악운동의 여명기가 올랐다.

◇제주적십자 산악안전대의 창립

1960년대에 한라산 등산 인구가 점점 늘어났다. 그로인한 조난사고도 증가했다. 당시 제주의 뜻있는 산악인들 사이에 조난 구조대를 만들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제주도적십자는 1960년에 적십자 본사로부터 40만환을 지원받는다. 그리고 1961년 제주적십자 산악안전대가 발족한다. 조난사고 발생 시 구조 및 산악인들에게 한라산에 대한 정보를 알려 사고 예방이 목표였다. 현재 전국 유명산에서 활동 중인 산악구조대의 이름이 모두 ‘구조’가 우선인 ‘구조대’이다.

제주의 구조대만큼은 ‘안전’이 우선이 ‘산악안전대’이다. 이후 산악안전대가 주축이 돼 한라산의 각 등산로 마다 안전을 위한 이정표를 세웠다. 곳곳의 주요 지점마다 유사시 대피할 수 있는 신장들이 속속 들어섰다. 제주 산악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산악운동이 활성화 되면서 회원수도 늘어났다.

한라산국립공원 산악박물관 김세연 학예연구사는 “과거에는 제주대산악부도 산악안전대로 활동을 많이 했다”면서도 “요즘에는 취업 등 먹고 사는 문제가 우선시 돼 젊은 사람이 많이 없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어서 그는 “산악안전대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구조대다보니 전통과 자부심이 강하다”며 “그 명맥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개 주제로 구성된 산악박물관 

한라산국립공원 산악박물관은 한라산 관음사 탐방로 입구에 위치한다. 지난 2015년에 개관한 ‘제1종 전문박물관’이다.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을 알리고 산악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산악 관련 소장품 연구 및 보존·관리,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박물관은 다섯 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첫 번째 주제는 ‘한라산 들머리’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모니터를 통해 한라산의 실시간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라산의 사계절 사진도 전시돼있다.

두 번째 주제는 ‘한라산 가는 길’이다. 산을 안전하게 오르기 위한 준비과정을 알 수 있다. 등산을 더욱 쉽게 하기 위한 요령도 설명한다. 또한 산악장비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물푸레나무를 타원형으로 구부려 만든 테우에서 오늘날의 아이젠까지. 로프와 나침반, 버클 등 등반을 위한 장비들이 전시돼 있다.

세 번째 주제는 ‘백롬담에 서서’다.

유네스크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한라산의 특징을 설명한다. 용암이 폭발과 함께 흘러나온 흔적인 백록담, 오름 중에서 단연 덩치가 으뜸이 어승생오름, 한라산 가장 깊숙한 계곡인 용진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얼음을 생산한 곳으로 유명한 구린굴, 용암지대로 5,6월이면 산철쭉과 털진달래가 만발하는 선작지왓도 있다. ‘작지’는 조금 작은 돌을, ‘왓’은 벌판이란 뜻을 지녔다. 수 백여 미터 늘어서있는 돌기둥과 그 골짜기에서 물이 흐르는 영실기암도 빼놓을 수 없다. 

등산 중 응급상황 발생 시 대체요령과 LNT운동에 대한 설명도 있다. LNT는 ‘Leave No Trace’의 약칭이다. 1990년대 들어 한라산 등산객이 늘어나면서 쓰레기 배출량도 증가했다. 이에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에서 ‘자기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을 전개했다. 산에서 자기로 인해 발생한 쓰레기만큼은 본인이 직접 가져가자는 취지다. 초창기에 반발도 있었지만 지금은 당연시 여겨질 정도로 정착됐다.

네 번째 주제는 ‘제주가 낳은 산악인들’이다.

과거 조선시대부터 오늘날까지 한라산 등반 역사를 알 수 있다. 제주도 출신 산악인 고상돈과 오희준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고상돈은 대한민국을 세계 8번째 에베레스트 등정 국가로 알린 산악인이다. 오희준은 에베레스트 남서벽 신루트(코리안 루트) 개척에 힘쓴 산악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섯 번째 주제는 ‘한라산 기억하기’다.

체험 프로그램으로 매듭법 배우기가 진행된다. 박물관 외벽에 설치된 벽으로 클라이밍 체험도 가능하다. 한라산 포토존도 있어 돈을 지불하면 사진을 인쇄할 수 있다.

특별전시관에는 과거 산악안전대원들이 훈련받는 모습과 조난자를 구하는 당시 상황을 사진으로 전시돼 있다. 실제 사용된 무전기, GPS와 더불어 출동명령부도 볼 수 있다. 구조 신고 내용과 목적지, 출동 당시 상황 등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김세연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한 눈에 산악안전대 창립 초기부터 최근까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며 “당시 기록사진이나 물품 등이 전시돼 있어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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