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감성 가진 ‘제리뉴스’로 인기 몰이 대학
시절 많은 대외활동 한 것이 큰 도움 돼
내 세계를 더 확장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

 ≫ 다른 길, 다른 삶을 묻는다    < 10 > 최윤정 제주의소리 뉴미디어부 기자

최윤정 제주의소리 뉴미디어부 기자가 인터뷰하고 있다.

학창시절 좋아했던 과목은 미술과 국어였다. 미대 입시 대신 차선으로 국어교육과에 진학했다. ‘나라면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던 적도 있다. 사교육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깨달았다. 교사는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1년 휴학하고 돌아와 언론홍보학과에서 복수전공을 했다. 감수성이 비슷한 동기 단짝들과 이런저런 활동으로 경험의 폭을 넓혔다. 4학년 2학기 때 영상을 배우고 싶어서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의 대학생 소셜 크리에이터(Social Creator)에 지원했다. 우수활동자로 뽑히면서 담당자의 권유로 언론사 면접을 봤다. 최윤정(국어교육과 14학번) 기자의 이야기다.

덜컥 기자 생활을 시작해 1년 8개월 남짓. 기존의 형식과는 다른 콘텐츠를 기획하고 취재하면서 차츰 사람과 이야기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 돌고 돌아서 미술과 국어로, 가장 좋아했던 두 과목이 사회생활의 바탕이 된 셈이다. 

▶고등학생 땐 어떤 학생이었나. 대학 전공은 원하는 대로 골라서 온 건가.

모범생이었다. 학생회, 도서부장, 동아리 부장 등 감투를 쓸 일이 많았다. 공부를 뛰어나게 잘한 건 아니지만 선생님들도 수업 태도가 좋은 학생이라고 기억했을 거다. 전공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골랐다. 미술과 국어 과목을 제일 좋아했다. 그림을 그리거나 만드는 걸 좋아했다. 미술 선생님이 ‘예술로 먹고 살 수 있겠다’고도 말씀해 주셨고 상도 탔다. 하지만 미대 입시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담임 선생님이 조용히 교무실로 불러 취약계층이 지원받는 교재들을 따로 안겨줬다. 내가 상처받지 않도록 배려해줬던 선생님들의 예쁜 마음들이, 홀로 교실로 책을 들고 오는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을 덤덤하게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제주대 진학으로 마음을 굳힌 뒤, 내가 잘하면서도 좋아하는 국어로 눈을 돌렸다. 국어국문학과와 국어교육과 중 고민하다 ‘선생님’이라는 미래가 더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차선이었지만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잠깐 가졌다. 학창시절 좋은 선생님도 겪고 별로였던 선생님도 겪으면서 ‘나라면 더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머니도 매우 좋아했다.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 인생의 목표는 ‘엄마의 행복’이다.

▶전공 공부는 잘 맞았나. 아니면 다른 활동을 더 많이 했나.

예상과 달랐다. 좋아하던 문학 작품들, 작가들에 대한 수업을 들은 뒤에는 더 깊게 감상할 수 있었고, 동기들과 문학 비평 분과 활동이나 독서 토론 시간은 좋았지만 이해하기 힘든 수업도 많았다. 수업 방식이 맞지 않는 교수님도 있었다. 성별에 따라 자리를 앉혔고 발표 땐 치마와 구두를 강요하며 인신공격을 퍼붓는 분이 계셨다. 지금은 후배들의 용기로 수업에서 물러났다고 들었다. 그 수업이 복수전공 선택에 큰 영향을 주었다.

사부작대기 좋아하는 같은 과 단짝들 덕분에 이런저런 대외 활동을 많이 해왔다. 시사 동아리를 1년 동안 진행해 결과물을 모은 책 1권을 제본했다. 독서 모임, 통기타 분과 활동도 했다. 하나의 전공이라는 울타리에 답답함을 느꼈다. 1년 휴학하고 나서 언론홍보학과로 복수전공을 정했다. 

언론홍보학을 복수전공하면서 배운 커뮤니케이션과 PR, 광고, 출판 등의 내용이 결국엔 지금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영역들의 기초를 쌓아줬다. 기획부터 한 대상을 여러 방면으로 소구하는 법, 사진 촬영이나 디자인 작업물을 만드는 실무가 보람과 생동감을 줬다.

▶임용고시 대신 취업을 선택한 이유는.

생활비를 위해 끊임없이 알바를 했다. 식당, 편의점, 피시방, 관공서 아르바이트, 행사 보조 등 다양했다. 사범대생이라서 과외, 공부방, 학원 강사 등 고소득 일을 구하기엔 도움이 크게 됐다. 그러면서 임용고시 준비를 하는 건 진심으로 열정을 다해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오만한 행동일 거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가르치면서 내 품이 학급 아이들을 감싸 안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고시 준비라는 비경제활동을 할 용기도 없었다. 

그러다가 4학년 2학기 때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에서 영상 크리에이터를 모집한다는 걸 알게 됐다. 영상을 배워보고 싶어서 지원했다. 프로젝트 여는 법부터 기본 단계의 영상 편집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활동 우수자로 뽑혔는데 언론사 면접 권유를 받았다. 부담 없이 본 면접에 덜컥 합격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번듯한 직장에 출근하게 됐다.

▶언론사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선택까지는 쉬웠다. 그렇게 부담 갖고 지원하진 않았다. 세상 물정을 몰랐다. 회사 생활이 내 일상에 이렇게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지도 몰랐다.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더 안정적인 공직 생활에 아쉬움을 내비쳤지만, 당신 반응에 속상해진 딸을 이해하고는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기사도 보시고 ‘다 좋은데 담부턴 이렇게 길게 쓰지 마라’ 조언도 해주신다.

▶언론사 생활은 잘 맞나. 어떤 것들이 어려운가.

잘 맞는 편이다. 어려운 점이라면 시사에 눈 감고 지내왔던 삶을 살아서 쉴 새 없이 눈을 뜨고 세상과 직면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문제 상황과 사건 사고, 갈등에 주목하다 보면 이것을 또 기삿거리로 판단하는 순간에 괴리감이 들 때가 있다. 일상에서 더 슬퍼하고 화내고 공감하고 싶기도 하다. 

정해진 틀에 선택된 말들만을 노출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내게 와 닿은 인터뷰이의 본연의 모습을 모조리 담은 대화가, 정해진 분량 속에서 압축적이고 매력적으로 가공되지 못하는 데 아쉬움이 남는다. 단편적인 모습들이 굉장히 빠른 순간에 대중에게 평가된다. 사사로운 부분들이 내 무심함으로 인터뷰이의 전부로 보일까 항상 조심스럽다.

▶기존의 지역 언론사 구조에서는 흔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 보통 어떤 일들을 맡아서 하고 있고, 어떤 것이 보람인지.

주 독자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 젊은 층을 표적으로 쉽고 재미있는 영상 뉴스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지역 언론에서도 유튜브 채널에 뛰어드는 추세지만 ‘제리뉴스’는 독보적인 귀여운 감성을 가지고 있다. 보통 기획 기사나 사업 관련 영상 촬영 일정이 있거나 촬영본을 편집한다. 그 외 기사 관련 그래픽 작업, SNS 관리 및 디자인, 홍보 카드뉴스 제작, 기사 작성, 출판 작업 등의 업무를 한다. 

디자인이나 영상 편집 실력이 늘어가는 데 뿌듯함을 느끼고 콘텐츠를 통해 정보를 얻거나 감사함을 전하는 독자들을 통해 힘을 얻는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관계망 작업을 본 맘카페 회원들이 “슬픈데 정리는 참 잘 하셨네요”라거나 복잡한 내용이 한눈에 정리됐다며 감사하다는 여러 댓글을 보고 보람을 얻었다. 한국전쟁 70주년 기획도 있다. 제주의 호국영웅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댓글들을 당사자들께 전할 수 있어 기뻤다.

지난 총선 선거 때 ‘내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기획으로 여러 유권자의 바람을 담은 영상을 보고 국회의원 후보가 직접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댓글을 단 걸 보고 놀랐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다면.

내 세계를 더 확장하고 싶다. 책도 꾸준히 읽고 낯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다양하게 경험하는 것도 좋다. 사진과 영상, 디자인도 더 배우고 있다. 서른이 넘으면 친구들의 이야기를 묶어 독립출판으로 책을 내고 싶다. 고유의 감성이 있는 글과 사진, 영상, 일러스트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에는 사람, 사람의 이야기, 진심이 통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만나며 느끼는 사소하지만 울림이 큰 대화들이 좋아서,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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