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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새로운 패러다임 ‘금융 더하기 문화공간’하나은행 제주금융센터 원도심 옛 건물 리뉴얼
갤러리·세미나실 등 조성 후 주민에 무료 개방
  •  표성준 제주경제신문 기자
  • 승인 2020.09.0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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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창구와 문화공간이 어우러진 하나은행 제주금융센터 1층.

은행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은행창구가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더니 인터넷은행이라는 것도 등장했다. 제주도에선 기부문화와 봉사활동을 확산시키고, 점포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KEB하나은행이 바로 그곳이다.

◇구도심 랜드마크 조성

제주시 중앙로터리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하나은행 제주금융센터는 2017년 6월부터 약 1년간 80억원을 투입해 골조만 남기고 지금의 모습으로 리뉴얼했다. 당시 제주금융센터는 건물을 이전하려고 계획했지만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구도심을 살려야 한다며 옛 건물을 헐고 고층빌딩을 신축해 남는 공간은 청년 경제인들에게 임대해주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문화재지역 고도 제한 규정 때문에 리모델링하는 것으로 전환했다.

 제주와 서울 근무를 모두 경험한 문상도 하나은행 제주영업본부 지역대표(본부장)의 생각도 그랬다. “80억원이라면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에 충분한 자금이었으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멍청할 짓을 했던 것이죠. 하지만 오랫동안 영업해온 곳을 떠나선 안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래서 기왕 지을 거라면 제주의 랜드마크로 만들자고 했지요.”

 제주와 함께 서울과 부산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은행 건물을 금융과 문화공간이 융합된 랜드마크로 구축하는 사업이 진행됐다. 2018년 6월 지금의 모습으로 재탄생한 하나은행 제주금융센터는 구도심을 더욱 어둡게 보이게 하던 기존의 모습에서 완전히 탈바꿈했다. 건물 외관만 보면 은행인지 미술관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외부 조명탑은 밤 12시까지 불을 밝힌다. 어두운 구도심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은행은 모두 핵심지역에 위치해 있어서 여유공간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제공하면 여러 행사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오후 4시 30분이면 폐점하고 이른 저녁에도 불을 꺼버리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도심이 은행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는 원성을 들어야 했지요. 그래서 1층은 상권으로 제공하고 은행창구는 2층으로 올리게 됐지요.” 하나은행은 중앙로 소재 제주금융센터를 제외하고 신제주지점과 신제주중앙지점, 서귀포지점 창구 모두 2층에 위치해 있다.

이전에 노래방으로 임대했던 지하는 갤러리로 조성하고, 옥상은 루프가든으로 꾸몄다. 1층은 하나은행 제주금융센터의 영업창구뿐만 아니라 회의와 독서 등이 가능한 컬쳐존이 함께 들어섰다. 2층에도 제주영업본부 및 대여금고와 함께 쉼터가 마련됐다. 3층은 컨퍼런스홀과 세미나실, 전시공간, 강의실, 상담실, 와인바 등 다양한 시설로 꾸민 VIP 라운지를 도입했다. 시설에 따라 8명, 10명, 20명, 40명씩 이용할 수 있으며, 모든 공간을 한꺼번에 사용할 수도 있다. 웬만한 레스토랑을 능가하는 조리시설도 갖추고 있다.

◇수익의 지역 환원

문상도 지역대표는 구도심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젊은층과 어르신 세대 구분 없이 모두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VIP 라운지는 학술대회와 음주가무까지 동시에 가능한 독특한 공간이지요. 옛 건물이라 엘리베이터가 없었는데, 장애인과 어르신들도 자유롭게 이용하시라고 외벽에 엘리베이터도 설치했어요. 지금은 구도심이 되어버린 이곳에서 40년 이상 영업하며 벌어들인 수익을 지역에 돌려주자는 취지였지요.”

모든 시설은 은행고객이 아니어도 신청만 하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운영 시간이 제한적인 공공시설과 달리 이곳은 무인경비시스템을 활용해 은행 영업시간이 끝난 뒤에도 즐길 수 있다. 주간에 학술대회나 세미나를 개최한 뒤 야간에는 음주가무까지 가능하도록 주방과 조명, 음향시설 등을 완벽하게 구비해놓고 있다. 그동안 문화예술단체와 기업, 시민사회단체와 작가 등이 시설을 이용했다. 지역환원을 위해 조성한 장소여서 무료로 대여해주다 보니 지하 1층 돌담갤러리는 작가들이 선호해 올 연말까지 벌써 예약이 찼다.

문상도 지역대표는 하나은행의 혁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고객과 은행은 더 이상 번호표를 뽑고 대출이나 해주는 기계적인 관계가 아닙니다. 은행도 이젠 지역과 함께 성장하고, 사회적 기여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런 취지에서 하나은행의 자산을 시민사회에 이용하라고 내놓은 것이죠. 모든 공간은 영업점과 분리되기 때문에 시민들이 원하면 새벽과 주말에도 이용할 수 있답니다.”

◇기부와 함께 다양한 봉사활동

하나은행 임직원들은 올해 초 경제 교육과 김치 담그기 봉사활동을 위해 제주시 한경면 소재 미혼모시설인 애서원에 방문했을 때 중국 출신의 한 여인을 알게 됐다. 국제결혼을 통해 제주에 정착한 이 여인은 임신 중 남편을 잃고 애서원의 도움으로 제주살이를 이어가고 있었다. 남편이 남긴 것이라곤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 2명과 임신 중인 쌍둥이뿐이었다. 한국어도 서툰 외국 국적의 여인이 아이 4명과 함께 제주에서 삶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문상도 본부장은 도와달라는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문 본부장과 직원들은 협의 끝에 모두 50명이 각각 매월 1만원씩, 총 50만원을 법인 계좌로 입금하기로 했다. 이 소식을 접한 하나은행 본사에서도 1000만원을 지원했다. “아이들도 중국인이 아닌 제주인이어서 일정 부분 책임감을 느꼈던 것이죠.” 직원들 모두 퇴직할 때까지 지원을 이어가기로 했다.

사실 하나은행의 기부활동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장애인체육대회 때마다 찾아가 현금을 기부하고, 주차관리 봉사와 함께 기수단 역할을 대신했다. 시각장애인 볼링대회 때는 핀이 쓰러질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선수들과 감정을 공유했다. 서귀포시 공립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은 그룹 차원에서 시설비 18억원 중 8억원을 지원해 지난 2월 개원할 수 있었다. 지역아동센터로부터 학교 숙제를 위해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컴퓨터 구입비를 지원한 적도 있다. 한길정보통신학교에는 골프 꿈나무들을 위해 골프화 30켤레를 지원하기도 했다.

천사의집에 기부하고, 해병 9여단에는 해마다 현금 5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찾아가 장학금 30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인구의날 기념행사 땐 산모들을 위해 현금 200만원을 기부하고, 3층 세미나실을 이용해 태교와 함께 금융경제교육의 시간도 제공했다. 하나은행은 맞춤형 지원을 위해 현급을 고집한다. 지원받은 쌀을 판매해 현금화하는 경우도 있어 물품 대신 현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본사 사회공헌부를 통해 기부와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문 본부장은 제주에서도 다른 은행들과 달리 영업본부를 내세워 그룹 차원의 사회문화 활동과 함께 기부·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주도에서 은행 영업본부가 들어서 본사 임원이 상주하고 있는 곳은 제주은행과 하나은행 뿐입니다. 더 노력해서 사회공헌을 많이 해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표성준 제주경제신문 기자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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