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철거됐지만 용담 캠퍼스에 자리 잡았던 일명 제주대학교 구 본관이 우리들의 기억속에 사라져 가 아쉽기만 하다. 
제주대학 구본관은 제주대학이 국립대학으로 승격되면서 첫 시설 확충사업으로 지어졌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영원한 제주대학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건축적으로는 문화재로서의 가치까지 거론되는 우리시대 거장(巨匠) 김중업의 역작이기도 하다. 게다가 김중업의 제주도에 대한 관심과 애착은 건축가의 역할을 넘는 것이었기에 제주대학 구 본관의 빈 자리가 더욱 커져 보이기만 하다.

기억하지 못하는 대학 구성원을 위해 개략적으로 설명을 하자면, 구 본관은 멀리서 보면 하늘로 웅비할 듯한 모습이었다. 아마도 부지가 바다에 접해 있고 제주도가 섬이라는 장소의 이미지를 의식한 것인지 모른다. 현관은 조개껍질을 펼쳐 놓은 듯하고, 2층과 3층으로 연결되는 후면 경사로의 기하학적 곡선은 해초류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며 바다가 가지는 생명력이나 제주도가 가지는 역동적 이미지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건물 지반이 약하고 콘크리트 중성화에 따른 성능저하와 염분에 의한 철근 부식 등 구조적으로 보수ㆍ보강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1995년 10월 2일에 불행하게도 철거됐다.

‘보이지 않는 도시’는 보르헤스, 마르케스와 함께 현대 문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작가 이탈로 칼비노의 대표작으로, 쇠락해 가는 타타르 왕국의 황제, 쿠빌라이 칸과 베네치아의 젊은 여행자, 마르코폴로의 대화형식으로 진행되면서 유토피아적인 도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여행자 마르코 폴로가 황제 쿠빌라이 칸에게 언급하는 도시들은 유토피아적인 도시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는지 모르지만 욕망을 실현하는 대상에서 극복의 대상으로 변해버린 현대 도시가 어떻게 구축돼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작가의 깊은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도시에서 중요한 것은 길과 건축물, 다리와 같은 ‘보여지는 것’들이 아니라 도시의 이면(裏面)에 담겨진 기억과 욕망, 그리고 기호와 같은 ‘정신적인 것들’, ‘보여지지 않는 것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도시’의 시각에서 볼 때 제주대학교 구 본관의 복원문제를 다르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건축계의 거목이었던 건축가 김중업의 대표적인 작품이자 한국건축을 대표하는 건축으로 손색이 없었던 구 제주대 본관은 한국건축계의 차원을 벗어나 앞서 언급했듯이 제주대학교 교육사에 있어서도 중요한 건축물임에는 틀림없는 사실(史實)이다. 

단순히 법적논리와 예산문제만으로 접근 논의를 하기보다는 좁은 의미로 볼 때 기억과 욕망, 그리고 기호의 복합체로서 건축과 건축가 작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진정 ‘보이지 않는 도시’를 꿈꾸는 것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것인가? 제주대학의 상징이자 제주건축의 상징, 나아가 한국 건축계의 상징 건축물, 구 본관의 복원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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