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단체 반대로 상정 보류 이후 또 다시 심사 보류
반대 단체 교권 추락ㆍ동성애 확산 불러 혼란 초래 주장
학생들 구시대적 관습ㆍ제도로 인권 보장 실태 열악 호소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제주시청 구버스터미널에 붙어있다.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 논의는 지난 3월 도내 학생 1002명이 제주도의회에 청원 서명부를 제출하면서 시작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희롱과 폭력 등의 형태로 인권을 침해받은 사례를 제시했다. 또한 교육과정 내에서 발생하는 학생 인권침해를 근절하고 학생의 권리와 자유를 명확히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22명의 의원 서명으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학생인권 조례안’이 발의됐다. 지난 7월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에 회부됐지만, 조례 제정 반대를 주장하는 여론 등으로 인해 상정 보류됐다.

지난 9월 23일 약 세 달 만에 교육위에 상정됐지만 또다시 심사 보류됐다. 당시 교육위는 “여러 지역사회 단체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5000여 명의 조례제정 반대에 서명을 하는 등 조례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며 심사 보류 사유를 밝혔다.

제주학생인권조례안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찬반의 목소리가 극명하게 갈릴까?

◇2020년 제주학생인권조례, 과거와 무엇이 다른가

논란의 제주학생인권조례 이전에 2012년에 공포된 제주특별자치도 학교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가 있다. 제주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면 2012년 조례를 대체한다. 제시된 두 조례는 그 목적에서부터 차이가 극명하다.

2012년 조례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및 관할 학교의 교직원ㆍ학생ㆍ학부모 등 교육구성원 간의 권리와 책임에 대해 규정함으로써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교육당사자의 존엄과 권리를 균형 있게 보장함을 목적으로 한다. 학교에서의 학생 교육 활동이 원활히 이뤄지는 것에 초점을 뒀다. 조례 이름에 ‘인권’이란 말이 없는 이유이다.

2020년 추진된 ‘제주학생인권조례’는 「대한민국헌법」 제31조, 「교육기본법」 제12조 및 제13조, 「초ㆍ중등교육법」 제18조의4 및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근거해 학생의 인권이 학교교육과정과 학교생활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학생의 인권 보장을 최우선 가치로 둔 것임을 알 수 있다.

보장하는 학생의 권리 종류에도 차이가 있다.

2012년 조례는 총 8개로, 학습에 관한 권리, 건강과 안전에 관한 권리, 종교과목 선택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 자치와 참여에 관한 권리,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권리, 학생복지의 진흥에 관한 권리, 교육환경에 관한 권리이다.

2020년 조례는 총 9개로 교육에 관한 권리,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 폭력과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정보의 권리, 양심ㆍ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자치와 참여의 권리, 복지에 관한 권리, 징계 및 절차에서의 권리, 소수 학생의 권리 보장이다. 과거에 비해 범주가 하나 늘었고 각 조항의 폭을 넓히고 구체화했다. 

각 조항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차이가 더 선명하다.

교육(학습)에 대한 권리의 경우, 2012년 조례는 학생의 학습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하는 데에 그쳤다면 2020년 조례는 정규교과 시간 이외 교육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해 학습할 권리를 보장한다. 또한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 종례 이후 실시되는 교육활동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안 된다. 게다가 휴식을 취할 권리까지 규정함으로써 학습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없도록 한다.

2012년 조례의 종교과목 선택 자유는 학생들이 종교 수업을 받을 때 복수의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만을 보장했다. 2020년 조례는 과목선택 자유를 넘어서서 종교 혹은 신념을 지키고 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까지 보장한다. 또한 집회의 자유까지도 제시한다.

그 뿐만 아니라 학생 동의 없이 학생의 복장ㆍ두발을 규제하거나 소지품을 검사ㆍ압수할 수도 없다. 또한 학교 규정 제ㆍ개정 또는 교육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할 권리, 학생인권옹호관에게 상담과 조사 등을 청구할 권리 등을 보장받는다.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들이 될 것” 반대 단체들

제주특별자치도 교원단체총연합회, 제주교육학부모연대, 제주기독교교단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나쁜학생인권조례 제정반대 제주도민연합’은 ‘제주학생인권조례안 제정 반대 청원서’를 내고 해당 조례안 제정을 반대했다.

이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양하고 이질적인 불특정 다수로 구성된 학교 교실에서 바르고 효과적인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생들의 각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한편, 동시에 교사에 의한 건전하고 적절한 훈육과 통제가 필요하다”며  “그런데 이러한 교육철학의 문제를 무시하고 학생의 인권적 측면만 강조하며 접근하는 것은 한바퀴로 두발자전거를 움직이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며 청원 취지를 밝혔다.

청원서에는 “여러 가지 개인적ㆍ사회적ㆍ윤리적 폐해를 가져오는 동성애 행위 및 성문란 행위를 미화ㆍ옹호하는 교육(젠더교육)을 하고, 더 나아가 사실에 근거해 동성애 행위의 폐해를 알리는 것을 인권침해ㆍ차별이라고 하여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면 학교와 사회는 어떻게 되겠습니까?”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그 근거로 제주학생인권조례안 제 8조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를 제시했다. 임신, 출산 및 ‘성적지향’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로 포함된 조례안이 제정되면 젠더에 의한 차별금지(젠더평등) 정책과 젠더를 옹호, 조장하는 교육(젠더교육) 실시의 근거가 된다고 봤다.

또한 학교와 교사는 동성애, 동성혼, 트랜스젠더는 정상이라는 젠더교육을 초등학교 때부터 의무적으로 한 학기당 2시간 이상 해야 하기때문에(조례안 제30조 학생에 대한 인권교육), 동성애 증가 및 청소년 에이즈 증가 등 폐해가 발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아울러 “학생에게 과도한 권리를 줌으로써 학생통제가 어렵고 교실붕괴가 일어나고 있다. 학생들은 교사들이 제재를 하지 못한다고 인식하고, 교사에게 반항하고, 심지어 폭언, 폭행을 하려 한다. 교사들은 징계가 두려워 학생지도를 포기하게 된다”며 “학교폭력과 집단 괴롭힘으로 피해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학생인권조례에 의해 교사들이 정당한 생활지도를 하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학생들은 학습에 집중하기 힘들며, 학교교실은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신도 당했던 폭력, 물려주실 겁니까?” 대자보 붙인 고등학생들

고등학생들이 구성한 단체인 제주학생인권조례 TF팀은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시청 구버스정류장, 제주대학교 정문 버스정류장 등에 게시했다.

학생들은 “현재 제주학생 인권보장의 실태는 매우 열악하다. 아직도 제주교육현장에서는 구시대적인 관습과 제도들이 학생들의 인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호소했다.

이어 “본 TF팀은 지난 4년간 조례 제정을 위해 숱한 서명운동, 길거리 캠페인, 토크콘서트, 기자회견, 성명서 발표 등 다양한 활동들을 준비하고 추진했다”면서 “학생이라는 신분이 주는 여러 제약에도 불구, 없는 시간을 쪼개고 매일 밤을 새가며 앞서 언급했던 수많은 일정들을 소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정말 절실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은 “그러나 교육위원회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교육청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본 조례에 대해 ‘심사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의원들의 소극적인 결정을 돌려놓기 위해선 제주학생인권조례를 ‘공론화’ 시키는 것과 ‘제주청년들’ 역시 이 사안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인식을 위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본 팀은 청소년이라는 신분적 한계가 존재해 향후 활동에 제약이 존재한다. 도의회는 더 이상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며 “이제 학생의 목소리를 넘어서 도민의 목소리가 필요한 때이다.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여러분의 행동을 보여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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