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인공증식 바다거북 중문 색달해변서 방류
아열대성 기후에 남하하는 거북의 서식지로 최적

국내에서 인공 부화한 멸종위기 바다거북 18마리가 중문 색달해변에 방류되면서 제주 바다가 해양생물의 보고라는 것이 또 한번 입증됐다.

해양수산부(장관 문성혁)는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바다거북 18마리를 9월 11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중문 색달해변에서 방류했다. 

이번에 방류한 바다거북은 국내에서 인공 부화한 매부리바다거북ㆍ푸른바다거북 각 8마리와 구조ㆍ치료에 성공한 푸른바다거북ㆍ붉은바다거북 각 1마리다.

바다거북 방류지인 제주 중문 색달해변은 과거 여러 차례 바다거북의 산란이 확인된 지역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1999년 중문관광단지 하얏트호텔 총지배인으로 근무하던 패리드 슈케어씨에 의해 색달해변에서 바다거북이 산란ㆍ부화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당시 국내에선 처음 발견된 것으로 보고됐으며, 이후 2002년, 2004년, 2007년에도 잇따라 산란이 확인됐다.

해수부는 2017년(83마리), 2018년(13마리), 2019년(14마리), 2020년(18마리) 매해마다 구조ㆍ치료, 인공번식한 바다거북을 색달해변에서 방류하고 있다. 

이재영 해수부 해양생태과장은 “중문 색달해변의 경우 전국에서 유일하게 바다거북의 산란이 확인된 기록이 있다”며 “제주가 아열대성의 기후를 갖고 있어 따뜻한 기후에서 생활하는 바다거북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지역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 국내 최초 인공번식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전 세계에 서식하는 바다거북은 연안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산란지가 줄어들고 멸종위기에 처해 국제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 

특히 등갑무늬가 화려한 매부리바다거북은 과거부터 고가의 보석류로 거래되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등 더욱 심각한 멸종위기에 직면해 있다.

해수부는 2012년부터 우리 바다에 출현하는 4종의 바다거북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고, 거북을 포획하거나 유통하는 등의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해양보호생물 인공증식 및 복원기술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해양환경공단, 아쿠아플라넷 여수와 함께 푸른바다거북을 인공번식하고 있다. 

서식지 훼손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해양보호생물을 대상으로 인공증식과 복원을 통해 개체수의 회복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2013년 해수부로부터 서식지외보전기관 및 해양동물 전문 구조ㆍ치료기관으로 선정됐다.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바다거북에 대한 국제ㆍ국내 정서를 반영해 종 보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그동안 해외 아쿠아리움의 도움을 받아 붉은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등을 국내로 반입해 연구 개체들을 확보해왔다. 

다양한 개체들을 토대로 번식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됐고, 2016년 12월 암컷 푸른바다거북이 첫 산란하면서 국내 최초로 인공번식에 성공했다.

◇제주 색달해변, 바다거북 방류에 최적지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2016년부터 여수 돌산 방죽포해수욕장과 소리도 인근 연안에서 푸른바다거북을 3차례에 걸쳐 방류했다. 바다거북의 남하하는 습성을 고려해 따뜻한 남쪽 대양으로 이동이 용이할 수 있도록 내륙의 최남단 여수 인근 연안에서 적정 해수온도(20도)를 고려한 시기에 방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수 인근에는 섬이 많고 어업활동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정치망ㆍ자망 등의 위험요소가 많아 남하하는 바다거북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 최남단인 제주 색달해변의 경우 어업활동이 거의 없어 혼획될 영향이 적기 때문에 생존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쿠아플라넷 여수 관계자는 “중문 색달해변은 실제 바다거북의 산란과 부화가 발견된 장소로 최적의 방류지로 평가받고 있다”며 “이번 색달해변에서의 방류도 해수부, 국립해양생물자원과 협의해 최종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안 개발로 갈 곳 잃은 바다거북

그러나 최근 제주 연안 곳곳이 개발되면서 바다거북이 갈 곳을 잃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문 색달해변에서 바다거북의 산란이 확인된 것은 2007년이 마지막이다.

이재영 해수부 해양생태과장은 “색달해변에서 바다거북의 산란이 멈춘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고된 바는 없지만, 앞으로 연구를 진행해 밝혀내야 하는 부분”이라며 “해양생물에겐 서식지북방한계선이라는 것이 있는데, 대구 사과가 이북지역에서 재배되는 것처럼 기후변화가 요인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특히 해양생태 전문가들에 의하면 야간에 해변 인근에서 뿜어져 나오는 인공 빛이 생물들에게 방해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무엇보다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연안 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줄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해수부에선 이러한 난개발로부터 멸종위기 생물의 터전을 보호하기 위해 중문 색달해변 일대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인근 지역 주민들과 협의가 필요해 설득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최근 방류한 푸른바다거북 3마리에 위치추적이 가능한 인공위성 추적 장치를 부착해 바다거북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바다거북 보전을 위한 생태연구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푸른바다거북이가 중문 앞바다를 향해 기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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