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시대를 뛰어넘는 삶의 지혜(현암사)공자 지음, 김형찬 옮김

매년 3학년 전공수업에서 매주 한 시간씩 〈논어〉를 읽고 있다. 처음 강독을 시작할 때, 학생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염려하면서도 원문 띄어 읽기와 의미 해석을 병행하였다. 예상외로 학생들이 강독을 좋아하고 기대 이상으로 자신의 삶에 적용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대학생이라면 졸업 전에 꼭 한 번은 읽어보았으면 하는 생각에 〈논어〉를 소개하게 됐다.

〈논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논어〉를 다 읽은 사람은 흔치 않다. 〈논어〉는 공자 사후 그의 제자들이 스승과의 대화들을 기록한 책이다. 마치 바로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처럼 생생하고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 모두 20편인 〈논어〉의 각 편명은 첫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공자사상의 진수는 첫 편 <학이>에서 잘 드러난다.

‘배우고 그것을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않은가? 벗이 먼 지방으로부터 찾아온다면 즐겁지 않겠는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서운해 하지 않는다면 군자가 아니겠는가?’

익숙한 구절이다. 배우고 때때로 익힌다는 말은 배운 것을 익숙하게 하여 삶에 적용하는 것이며, 그것을 실천하면 기쁨이 따른다는 의미이다. 벗이란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친구로, 친구가 먼 데서 찾아와 대화하고 함께 한다면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라는 말이다. 또한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서운해 하지 않는 것은 지식과 능력과 인품이 결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해 하지 않아야 군자라는 뜻이다. 인간다움을 위한 기본으로 배움과 학습을 강조하고, 또한 배운 것을 삶에서 실천하고 죽을 때까지 수양하면서 올바른 도(道)를 추구하였던 공자의 가르침이다. 여기서 수양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인간상은 소인과 대비되는 군자이다.

‘군자는 의(義)에서 깨닫고, 소인은 이(利)에서 깨닫는다. / 군자는 평탄하여 여유가 있고, 소인은 늘 걱정스러워한다. / 군자는 남의 아름다움을 이루어주고, 남의 악을 이루어주지 않는다. 소인은 이와는 반대이다.’

이처럼 의(義)를 중시하고 여유를 지니면서 남의 장점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군자상은 오늘날에도 중요한 자세라고 할 수 있겠다. 이와 더불어 소개하고 싶은 것은 구사(九思)이다.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볼 때에는 제대로 보는지 생각하고, 들을 때에는 바르게 듣는지 생각하며, 얼굴빛은 온화하게 하고 있는지 생각하고, 몸가짐은 공손한지 생각하며, 말을 할 때는 진실한지 생각하고, 일을 할 때에는 공경하며 하는지 생각하며, 의심이 날 때에는 물어볼 것을 생각하고, 화가 날 때는 뒤에 겪을 어려움을 생각하며, 이익을 보았을 때에는 그것이 의로운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생각을 조심하라! 말이 되기 때문이다. 말을 조심하라!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행동을 조심하라! 습관이 되기 때문이다. 습관을 조심하라! 인격(성격)이 되기 때문이다. 인격(성격)을 조심하라! 운명(인생)이 되기 때문이다’

영화 <철의 여인>에서 대처가 강조했던 구절이다.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생각에서 출발한다. 삶에서 한 생각을 바꾸기란 쉽지 않고,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과 통찰이 필요하다. 공자가 구사를 강조한 이유는 우리 인생(삶)에서 생각의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이리라.

〈논어〉에서 우리는 인생의 깊은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많은 지혜 가운데 무엇보다 삶을 살아가는 자세로 ‘도(道)를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거워하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는 구절을 강조하고 싶다. 어려운 시대이지만 무엇을 하든 즐기면서 한다면 그 가치를 얻게 되지 않을까 생각되기 때문이다. 〈논어〉는 유교의 본질을 넘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과 방향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래서 아마도 오랜 동안 고전의 자리를 지켜왔으리라. 

요즘 실시간 화상으로 수요일 아침마다, 가끔은 보강 때문에 토요일 아침에 〈논어〉를 읽고 있다. 제자들이 〈논어〉를 읽는 시간을 통해 〈논어〉의 지혜를 얻고 즐기는 공부를 체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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