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이하여 많은 대학생들은 신이 선물로 주신 시간을 활용해 보겠다고 나섰다. 헛되이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자신의 톡톡 튀는 개성을 맘껏 뽐내거나 색다른 경험을 하길 원하는 대학생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현실이다. 용돈을 벌기 위해서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한 용도로 많은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지금,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 엿보인다. 돈이 주목적이었던 과거의 아르바이트와는 달리 지금은 아르바이트의 목적에 더 많은 재미와 경험을 추가시킨 것이다.
예전에는 초·중·고교생을 가르치는 과외교습, 학교 및 기업체 사무보조, 호프집이나 햄버거 가게 등 서비스업 종업원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가 다원화되는 추세에 맞춰 이색 업종이 늘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최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새로운 업종으로 베이비시터가 있다. 영어 등의 어학 실력을 갖췄다면 별도의 보너스까지 준다. 베이비시터는 아이들을 돌봐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일을 한다. 바쁜 자녀들을 대신해 노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노인 말벗 도우미'도 있다. 책을 읽어주거나 병원에 모시기, 영화관 같이 가기 등이 그들의 주요 일이다. 많은 학생들이 선호했던‘사이버 폴리스'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혐오스런 대화를 단속하며 네티즌들에게 건전한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다. 20대 1의 경쟁을 뚫고 한 채팅 포털사이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모씨(25, K대 경영학과 3)는 “구인광고를 보고 사명감이 생겨 이 아르바이트를 택하게 됐다"며, “인터넷 상에서 단속을 하며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간과 공간에 따라 선택했던 아르바이트는 이제 자신의 특성이나 기호를 많이 반영하고 있다. 목소리에 자신이 있는 학생들은 114 안내원을, 평소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새로 나오는 게임을 미리 해보고 감상문을 보내는 게임 모니터링 요원을, 군것질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제과회상의 과자 시식행사에 참여하고 평가해 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그 종류도 다양하고 이채롭다. 또한, 피고용인의 입장이 아닌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만들어내는 프리 아르바이트도 각광을 받는다. 주로 컴퓨터 관련 전문 능력이 있는 학생들이 바로 그런 프리랜서들이며, 그밖에도 자신의 특기와 개성을 살린 독창적인 아르바이트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노동의 가치를 깨닫는 동시에 스스로 경제적 능력을 갖고, 어려워진 가정경제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의 당찬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요즘은 아르바이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경력 쌓기 차원에서 취업으로 가는 지름길로 떠오르는가 하면 아예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자유롭게 살겠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아르바이트에 대한 비중은 늘어만 가고 있는데, 반면 근무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와 부당한 대우 등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타운잡(www.townjob.com)은 지난해 12월부터 ‘건전한 아르바이트 문화 정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이번 캠페인에서 최저임금 보장, 근로계약서 작성, 임금체불 구제절차 등 아르바이트를 할 때 꼭 알아둬야 할 사항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또, 아르바이트와 관련한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가 회원들의 피해사례 등을 취합해 아르바이트 십계명을 발표, 대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아르바이트는 우리사회에서 젊은 인재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생동감을 느껴볼 수 있는 현장이다. 아르바이트 현장 곳곳에 열악한 환경이 비춰지고 있는 현실 앞에서 아직은 좋은 면만을 생각할 수 없지만, 하루빨리 건전한 아르바이트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