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제주 공동체 위해 2020년 5월 개소
생존 희생자와 피해 유족 대상으로 프로그램 운영
개소 첫해에 누적 이용자 1만699명 달성

>> 73주년의 역사,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작품집 <그리움의 안부를 묻는다>에 실린 김경자씨의 작품
제주시 이도이동에 위치한 4ㆍ3 트라우마 센터.

 

 

◇ 4ㆍ3사건 후 55년 지난 후에야 트라우마 관련 논의 이뤄져


1948년 발생한 4ㆍ3사건으로 제주 인구 27만 명 중 2만5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130개 마을이 흔적 없이 사라졌고 제주 공동체는 파괴됐다.


4ㆍ3사건은 한국전쟁 다음으로 가장 큰 피해를 가져왔지만 4ㆍ3 유족과 제주도민은 사건 이후 40년 동안 ‘4ㆍ3’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됐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진상규명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 결과 2000년 ‘제주4ㆍ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특별법’이 제정됐으며, 4ㆍ3사건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으로 규정됐다.


2003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공권력의 잘못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했으며,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선포했다. 이어 4ㆍ3 평화공원과 기념관을 조성하고 4ㆍ3 희생자 추념일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했다.


제주 사회에서 4ㆍ3 트라우마와 관련된 첫 논의는 2003년 제주4ㆍ3연구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이뤄졌다. 그 후 강창일 의원이 보건복지부 프로그램의 일환인 광역정신보건센터 설립으로 논의를 구체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70주년 4ㆍ3 추념사에서 4ㆍ3 트라우마 센터의 설립을 약속했다. 이후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4ㆍ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4ㆍ3 복합센터를 건립하겠다고 공약했다.

 

◇ 4ㆍ3 생존 희생자와 유족의 트라우마 치료 필요성 느껴


제주특별자치도는 2015년 ‘제주 4ㆍ3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생존 희생자의 39.1%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고위험군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41.8%는 전문의 상담이 필요한 중증도 우울을 겪고 있으며 5.5%가 높은 자살 경향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후 스트레스 고위험군일수록 우울, 자살 등 다른 정신건강의 어려움이 심각하다. 자살 경향성 수치도 국민 평균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해당 수치를 보인 사람들은 삶의 질과 삶에 대한 만족도도 낮아 치료가 필요하다.

 

◇ 2020년 5월에 4ㆍ3 트라우마 센터 개소


4ㆍ3 트라우마 센터는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전문적인 트라우마 치유 활동 수행 및 전인적인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개소했다. 국립 트라우마 센터 설립이 법제화될 때까지 광주와 제주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며 현재는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 매칭 예산으로 제주4ㆍ3평화재단이 관할하고 있다.


4ㆍ3 트라우마 센터의 치유대상자는 4ㆍ3 생존 희생자 132명(후유 장애인 98명, 수형인 34명), 4ㆍ3 유족 및 직ㆍ간접 4ㆍ3 관련자, 과거사 피해 및 국가사업 피해자(강정마을 주민)로 총 1만7269명이다. 그중 475명이 4ㆍ3 트라우마 센터에 등록을 마쳤다(2020년 12월 기준).


4ㆍ3 트라우마 센터는 치유ㆍ공감ㆍ책임을 통한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가치 선도와 트라우마 피해자의 삶의 질 향상 및 공동체 의식 함양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사회문화적ㆍ심리적 트라우마 치유와 회복 지향과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ㆍ공동체적 연대감 조성, 트라우마 예방 및 사법적ㆍ사회적 책임 이행 요구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4ㆍ3 트라우마 센터는 4ㆍ3 관련자 및 기타 국가사업 피해자에게 정신적ㆍ신체적 치유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사회 서비스 및 연계형 통합사례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더불어 트라우마 실태조사와 연구를 진행하고 사회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하며 트라우마 치유


4ㆍ3 트라우마 센터는 개소 첫해 누적 이용 인원 1만699명을 기록했다. 이는 4ㆍ3 트라우마 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 덕분이다.
4ㆍ3 트라우마 센터는 정신건강 심층 상담 프로그램과 방문형 사례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심리 정서적 안정 및 신체 건강 증진을 지원한다.


또한 △4ㆍ3 이야기 마당: ‘맺힌 가슴 풀엉 살게 마씀’ △음악 치유 프로그램: ‘에헤라디야, 나의 인생은 봄날이다’ △원예 치유 프로그램: ‘내 마음 활짝 피우기’ △문학 치유 프로그램: ‘나를 어루만지는 4ㆍ3 글쓰기’ △미술 치유 프로그램: ‘마음 그리기’ △명상 치유 프로그램 Ⅰ : ‘마음 챙김으로 나를 만나다’ △명상 치유 프로그램 Ⅱ : 마음 챙김 명상 △4ㆍ3 생존희생자 대상 긍정심리 치유 프로그램: ‘미소 지음’ △야외치유 나들이: ‘치유의 가을소풍’ 등 마음 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마음 치유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자신의 생애를 진솔하게 얘기하고 서로의 얘기에 공감한다. 문학, 그림을 매개로 희생자를 애도하고 상처를 표현하며 마음의 상처를 해소한다. 동시에 마음 챙김 명상을 통해 심적 고통을 수용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연습한다. 센터 등록자들을 위한 신체 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1:1 도수치료와 물리치료, 소그룹 운동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참여자들의 건강을 증진한다.

 

◇ 작품집 <그리움의 안부를 묻는다> 발간


4ㆍ3 트라우마 센터는 2020년 12월 마음 치유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작품을 모아 작품집 <그리움의 안부를 묻는다>를 발간했다.


해당 작품집에는 4ㆍ3으로 아버지를 잃은 김경자씨의 ‘그리운 아버지께’, 사라진 외할아버지를 찾다 산에서 굴러 척추 장애를 얻은 강양자씨의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 불발탄이 폭발하며 날린 파편으로 몸 전체를 다친 서근숙씨의 ‘여덟 살 아이에게’ 등의 작품이 실렸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자신의 작품에 ‘어머니는 4ㆍ3미망인에게 매달 주는 3만원을 손주들에게 나눠주며 하르방 보낸 세뱃돈이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 우리 아이들 아버지께서 주신 세뱃돈 잘 받았습니다’, ‘배에 일곱 개의 구멍을 내고 들어간 파편은 한 개도 찾아내지 못했고 양다리와 발의 부상이 너무 심해서 아무것도 손을 쓸 수 없는 형편이라 의사 선생님이 손을 놓았다’는 등 자신의 상처를 표현했다.


작품집 <그리움의 안부를 묻는다>는 도내 정신건강 증진 시설 등 관계 기관에 무료로 배포됐으며,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 2부씩 납본됐다.

 

◇ 제주4ㆍ3평화재단, ‘기록이 된 흔적’ 특별전 진행


제주4ㆍ3평화재단은 작년 12월부터 <제주4ㆍ3아카이브 특별전 ‘기록이 된 흔적’>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특별전은 4ㆍ3 기록을 집대성하기 위해 기획됐다. 4ㆍ3 당시 기록과 더불어 그 이후 시간을 증언하는 기록물을 모두 한자리에 모았으며 국가기록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제주박물관 등에서 4ㆍ3 관련 기록 원본을 대여받아 4ㆍ3의 역사적 현장성을 높였다.


더불어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ㆍ3평화재단이 작년 9월부터 10월까지 추진한 ‘제주4ㆍ3 민간소장 기록물 수집 캠페인’을 통해 기증받은 기록물들도 전시됐다. 4ㆍ3 수형인으로 최근 재심 재판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생존 희생자 김도황 씨의 회고록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의 ‘4ㆍ3은 말한다’ 육필원고도 볼 수 있다.


제주4ㆍ3평화재단은 이번 특별전을 시작으로 기록물의 조사와 수집, 아카이빙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4ㆍ3 기록의 총집대성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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