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구성원 모두 체질 개선해 다가올 미래 대비해야"

좌동철

제주일보 사회부장

무역학과 93학번

1970년대 감귤 10㎏ 한 박스 가격은 2500원이었다. 당시 대학 등록금은 3만원이었다. 감귤나무 2~3그루만 있으면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 감귤나무를 ‘대학나무’라 불렀던 이유다.


상아탑이라는 대학을 한 때 우골탑(牛骨塔) 또는 인골탑(人骨塔)이라 불렸었다. 높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부모들이 소를 팔거나 뼈 빠지게 일해서 학비를 댔기 때문이다.


그랬던 대학들이 이제는 몸을 낮췄다. 2021학년도는 대학입학 정원이 전체 수험생 보다 많아진 첫해였다. 대학의 모집 정원은 49만655명인데 반해 고3과 재수생 등을 합친 입학 가능자는 47만9376명에 머물렀다.


지방대들은 신입생 모집에 사활을 걸었다. 지방대 폐교 위기를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 문을 닫는다’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어서다.


신입생 유인책인 ‘장학금’은 고전이 됐다. 광주 호남대의 입시 홍보물이 화제가 됐다. 수시에 최초 합격하고 등록하면 ‘아이폰’을, 충원 합격 후 등록하면 ‘에어팟’을 준다고 해서다.


조선대는 신입생 모두에게 입학금을 지원했다. 수능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학기당 생활비 350만원도 지원한다. 파격이란 말이 부족할 만큼 혜택을 제시한 지방대도 있다.  부영그룹이 경영에 참여한 창신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신입생 전원에게 1년간 전액 장학금을 지급했다.


‘신입생 모시기’는 사립대만의 얘기가 아니다. 국립대도 속속 가세했다. 충남대는 수능 전 영역 1등급이 입학하면 학사는 물론 석·박사 전 과정의 등록금을 면제해주고, 매년 1500만원의 학업 장려금을 지급한다. 대전 한밭대는 학ㆍ석사 통합과정 신입생 120명에게 등록금 20%를 감면해줬다.


정부는 그동안 학령인구 절벽 사태에 대비했다. 대학 평가로 폐교와 정원 감축 등 구조조정을 유도했다.


구조조정의 칼날은 주로 지방대에 향했다. 지난해 8월 부산의 동부산대가 폐교했고, 전북 군산의 서해대가 문을 받았다.


지금껏 문을 닫은 17개 대학은 모두 지방에 있었다.


지방대가 살아남는 방법은 ‘수도권으로 이전하라’는 농담이 진담이 됐다. 실제 중부대와 동양대, 청운대, 경동대는 지방에서 출발했지만 수도권에 제2캠퍼스를 둔 대학들이다. 이들 대학은 수도권에 캠퍼스 확장 후 경쟁률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런저런 유인책은 미봉책일 뿐이다. 대학 입학 가능 인구수는 4년 후인 2025년 37만6000명까지 감소한다는 게 교육부의 통계다. 저출산으로 2037년 신입생 충원률이 70% 미만인 지방대는 209개교로 전체의 84%에 달할 전망이다.


제주대학교가 올해 신입생 충원율 100%(2088명)를 달성했다. 자화자찬하기에는 이르다. 지난 1월 제주대학교의 정시모집 접수 결과 평균 3.82대 1의 경쟁률을 보여 2020학년도(4.6대 1)보다 경쟁률이 떨어졌다. 정시 모집은 수험생 1명이 3개의 대학에 원서를 낼 수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경쟁률이 3대 1이 안되면 ‘사실상 미달’로 간주한다.


제주대학교는 내년에 인공지능(AI) 전공 등 첨단학과를 신설, 신입생 유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9곳의 지방거점 국립대 중 하나라는 이유, 등록금이 사립대보다 상대적으로 싼 이유, 외국인 유학생 유치 등 그동안 제주대가 충원율 100%를 달성했지만 다가올 미래는 녹록치 않다.


대학 학령인구(18~21세) 감소는 현실이 됐다. 매년 신입생이 미달된 학과나 대학은 버텨내기가 힘들게 됐다. 정부는 가까운 미래에 전국 대학의 10% 정원 감축과 지방대 육성을 위한 법ㆍ제도 도입을 준비 중이다.


그 대가로 구조조정을 요구할 것이다. 임원과 사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이 기업만이 아니라 대학도 해당됐다. 학생 수를 줄이면 교수와 직원도 자연스레 줄어들게 된다. 이미 대학 경쟁력 유지에 빨간불이 들어온 일부 지방대는 폐과로 대학 구조조정에 나섰다.


학생들이 왜 ‘우골탑 등록금’을 내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가? 합격을 하자마자 왜 반수를 준비하는가? 4년간 갈고 닦은 전공을 버리고 왜 다른 길로 가는가?


제주대학교 구성원 모두가 체질을 개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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