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는 매주 새로운 테마를 설정하여 세계 속의 문화를 살펴보고 그 정보를 담아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편집자 주-

어느 날 밤, 잠자고 있는 어린이의 침실에 피터팬이 날아와 아무도 늙지 않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꿈의 나라 네버랜드로 함께 가자고 제안한다. 이처럼 만화는 실제에선 불가능 하지만 꿈속의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만화 작가의 풍부한 상상은 깊고 푸른 바다처럼 보는이를 끌어당기는 것이다. 또, 그림과 글을 통해 어느 유명한 미술작품처럼 또다른 세상에 빠져든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세계 각 나라의 만화를 살펴보면 유독 눈에 띄고 특성을 나타내는 나라들이 있다. 각 나라마다 고유의 문화가 존재하여 시대적 상황이나 문화적 특성이 만화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유럽지역의 대표되는 만화선진국인 프랑스의 만화를 살펴보자. 프랑스에서는 만화를 하나의 예술로 인정하는 것처럼 매우 발전 되어있다. ‘잉칼', ‘피터팬', ‘제롬 무슈로의 모험' 등 프랑스의 만화는 대부분 빳빳한 표지에 올 컬러로 돼 있어 언뜻 보면 일러스트 같다. 빠른 움직임을 묘사하여 생동감을 표현하기보다는 매우 정적이고 미술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그림이 잘 그려져있어 멀리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프랑스 특유의 고급스럽고 멋진 그림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키는데, 마치 한 권의 화보집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채색만화이기 때문에 눈이 쉽게 피곤하게 되고, 나레이션이 많아 지루하기도 한다.
이와는 달리 미국은 ‘슈퍼영웅들이 지구를 구하고 도시를 구하고 악당을 일망타진한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슈퍼맨', ‘배트맨'처럼 몸에 짝 달라붙는 옷에 팬티를 겉에다가 입은 슈퍼영웅들이 약간의 어려움에 처하면서도 결국 악당을 쓸어버리는 미국 만화의 모습은 어찌 보면 다른 나라 사람은 악당이고 미국인은 악당을 혼내준다는 강압적인 미국의 특징을 잘 반영한 듯 싶다. 이밖에 ‘톰과제리'에서처럼 약하고 힘없는 제리가 영리하게 꾀를 내어 톰을 혼내주는 모습에서 미국만화의 통쾌함과 상업적인 면을 엿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의 천국, 이웃나라 일본의 만화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프랑스만화와는 달리 확연히 구분되어있다. 일본만화는 주인공이 악당이지만 다른 악당을 해치는 등 폭력성, 선정적, 유해성을 담은 내용과 ‘드래곤볼', ‘슬램덩크'와 같이 몇 십권에 이르는 방대한 스토리의 연재물이 주를 이룬다. 최악의 극한 상황이 왔을 때 한 가닥 희망의 불씨가 지펴져 상황이 반전되는 모습에서 열악한 환경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일본인들의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한편, 우리 나라와 같은 만화의 뿌리를 둔 북한의 만화를 보면 ‘영리한 너구리'처럼 배가 볼록 나오고 다리가 짧은 생김새가 웃긴 너구리지만 아주 지혜로운 동물로 등장한다. 이 너구리는 독자에게 신체적인 어려움을 이겨내고 머리를 써야만 진정한 승리자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이와 함께 ‘소년장수'처럼 소년이 무술과 재주를 익혀 자신의 나라를 오랑캐로부터 지켜내 평화로운 시대가 된다는 호국만화가 있다. 이는 고립된 나라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듯 하다.
각 나라의 다양한 문화처럼 만화의 세계에도 여러 가지 다른 세상이 있다. 단순히 만화를 재미와 심심풀이로 취급한다면 어느새 만화는 예술성과 개성마저 잃어 하급문화로 분류될 것이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나라에서 만화의 예술성을 찾기는 힘들다. 현재 우리 만화는 대부분 일본만화에 이끌려 가는 듯한 냄새를 풍긴다. 이런 상황이 계속 되풀이된다면 우리 만화의 예술성과, 문화성, 세계성을 찾지못하고 단지 상업적인 출판으로만 반복될 것이다. 많은 이들이 보고 느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할 만화가 서서히 상업적인 수단으로 바뀌고있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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