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고 싶은 책 

소년이 온다(창비)

한강 장편소설

어김없이 5월이 찾아왔다. 제주도가 4월이 되면 마을에 향 냄새가 가득했다고 하듯 광주 역시 5월이 되면 집 곳곳에서 향 냄새가 새어 나왔다고 한다.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광주시민과 전라남도민이 중심이 돼, 조속한 민주 정부 수립,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의 퇴진 및 계엄령 철폐 등을 요구하며 전개한 대한민국의 민주화 운동이다.

<소년이 온다>는 감정 소모가 큰 소설이다. 소설 자체도 친절한 설명이 없어 혼자 소설을 읽으면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힘들다. 매 장마다 바뀌는 화자, 시점, 공간, 시간들은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한 편으로는 광주의 현장을 생생하게 만든다. 마치 광주 어느 길목에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소설은 1980년에 일어난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통해 저자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계엄군에 맞서 싸우다 죽음을 맞게 된 중학생 동화와 주변인물들의 고통받는 내면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5ㆍ18 당시 중학생이었던 열다섯 살 소년 동호와 정대에게 닥친 끔찍한 비극을 이야기하고 있다.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고 정미가 실종되는 것이 이야기의 발단이다. 정미와 정대는 동화의 집에 세 들어 살고 있는 남매다. 정대와 동호는 사라진 정미누나를 찾기 위해 나선다. 그 때 정대가 총에 맞아 죽는다. 시위 현장에 있던 아저씨의 만류로 정대의 시체를 두고 돌아온 동호는 그 죄책감으로 괴로워한다. 정대의 시신을 찾으러 동호는 시신들이 모여 있는 도청으로 간다. 동호는 도청에 남아 잔일을 도와 수많은 시체를 닦으며 죄책감을 씻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날, 도청 강당에 군인들이 몰려올 것이라는 정보를 들은 진수는 시체를 지키는 유가족과 동호를 집으로 돌려보내려 한다. 이 소식을 들은 동호의 엄마도 도청에 와 동호를 데리러 온다. 하지만 동호는 돌아오라는 엄마와 돌아가라는 형, 누나들의 말을 듣지 않고 동호는 도청에 남는다. 

그 어린 아이가 무엇을 알았을까. 창문 틈 아래 웅크려 앉아 배가 고프다 하던 아이가 죽음에 대해서 무엇을 안다고 그런 선택을 했을까. 군인들이 자신들을 죽이러 오는 것을 알고 결말이 결국 죽음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을텐데 그들은 왜 거기에 남는 선택을 했을까.

계엄군은 예정대로 도청으로 들어왔고 시민군은 철저하게 패배했다. 총을 들고 경계하던 형들은 계단을 올라온 군인들이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방아쇠를 당기면 사람이 죽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한다. 진압 과정에서 군인들은 항복하는 아이들까지 잔인하게 죽인다. 

이 책의 중반주에서는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형과 누나들인 은숙, 선주, 진수가 5ㆍ18 전후 겪어야 했던 비극적이고 고통스러운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의 3장부터는 동호가 죽고 시민군이 계엄군에게 패배한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동호의 죽음 이후 남아있는 가족들, 특히 동호의 엄마가 맞닥뜨려야 했던 참혹한 상황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2장에서는 정대의 혼이 나와 썩어가는 자신의 시체를 보며 느끼는 분노와 좌절감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표현돼 있다. 시체에 대한 설명도 자세해 많은 사람들이 읽기 힘들어 하는 부분이다. 

책에서 독자는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관찰자 그리고 주인공이 된다. 소설 속의 이야기가 더는 과거의 일이,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 됨으로써 감정을 건드린다. 책은 끊임 없이 ‘너’를 호명한다. 이 때문에 책을 읽을수록 독자는 혼란스러워진다. 

이렇듯 <소년이 온다>는 독자를 책 속으로 불러들여 기억하게 하고 참여하게 만든다. 그날의 광주가 어떠했는지 직접 보여주려고 애쓴다. 감정소모가 많은 만큼 책을 읽는 것 또한 벅차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곳을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이제 잊어도 되지 않겠냐고. 그만하자고. 지겹다고. 하지만 역사는 그 때 그 광주에 멈춰 있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우린 그들의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기억해야 한다. 그날의 역사가 되풀이 되어지지 않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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