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이와 타니의 시간 여행 / 김진철 / 한그루 / 2019

제주 BOOK카페 ③

 

 

오월이다. 오월에는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 더 좋을 것이다. 김진철의 <낭이와 타니의 시간 여행>(2019, 한그루)은 화산섬 제주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주인공 이름 낭이와 타니는 ‘탄낭’에서 나온 말이다. ‘탄낭’은 화산탄이 날아가 박혀 오목하게 된 것을 말한다. 이 책을 읽고, 직접 수월봉으로 나들이를 하면 5월이 더 빛날 것이다. 아이와 함께 화산 이야기로 모험을 떠날 수 있다. 

이 책을 낸 김진철 작가는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의 이야기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이야기로 창작 작품을 만들면서 이야기가 어떻게 작용이 되는지를 고심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흔한 말이 된 스토리텔링이라는 단어를 몇 해 전에 그로부터 들었다. 그는 스토리텔링을 전공했다고 내게 말했다. 그 말은 낯설면서도 미래적으로 들렸다. 노래를 좋아하면 가난하게 된다는 말은 들은 적 있지만, 이야기를 좋아하면 어떻게 될까.

김진철 작가가 원래 시조를 썼다는 건 안 비밀. 고등학생 때 홍성운 시조시인을 만나 시조의 세계에 빠진 게 문학의 출발점이었다. 그의 모습을 보면 선비 느낌이 난다. 부드러움과 예리함을 동시에 지닌 눈빛을 지녔다. 아직 쉰도 되지 않았는데 머리가 하얗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생각해서 그렇게 된 걸까. 

2006년 동화작가로 데뷔한 김진철 작가는 지금까지 두 권의 동화책을 냈다. <잔소리 주머니>(2017, 파우스)와 <낭이와 타니의 시간 여행>(2019, 한그루). 첫 번째 책은 단편동화를 모아놓은 책인데, 바른 생활을 하는 소년이 등장하는 착한 동화다. 두 번째 책에 이르러 스토리텔러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다. 

이 책에 나타나는 장소는 수월봉이다. 수월봉 해안절벽에 드러난 풍경은 화산 연구의 교과서가 되고 있다. 수월봉 해안절벽 바닷가를 거닐면 화산 활동의 단면을 제대로 보여주는 자연의 작품에 감탄하게 된다.

제주도는 여러 이야기로 가득 찬 섬이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서복>(2021, 이용주)에서 복제인간의 이름은 불로초를 찾아 제주도에 온 서복의 이야기를 바탕에 두고 있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자랐다. 할머니 대신 전래동화 책이 그 역할을 맡기도 한다. 이야기는 콘텐츠로 만들어져 산업을 이룬다. 

김진철 작가는 얼마 전에 ‘내일의 작가상’을 받았다. 한국작가회의에서 미래가 기대되는 작가에게 주는 상이다. 이 책에는 ‘수월봉 연대기’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제주 이야기 여행의 서장이다. 앞으로 낭이와 타니는 제주의 이곳저곳을 여행할 것이다. 김진철의 ‘끝없는 이야기’는 이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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