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이 읽은 <조선잡사> 계기로 ‘유퀴즈’에 섭외돼
‘직업’ 통해 역사적 시대 속의 사람들의 관계 알 수 있어

‘유퀴즈’에 출연한 강문종 교수가 진행자 유재석씨와 대화하고 있다.

강문종(국어국문학과) 교수는 1월 13일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겨울방학 탐구생활 편에 출연해 조선시대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이후 5월 2일에는 이슈 Pick, 쌤과 함께에 출연해 조선직업실록-밥벌이의 역사에 관해 강의했다. 

▶유퀴즈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김동건 연구원, 장유승 교수, 홍현성 연구원과 함께 <조선잡사>를 출판했다. 유재석씨가 읽고 흥미로운 소재라고 생각했는지 작가를 통해 유퀴즈 프로그램에 섭외를 부탁했다. 공저자 4명 모두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나로 결정이 됐다. 제주도에서 서울로 올라가는게 부담이 돼 장유승(단국대)교수를 추천했다. 결국 내가 하게 됐다. 아직까지도 잘 한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학교와 국어국문학과 홍보는 많이 됐다. 유퀴즈는 아이들이 좋아해서 가끔씩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인기 있는 방송프로그램인지는 몰랐다. 

▶방송 출연 뒤의 기분은. 

방송 출연을 기대하거나 긴장하지는 않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대외협력팀에서 일한 적이 있다. 팀장으로 2년 이상 있으면서 언론환경에 노출이 잦았다. 또, 모르는건 모른다고, 아는건 안다고 솔직하게 말하자고 생각하니 긴장하지 않았다. 그동안 라디오 진행자, 작가, 기자는 많이 접했지만 방송에 출연하면서 연예인을 접했다. 유재석씨는 유재석 나름대로, 조세호씨는 조세호 나름대로, 윤하는 윤하 나름대로 자신의 캐릭터를 지켜나가는 모습들을 보니 신선했다. 

학생들이나 대중들의 반응이 지금처럼 나올지도 몰랐다. 일주일, 한달 정도 있으면 어느정도의 시점에서 잊혀질 사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유튜브에서도 계속 영상이 생성되고 사진도 돌아다니면서 잊혀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방송 출연 후 주변의 반응은.

주위에서 방송 출연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많이 보였다. 아이들이 유퀴즈를 좋아하는데 아빠가 나오니까 신기해하고 좋아해서 뿌듯하다. 

제주도 출신이 제주에서 살면서 중앙에 방송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잘 기억하나보다. 지나가다 보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유퀴즈에 나온 강문종 교수 아니냐”고 물어본다. 그런 상황에서는 나의 익명성이 사라지게 된다. 카페에 가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주위에서 “저 사람이 유퀴즈에 나온 강문종 교수”라고 알아보면 더 이상 카페에 있을 수 없다. 익명성을 즐기고 싶은데 잘 안돼서 안타깝다. 

부정적인 평가는 부정적인 평가대로, 좋은 평가는 좋은 평가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교수와 같은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갖고 방송이라는 공적영역에서 활동하다 보니 나타나는 불가피한 일들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촬영 중 만난 유재석과 조세호는. 

출연자들과 대기실도 따로 쓰고 작가들도 다르다보니 현장 외에서는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촬영 전후에 조금씩 이야기했다. 유재석씨에게 굉장히 놀랐다. <조선잡사>는 전통시대를 대상으로 하는 책인데 이 책을 읽었다는 말을 듣고 이 분의 독서량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또한, 예능에서 프로그램을 즐겁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라 평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어휘나 문장을 듣고 수준이 굉장히 높은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조세호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드러내는 것들이 솔직하다 보니 순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화할 때 사용하는 단어나 몸짓에서 진정성이 많이 느껴진다. 유재석씨와 이야기하는 것도 좋았지만 조세호씨가 편안하게 진행을 잘해서 케미를 맞출 수 있었다. 유재석의 이미지는 나이스, 젠틀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조세호는 진솔하고 편안하다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고전문학을 전공했지만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고전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료들을 넓게 봐야 한다. 고전문학을 공부하고 고전소설을 전공하면서 시대, 문화, 작가를 이해하기 위해 역사적 자료를 많이 봤다. 그러다보니 일상상, 생활상과 관련된 점들이 깊게 다가왔다. 사회에서 나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직업이라고 봤다. 직업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 생활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는 직업에 관한 관심이고 두 번째는 관계다. 공적관계는 잘 드러나지만 사적관계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역사적 시대 속에 담긴 사람들의 사적관계에 대해 알고 싶었다. 직업 외에도 조선시대 동성애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면서 내년 상반기 후속작을 준비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보통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직업이라고 봤기 때문에 다양한 방면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동아일보에 연재도 하면서 책을 출판하게 됐다. 

직업은 영어로 Job(잡)이다. 조선시대의 제도사, 정치사, 왕조사가 아닌 일상생활의 다양한 연구라는 의미로 잡을 썼다. 이때 잡스럽다는 저급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모두가 섞인다는 뜻이다. 그래서 책 제목을 <조선잡사>라고 했다. 방송에 나가기 전에도 꽤 인기가 있는 책이었지만 방송 이후 베스트셀러의 단열에 올랐다. 

공부하는 사람들이 가장 기쁠 때는 두가지다. 무엇인가를 가르쳤을 때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 만족할 때, 글을 썼을 때 비판적이든 긍정적이든 글에 대한 반응이 올 때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1, 2학년과 3, 4학년을 구분해 이야기하고 싶다. 1, 2학년들에 하고 싶은 말은 ‘좋아하는 것을 빨리 찾아라’다. 교양한문, 고전읽기를 수업할 때 항상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보다 못하다”라는 말을 한다. 아는 것, 좋아하는 것, 즐기는 것은 독립된 영역이 아니다. 알게 되면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면 즐기게 되는 연결된 프로세스다. 즐기다 보면 그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고 진로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일 높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탐구해야 한다. 그러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게 된다. 이것이 진로로 연결된다면 사회로 진출할 때 큰 힘이 된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같았을 때는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면 된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다르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 그 일에 집중하다 보면 최고가 될 수 있다. 

3, 4학년은 상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다르다면 잘하는 것을 선택하고 좋아하는 것을 두번째로 추구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것보다 더 잘하게 된다면 이직을 하거나 진로를 바꿀 수 있다. 잘하는 일로 성공하는 연습을 하면서 나를 성장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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