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지 보도부장

고 손정민씨 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그는 4월 24일 오후부터 반포한강공원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 실종됐다.

실종 후 며칠이 지나도록 경찰이그를 찾지 못하자 그의 아버지는 인터넷 블로그와 전단을 통해 도움을 요청했다.

언론도 그에 합세하며 사회의 관심이 집중됐다. 시민들도 그의 실종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직접 수사하듯 추적에 나섰다. 결국 그는 실종 6일 만에 민간 구조사에게 발견됐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 서초경찰서가 수사를 진행하는 동안 인터넷에는 사건와 관련된 여러 추측과 억측이 난무했다. 

고 손정민씨 사건에는 ‘정민이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 ‘우리 모두가 정민이 부모입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릴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고 이선호씨 사건과는 그 정도가 사뭇 다르다.

고 이선호씨는 경기도 평택항에서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300kg에 달하는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졌다. 당시 작업장에는 안전장치도, 안전관리자도 없었다.

고 이선호씨 사건은 그가 숨진 지 15일이 지나고 나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진행한 매체 보도 분석 결과 고 손정민씨 사건 관련 보도량이 고 이선호씨 사건 관련 보도량의 4.5배 많았다.

고 손정민씨 사건 관련 보도는 지금까지도 하루 100건 안팎의 기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반면 고 이선호씨 사건 관련 보도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정민씨의 빈소를 찾은 뒤에야 50건을 넘었다.

두 사건 모두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안타까운 일임이 분명한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각자의 배경과 상황이 달라서일까? 어떤 이유로든 사회적 애도 크기가 다른 것은 부조리한 일이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은 고 이선호씨 사건에 대해 “죽음마저 외면당한 서럽고 비참한 최후. 노동자의 죽음은 너무 흔하게 널려서일까”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 사망률 1위를 21년간 차지할 정도로 산재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더는 사회적인 죽음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언론 또한 한쪽으로만 이목을 집중해서는 안 된다. 죽음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고, 목숨에 경중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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