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수의 제주 과학 탐험 / 문경수 / 동아시아 / 2018

제주 북 카페 4

대전에서 공부할 때 갑천에 자주 갔다. 강가에 앉아 유유히 흐르는 물을 바라보았다. 그 물에는 이름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요일과 시간과 날씨에 맞춰서 이름을 지어주곤 했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연주곡 ‘Wave'를 들으며 저녁을 맞이했다. 그때 시도 몇 편 쓴 것 같은데 노트를 잃어버렸다. 그래도 내겐 갑천의 오후가 여전히 내 가슴에 흐른다.

내가 갑천을 각별하게 말했지만, 그곳은 대전 사람들에게는 동네 하천이다. 내가 이방인이었기에 갑천의 특별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문경수는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나는 대전에 있을 때 공주에 가본 적 있다. 공주는 백제의 고도(古都)다운 빛을 유지하고 있었다. 공주에서 온 탐험가 문경수는 제주도의 매력에 빠졌다.

섬에서 자란 내가 강이나 다름없는 넓은 하천의 유유한 흐름에 빠졌다면, 문경수는 화산섬 제주의 특성이 곧 풍광이 되는 이곳 제주의 모습이 다 경이로웠던 모양이다. 비양도, 숨은물뱅듸습지, 제주고사리삼, 곶자왈, 주상절리 등이 그에게 다 탐험의 세계다. 섬사람들에겐 매일 보는 풍경이 이방인의 눈에는 새롭게 보인 것.

낡은 감귤창고에서 찻집을 하는 사람은 물어보나마나 이주민이다. 선주민들은 감귤창고를 감귤이나 농기구를 보관하는 곳 이외의 용도로는 생각하지 못한다. 감귤창고가 낯선 사람이 그곳을 감귤 향과 함께 커피 향으로 가득 채울 줄 안다.

이 책에는 탐험가의 일관된 자세가 나온다. 그는 제주도 곳곳을 살피면서 그곳의 전문가나 그곳에 대해 잘 아는 마을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인다. 그들은 그에게 훌륭한 길라잡이가 되어 준다. 그가 제주도 사람들을 만나는 까닭은 그들을 통해 이전의 풍경 얘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풍경도 강처럼 멈추지 않고 흐른다.

고향 마을에서 올려다본 은하수를 좇아 제주도에 온 그는 탐라전파천문대에 오래 머문다. 급기야 “제주 전역에 있는 370여 개의 오름은 마을 천문대가 아니었을까 즐거운 상상”도 한다. 탐라 시절 해상 무역을 할 때 별을 보며 항해를 했기에 말테우리의 후손인 우리는 별의 기운으로 오름에 오른다.

문경수는 앞으로 또 다른 곳을 탐험할 것이다. 그것이 탐험가의 운명이다. 우리도 탐험가의 마음으로 살아가면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다 새롭게 다가오겠지. 사실 우리는 모두 어렸을 때 누구나 질문을 그치질 않던 탐험가였다. 호랑이나 토끼를 잡겠다고 뒷산을 오르던 꼬마 탐험가의 모습은 이제 어디로 갔나. 잘 안다고 생각한 용두암, 수월봉, 거문오름 등 제주도를 탐험하면서 낯선 지도를 손가락을 짚는 떨림으로 운동화 끈을 묶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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