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하나 하나에는 특별한 제목이 없다. ‘三無日記’라는 이름표 옆에 숫자가 적혀 있을 뿐이다. ‘三無日記’라는 제목처럼 하루 하루 일기를 쓰듯 그날의 느낀 자연 경관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작가는 말처럼 그의 작품은 꾸밈없이 솔직하다. 작품에 자리잡고 있는 풍경들은 누구나 다 아는 명승지는 없다. 제주 어느 곳이나 가도 볼 수 있는 평범한 제주 자연의 일상이다.
구름 낀 하늘과 거친 파도, 들쭉날쭉한 돌. 그가 그린 제주의 자연은 거칠다. 누군가에게 보이려고 손질한 것도, 꾸민 것도 아니다. 자연이 만들어 준 모습 그대로 이다. 이것은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이다.
검은색 구름이 펼쳐진 하늘 아래 바람에 억새가 흔들린다. 억새는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도 결코 꺾이지 않는다. 마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제주인들의 삶과 많이 닮아있다. 먹으로 그려진 작품 가운데서 녹색으로 뒤덮인 오름이 눈에 띈다. 탁 뜨인 오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박하사탕을 먹은 것처럼 꽉 막혀 있던 마음이 시원스럽게 풀리는 것 같았다.
한해를 시작하는 지금, 이번 전시회에서 제주 자연의 생명력을 느껴 보면서 일상의 활력을 다시 되찾아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이번 전시회는 오는 16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