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이

컴퓨터공학전공 3

나는 예전부터 과제나 일을 잘 미루고 잊어버리곤 했다. 근래 비대면 강의가 지속되면서 이러한 습관 때문에 성적이 크게 떨어졌다. 동영상 강의에 대한 집중력도 현저히 낮아서 강의를 듣는 것보다 책을 보며 혼자 공부하는 게 더 나을 지경이었다. 이렇게 학업 수행에 문제가 많다 보니 비대면 강의를 시행하는 매 학기마다 스트레스를 크게 받았고 자주 우울감을 느꼈다. 

그러다 최근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친구가 성인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도 고민 끝에 성인 ADHD를 진료하는 병원을 어렵게 찾아 주의집중력 검사(CAT)와 뇌파 검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나는 ADHD 진단을 받았다.

최근 여러 매체에서 아동들의 ADHD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ADHD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 ADHD가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될 수 있고 여러 일상적, 병리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사실은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성인 ADHD진단율은 유독 낮다. 현재까지 시행된 ADHD 연구에 따르면 아동기의 ADHD의 약 60~80% 정도가 성인기까지 지속이 되며, 성인 ADHD의 유병률은 약 4% 정도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진단율은 얼마나 될까?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 의하면 성인의 ADHD 진단율은 0.7~1% 남짓이라고 한다. 대다수의 성인 ADHD 환자가 자신이 ADHD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ADHD는 단순히 집중이 잘되지 않고 산만한 것 만이 문제가 아니다. 2015년 미국 ADHD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성인 ADHD 환자의 70%가 우울증, 기분장애, 공황장애, 중독 등 1개 이상의 공존 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나 또한 ADHD를 진단받을 때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함께 진단 받았다. 또 이런 부가적인 정신질환이 여러 사회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하니, 사회적, 개인적으로 너무 많은 걸 감내해야 하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성인이 ADHD를 제대로 진단받고 치료받기란 쉽지 않다. 진단ㆍ치료 시설의 부족과 비싼 검사 비용, ADHD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이 ADHD의 치료를 방해하고 있다.

개인의 행복과 건강을 저해하고 때에 따라서는 사회적 문제마저 발생시키는 성인 ADHD. 이제라도 제대로 된 해결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