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쪽 / 한진오 / 글항아리 / 2021

제주 BOOK카페 ⑥

 

오성찬 소설가가 운영하는 반석출판사가 있었다. 그 출판사에서 낸 책 중에서 제주의 마을을 소개하는 문고판 시리즈가 있다.

그렇게 제주의 각 마을을 정리하는 책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마을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역사, 민속, 설화, 사람 이야기도 싣는다.

마을지가 있지만 지나치게 행정적인 성격이 강한 마을지가 많다. 그래서 귀중한 부분들을 놓친 마을지는 안타깝다.

지역 신문사에서도 제주의 마을을 소개하는 기획 연재를 종종 펼친다. 이 땅에 사는 사람으로서 이 지역의 시간과 공간을 확인하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것은 우리가 이곳에서 살아가는 마음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주에 대한 책은 제주의 마음을 기록하는 일이다.

얼마 전에 한진오의 ‘제주 동쪽’이 나왔다. 이 책은 도슨트 시리즈로 나오는 책이다. 지금까지 속초, 목포, 군산, 신안 등이 나왔는데, 제주도는 특별히 동서남북으로 나뉘어 책이 나온다. 그 정도로 제주도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을 거라는 뜻일 것이다. 

한진오는 신화 연구가답게 제주 동쪽에 있는 신당과 굿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주 동쪽 이야기를 풀었다. 성산일출봉, 광치기해변, 갑마장길, 김녕리, 종달리, 말미오름 등을 다루었다. 

용암이 바닷속으로 빨려들어간 곳에 바다궁전으로 가는 용궁올레가 있다. 당연히 이곳에 전설이 전해온다. 제주의 자연과 설화가 만나는 지점이다. 마을 바당밧 한 구역을 학교바당이라 이름 짓고 학교를 세우는 일에 힘을 모은 온평리 해녀들 이야기. 달밤에 식산봉에 오르면 내수면 물 위에 달이 비치니 마을 사람들은 오조리에는 두 개의 달이 뜬다고 말한다. ‘오조(吾)’라는 마을 이름에도 ‘나를 비춘다’는 뜻이 담겨 있다. 마을 이야기가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고즈넉하게 다가온다.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 살면서도 제주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다. 오랜 세월 이 땅에 녹아든 이야기들을 어떻게 다 알 수 있다는 말인가. 제주도는 동서남북 말도 조금씩 다를 정도로 쓸 내용들이 많다. 

며칠 전에 텀블벅에서 제주 신화를 바탕으로 단편 모음집 발간 소식을 접했다. 그 책에 참여한 소설가들 중에는 제주도 출신은 없는 것 같다.

웹툰으로 시작해 영화까지 나온 ‘신과 함께’는 기저에 제주 신화를 깔고 있다. 굳이 구분을 짓자는 건 아니지만, 제주도 사람들이 제주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콘텐츠로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