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고령자의 10년간에 인지기능수준 변화의 유형화

 

민주홍

생활환경복지학부 부교수

우리나라에서도 백세시대가 도래하고 인구가 급속히 고령화됨에 따라, 오래 사는 것 뿐만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문제에 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노년기 만성질환과, 주관적 건강과 같은 신체적 건강, 우울감과 같은 정신건강등의 다양한 건강 영역에 관한 연구가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중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영역 중 하나가 노년기 인지기능의 변화와 관련 요인에 관한 연구이다. 인지기능의 저하는 일상생활의 독립적 영위에 많은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노년기 삶의 질에 중요하다고 여겨지며, 온 가족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의 변화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현대 한국 사회에서 노인의 인지기능 변화 및 이와 관련된 요인에 관한 연구는 관련 정책의 수립에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노년 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초고령 노인의 증가 속도는 단연 눈에 띄게 가파르다. 학자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80세 혹은 85세 이상을 일컫는 ‘초고령기’는 인간발달의 마지막 단계로 인식되어, 어떻게 하면 치매 없이 인지기능을 유지하며 이 기간을 보낼 수 있는가에 많은 관심이 주목된다. 

인지기능 저하는 초고령기 진입과 동시에 시작되거나, 건강한 인지기능은 한순간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인지기능의 변화는 생애과정이라는 연속선상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또한 노년기는 생의 발달에서 그 어느 때보다 누적효과로 인한 개인차가 증가하는 시기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인지기능 변화와, 변화의 다양한 궤적을 살피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초고령 노인의 인지기능을 생애과정이라는 연속선상에서 이해하고자 필자는 고령화연구 패널자료를 활용하여 조사 당시 70대인 800여 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이들의 70대 이후 10년간의 인지기능 변화의 서로 다른 유형을 살펴보고, 또한 선행연구에서 밝혀져 온 인지기능 관련 요인 중 가족원의 상실로부터 오는 배우자 사별과의 관련성과 성차에 주목한 연구를 실시했다. 왜냐하면, 노년기의 주요 생애 사건 가운데 빈번한 것 중 하나가 배우자 상실인데, 노년기에는 일반적으로 사회관계망이 축소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망으로서의 배우자의 역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배우자 사별은 그 자체가 상실감을 줄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생의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사회적 지원이나 지지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지원체계를 상실한다는 점에서 인지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반적으로 기대수명에서의 성차로 인해 노년기 배우자 사별의 경험은 여성에게 더욱 두드러지는데, 이는 여성의 배우자 사별에 관한 연구의 중요성을 보여 줄 뿐만 아니라, 남성의 경우 노년기 배우자 사별 경험이 여성 배우자와 질적으로 다를 가능성 또한 내포하기 때문이다. 

비록 대표성 있는 자료를 활용하여 노년기 인지기능의 변화를 살펴보는 연구가 점차 증가하고는 있지만, 본 연구를 진행하면서 필자는 선행연구들이 지니고 있는 몇 가지 제한점에 주목하였다.

첫째는, 노년기 인지기능 변화의 궤적이 다양하게 존재할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점이고, 둘째는 사별 경험과의 관련성을 살펴보는 데 있어 사별을 유배우자 혹은 무배우자의 비교와 같이 결혼상태를 통해 살펴보았다는 점,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성차를 단순 통제변수로 다루는 논문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점이다.

이 연구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평균점수를 통해 분석대상자들의 인지기능 수준을 살펴보면, 시간이 갈수록 인지기능 수준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지기능 수준 변화의 잠재유형을 분석한 결과, 본 연구의 대상자들은 10년간 크게 세가지의 서로 다른 인지기능 궤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번째 유형은 인지기능 수준이 지속적으로 낮은 상태로, 시간이 경과할수록 이 점수가 더 낮아지는 유형이며[저기능 감소형], 두 번째 유형은 조사 시작 시점부터 10년간 어느 정도 양호한 수준의 인지기능을 보이며 특별히 감소하거나 증가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 유형이다[중기능형]. 세 번째 유형은 조사 시작 시점에 높은 수준의 인지기능을 보유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간의 증가와 감소를 경험하여 시작 시점의 인지기능을 보이는 유형이다[고기능 유지형]. 

성별과 배우자 상실과 각 궤적간의 관련성을 살펴보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고기능 유지형]보다 다른 두 유형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으며, 성차를 제외하고 배우자 상실효과를 살펴본 결과, 조사 기간 동안 배우자를 상실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나 지속적으로 배우자가 없는 경우 [고기능 유지형]보다 [저기능 감소형]에 속할 가능성이 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필자와 동료 연구자는 지역사회 거주 노인의 경우 연령과 인지기능의 부적 관계가 모든 노인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그렇지 않은 노인도 상당수 해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논의하였다. 또한 노년기에 일방적으로 인지기능의 감소와 저하가 일어나는 것만은 아니며 인지기능 점수의 상승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이와 관련된 요인들을 찾아내는 것은 향후 노년기 인지기능 유지에 관한 연구나 관련 활동에 대한 정책적 제언을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향후 연구에서는, 본 연구의 응답자 중 상당 부분에 해당하는 노인들이 속한 [중기능형]들을 위해, 이들이 자신들의 인지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고기능 유지형에 속할 수 있도록 이들의 현재 사회, 경제적인 상태에 대한 보다 면밀한 분석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저기능 감소형]의 경우 이들이 이러한 인지기능 상태에 진입하기 전 인지기능 수준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구축하여, 관련 요인을 탐색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 연구의 결과는 한편으로는 배우자 사별이라는 사건과 인지기능에 관한 연구에 있어 성차에 대한 고려가 매우 중요함을 보여준다. 노년기 배우자 상실의 경험은 주로 여성 노인에게 더욱 집중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남성 노인의 배우자 상실의 경험에 관한 연구를 통해 여성 노인의 배우자 상실의 경험과 어떻게 비슷하고 다른지를 살펴보는 연구는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적용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분석대상자들의 일반적 특성.
분석대상자들의 인지가능수준.
각 유형의 인지가능수준 변화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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