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고 싶은 책

해가 지는 곳으로 (민음사)

최진영 장편 소설

코로나19가 세상에 나타난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3월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을 선언했다. 이 작은 재앙 속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책 ‘해가 지는 곳으로’는 재난 상황에서의 사랑을 다룬 아포칼립스 소설이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작은 재앙 속에서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보다 잠깐 가는 것을 멈추게 되더라도 현재의 내가 괜찮아질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책은 여성과 여성의 사랑 이야기가 주가 돼 진행된다. 이 때문에 누군가는 이 책을 퀴어 사랑에 중점을 둔 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보다는 사라지지 않을 사랑과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을 다룬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전 세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창궐한 세상이 도래한다. 사람들은 매일 죽어가고 그 수는 끊임없이 늘어난다. 도시는 마비됐고 약탈과 살인은 일상화가 됐다.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한다. 누군가는 짐승보다 못한 인간으로 살아가길 자처했으며, 사람들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해쳤다. 그리고 책 속 인물들은 이런 상황에서 살기 위해 한국을 벗어나 러시아로, 해가 지는 곳으로 떠난다.

주인공 도리는 20대 초반의 여성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어린 동생 미소를 데리고 한국을 떠나 러시아로 갔다. 도리에게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과 동생 미소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던 중 회색 눈에 빨간 머리를 한 지나를 만난다.

지나는 도리와 상반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먹고 소중한 것을 소중히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절대 재앙을 닮지 않겠다고 자신을 홀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을 가진 여자아이다. 도리는 그런 지나가 마음에 들었다. 지나를 닮고 싶었다. 하지만 도리는 재앙을 닮고 있었다. 거리 위에서 감정은 필요 없다던 도리가 지나로 하여금 사람을 믿고 사랑을 알게 된다.

다른 사랑 이야기는 가족 간의 사랑이다. 류는 딸 해림을 잃었다. 아침에 머리에 열이 있다는 딸이 학교에서 죽음으로 돌아왔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한 시간 만에 죽었다. 이 가족은 해림의 죽음에서 바이러스에서 벗어나고자 한국을 버렸다.

과거 류는 뜨거움도 이 사람이 없으면 안 된다는 마음도 없었지만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에 단과 결혼했다. 하루하루 살기 바빠하고 싶은 일을 계속 미루며 살았다. 원인 모를 바이러스로 사람이 죽는다는 뉴스를 봤지만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단이 딸 해림의 죽음으로 바뀌었다. 하나 남은 딸 해민을 지키기 위해 러시아로 향해 살아간다. 하루를 미루며 살아가던 단이 딸을 지키기 위해 사람이 무엇인지 잊지 않겠다고 미루지 않겠다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다고 바뀌게 된다.

책 ‘해가 지는 곳으로’는 과거를 떠올리며 불행만을 느끼는 대신 지금을 잘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을 불행에서 불행으로 몰아넣기보다는 불행에 빨려 들어가지 않게 자신을 붙잡고 살아가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 작가 최진영은 언젠가 인류가 멸망하고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것이 한 줌 재로 돌아갈 그 날에도 사람들은, 당신들은, 우리는 사랑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은 사라지고 사라져도 우주처럼 남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누구도 긴 터널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른다. 책의 인물들이 모두 ‘해가 지는 곳’으로 향하듯, 우리는 삶이란 긴 터널 끝 어딘가를 향해 다가간다. 긴 터널 끝에는 환한 빛이 있을지 화려한 야경이 있을지 우린 모른다. 그럼에도 우린 긴 터널 끝을 향해 가야 한다. 그 끝에 있을 ‘무언가’를 향해 우린 가야 한다.

 비록 긴 터널 속에 재앙이 있을지라도 그 안에 사랑과 희망, 웃음은 반드시 있을 것이다. 불행으로 자기 자신을 망치기보다 소중한 하루를 충분히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삶은 한 번뿐이고 만일이라는 것은 없다.

이 책을 읽을 모두가 긴 터널 속 불안보다는 사랑과 행복을 찾기 바라며, 살아가고 있는 현재를 충분히 즐기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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