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025년 전면 시행하는 ‘고교학점제’를 2년 앞당겨 2023년부터 본격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2023년 전국 95%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교를 시행할 방침이다. 제주는 2023년 100% 일반계 고등학교가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로 운영된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진로에 따라 자유롭게 과목을 골라 듣고, 누적 학점을 채우면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고등학교는 사실상 대학교처럼 변모한다. 학생들은 ‘자신만의 시간표’가 생긴다. 공통으로 배우는 교과 외에 나머지 교과는 꿈과 진로에 맞춰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대학생처럼 배우고 싶은 교과를 선택해서 정해진 학점을 취득해야 졸업할 수 있다. 다른 학생과 경쟁하는 서열 등급의 상대 평가가 아닌, 스스로가 얼마 만큼 기준에 도달했는지를 측정하는 ‘절대 평가’가 시행된다.

고교학점제는 초·중·고교만이 아니라 대학에도 대대적인 전환의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당장 대입 제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학생들을 등급으로 나누는 지금의 수능과 절대 평가를 하는 고교학점제는 충돌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에 최적화된 새로운 대입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가 완전 도입되는 2025년의 3년 뒤인 2028년 새로운 대입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2028년 대입 방향은 2024년 발표된다. 객관식이 아닌 논·서술 형태 대입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김진경 국가교육의장은 2019년 중장기적으로 수능에 논·서술형 문항을 도입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고교학점제 조기 시행과 대입 제도 개편을 관통하는 시대적 과제는 ‘4차 산업 혁명’이다.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맞는 미래형 인재를 육성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고교학점제와 새로운 대입 제도에 담겼다. 

가속화 하는 변화에 대학이 뒤처지면 안된다. AI와 공존하는 창의형 인재를 육성하는 건 대학의 미래와 직결된 중차대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 조기 도입을 한 발 앞서 준비해야 한다.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기관, 지역 사회와 협력을 긴밀히 해야 한다. 고교학점제 도입, 시행 과정에 나타나는 성과와 과제들을 충실히 공유하며 대학의 미래 비전을 구체화해야 한다. 

그런 흐름에서 대학이 제주도교육청과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2021 2학기 고교-대학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한 건 긍정적인 신호다. 고등학교에서 개설하기 힘든 소인수 선택교과의 수업을 대학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대학의 우수한 인적ㆍ물적 기반을 활용해 학생 선택권을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더욱 중요한 과제는 ‘대학 내부 역량’이다. 고교학점제는 독서와 토론을 바탕으로 논·서술 수업·평가를 경험한 인재들을 키울 것이다. 수능 체제에서 성장한 학생들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대가 대학에 들어온다. 이들을 AI와 공존하는 ‘인간다운 인간’으로 키우는 건 결국 대학의 몫이다. 대학은 과연 준비를 하고 있는가? 고교학점제는 거대한 위기이자 기회임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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